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56>ㄹ. 민사법규는 행위규범의 측면이 강조되는 형벌법규와는 달리 기본적으로는 재판법규의 측면이 훨씬 강조되므로 사회현실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흠결없이 적용될 수 있도록 보다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가능하다.
민법 제406조 제1항 위헌소원
(2007. 10. 25. 2005헌바96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 채권자취소권을 정한 민법 제406조 제1항 중 ‘이익을 받은 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채무자와 수익자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및 수익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부분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채권자취소권제도는 채권자 보호라는 법의 정적 안정성과 관념적 권리인 채권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는 채권자취소의 대상이 되는 법률행위를 사해행위로 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채권자취소의 범위도 책임재산의 보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로 제한된다. 또한 사해행위취소의 상대방인 수익자는 채무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또는 담보책임의 추궁에 의하여 손해의 전보를 받을 수 있고, 채권자취소권의 행사기간도 일반 법률행위의 취소권 행사기간보다 훨씬 단기간으로 정함으로써(민법 제406조 제2항) 법률관계의 조속한 확정을 도모하고 있다.
한편 입증책임규범은 사실의 존부불명의 경우에 법관으로 하여금 재판을 할 수 있게 하는 보조수단으로서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입증책임을 분배할 것인가는 입법자가 입증책임 분배의 기본원칙에 따라 정할 수 있는 입법형성의 영역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수익자의 악의를 채권자취소권의 장애사유로 정한 것은 채무자보다는 직접적인 거래당사자인 수익자가 스스로의 선의를 입증하는 것이 훨씬 용이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서 그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채무자와 수익자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이나 수익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라는 의미는 사해행위의 객관적 요건을 구비하였다는 것에 대한 인식, 즉 ‘채무자의 재산처분행위에 의하여 그 재산이 감소되어 채권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기거나 이미 부족상태에 있는 공동담보가 한층 더 부족하게 됨으로써 채권자의 채권을 완전하게 만족시킬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고, 달리 법관의 자의적 해석의 위험성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조대현의 한정위헌의견
채권은 원칙적으로 채무자에게만 주장할 수 있는 대인적 권리이고, 채무자의 다른 채권자에게는 채권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 그런데 민법 제406조는 이러한 채권의 본질과 효력에 관한 일반원칙의 예외로서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적법한 법률행위를 취소하고 그 상대방이 적법하게 취득한 권리를 부정할 수 있는 특별한 권능을 부여하고 있는바, 이러한 특별권능은 채무자의 재산처분권을 침해함과 아울러 수익자나 전득자가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특히 필요한 경우에 최소한의 한도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헌법 제37조 제2항).
따라서 민법 제406조를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감소시켜 채무초과로 되는 한도나 수익자·전득자가 받은 이익의 한도를 넘어서 적용하는 것은 채무자의 재산처분권과 수익자·전득자의 재산권을 필요한 한도를 넘어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심판대상조문】
민법 제406조(채권자취소권) ①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위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당시에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생략
【주 문】
민법 제406조 제1항 중 ‘이익을 받은 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판 단】
명확성의 원칙 위배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수익자에 대하여 무엇에 관한 선의를 입증하라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아니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이는 채권자취소권의 주관적 요건인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라는 부분에 대하여 명확성원칙의 위배 여부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인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모든 기본권제한 입법에 대하여 요구되지만(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41), 모든 법률에 있어서 동일한 정도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개개의 법률이나 법조항의 성격에 따라 요구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각각의 구성요건의 특수성과 그러한 법률이 제정되게 된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이러한 명확성의 원칙을 산술적으로 엄격히 관철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므로 어느 정도의 보편적 내지 일반적 개념의 용어사용은 부득이하다고 할 수밖에 없으며, 당해 법률이 제정된 목적과 타 규범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따라 명확성의 구비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헌재 1992. 2. 25. 89헌가104, 판례집 4, 78-79). 특히 민사법규는 행위규범의 측면이 강조되는 형벌법규와는 달리 기본적으로는 재판법규의 측면이 훨씬 강조되므로, 사회현실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흠결 없이 적용될 수 있도록 보다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가능하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라는 의미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사해행위의 객관적 요건을 구비하였다는 것에 대한 인식, 즉 ‘채무자의 재산처분행위에 의하여 그 재산이 감소되어 채권의 공동담보에 부족이 생기거나 이미 부족상태에 있는 공동담보가 한층 더 부족하게 됨으로써 채권자의 채권을 완전하게 만족시킬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대법원도 이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달리 법관의 자의적 해석의 위험성은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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