憲 法/判例 헌법

2008헌마385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산물소리 2015. 8. 26. 18:26

<司56>③ 비록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결정 및 그 실행이 환자의 생명단축을 초래한다 하더라도 이를 생명에 대한 임의적 처분으로서 자살이라고 평가할 수 없고, 오

  히려 이는 생명권의 한 내용으로서 보장된다.x

  ④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결정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서 ‘법원의 재판을 통한 규범의 제시’와 ‘입법’ 중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는 입법부가 결정할 입

  법정책적 문제이다.

 -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2009. 11. 26. 2008헌마385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연명치료중인 환자의 자녀들이 제기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관한 기준, 절차 및 방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이라 한다.)의 입법부작위 위헌확인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의 관점에서 적법한지 여부(소극)

2. 연명치료중인 환자 본인이 제기한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 위헌확인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심판대상적격(‘공권력의 불행사’)의 관점에서 적법한지 여부(소극)

가.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지 여부(적극)

나. 헌법해석상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에 관한 입법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이 사건 심판대상인 ‘공권력의 불행사’라는 것은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인바, 위 입법부작위(또는 입법의무의 이행에 따른 입법행위)의 직접적인 상대방은 연명치료 중단으로 사망에 이르는 환자이고, 그 자녀들은 위 입법부작위로 말미암아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자연스런 죽음을 뒤로한 채 병상에 누어있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정신적 고통을 감수하고, 환자의 부양의무자로서 연명치료에 소요되는 의료비 등 경제적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점에 이해관계를 갖지만, 이와 같은 정신적 고통이나 경제적 부담은 간접적, 사실적 이해관계에 그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연명치료중인 환자의 자녀들이 제기한 이 사건 입법부작위에 관한 헌법소원은 자신 고유의 기본권의 침해에 관련되지 아니하여 부적법하다.

2. 진정입법부작위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공권력의 불행사’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려면,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는데도 입법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또는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라야 한다. 그런데 헌법 어느 규정도 죽음에 임박한 환자를 위하여 ‘연명치료의 중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위임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에서는 헌법해석상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국가의 입법의무가 명백하다고 볼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하여 살펴보아야 할 쟁점은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게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지 여부와 이러한 기본권이 인정됨을 전제로 이를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가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행사하지 않았는지 여부이다.

가. ‘연명치료 중단, 즉 생명단축에 관한 자기결정’은 ‘생명권 보호’의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므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의 인정 여부가 문제되는 ‘죽음에 임박한 환자’란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추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 즉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경우를 의미한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죽음에 임박한 환자’는 전적으로 기계적인 장치에 의존하여 연명할 수밖에 없고, 전혀 회복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결국 신체의 다른 기능까지 상실되어 기계적인 장치에 의하여서도 연명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므로,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는 의학적인 의미에서 치료의 목적을 상실한 신체침해 행위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죽음의 과정이 시작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는 이미 시작된 죽음의 과정에서의 종기를 인위적으로 연장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어, 비록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결정 및 그 실행이 환자의 생명단축을 초래한다 하더라도 이를 생명에 대한 임의적 처분으로서 자살이라고 평가할 수 없고, 오히려 인위적인 신체침해 행위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생명을 자연적인 상태에 맡기고자 하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환자가 장차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 이를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의료인 등에게 연명치료 거부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밝히는 등의 방법으로 죽음에 임박한 상태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연명치료의 거부 또는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위 결정은 헌법상 기본권인 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으로서 보장된다 할 것이다.

나.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다툼은 법원의 재판을 통하여 해결될 수 있고, 법원의 재판에서 나타난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요건이나 절차 등에 관한 기준에 의하여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충분하지 않을지는 모르나 효율적으로 보호될 수 있으며,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하는 문제는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질서와 관련된 것으로 법학과 의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 윤리, 나아가 인간의 실존에 관한 철학적 문제까지도 연결되는 중대한 문제이므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따라서 이에 관한 입법은 사회적 논의가 성숙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비로소 국회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여 이를 추진할 사항이다. 또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서 ‘법원의 재판을 통한 규범의 제시’와 ‘입법’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는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국회의 재량에 속한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해석상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국가의 입법의무가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환자 본인이 제기한 ‘연명치료 중단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국가의 입법의무가 없는 사항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한 것이 아니므로 부적법하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판 단]
죽음에 임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다툼은 법원의 재판을 통하여 해결될 수 있고, 법원의 재판에서 나타난 연명치료 중단의 허용요건이나 절차 등에 관한 기준에 의하여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충분하지 않을지는 모르나 효율적으로 보호될 수 있다. 그리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하는 문제는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질서와 관련된 것으로 법학과 의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 윤리, 나아가 인간의 실존에 관한 철학적 문제까지도 연결되는 중대한 문제이므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따라서 이에 관한 입법은 사회적 논의가 성숙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비로소 국회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여 이를 추진할 사항이다. 또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서 ‘법원의 재판을 통한 규범의 제시’와 ‘입법’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가는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국회의 재량에 속한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