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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헌마632 -검사의 수사기록 등사 거부행위 위헌확인 사건

산물소리 2017. 12. 28. 16:42

헌법재판소는 2017년 12월 28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법원의 수사서류 열람·등사 허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해당 수사서류의 등사를 거부한 검사의 행위가 피고인인 청구인들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인용(위헌확인)]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등사 거부행위는 권력적 사실행위가 종료된 이후에도 기본권 침해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고, 청구인들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지만, 다수의견과 달리 권리보호이익이 없다고 볼 경우 심판의 이익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재판관 안창호의 별개의견이 있다.


□ 사건개요
○ 청구인들은 ‘□□□□□ □□ □□□모임’에 소속된 변호사들로서, 옥외집회과정에서 관할 경찰서 경비과장의 범죄예방 및 질서유지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고, 피해자인 위 경비과장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는 범죄사실(공무집행방해 및 체포치상) 등으로 기소되었다.
○ 청구인들의 변호인은 피청구인에게 위 형사사건의 수사기록 중 증거로 제출되지 아니한 수사서류에 대하여 열람·등사신청을 하였으나, 피청구인은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2조의3 제1항에 따라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청구인들의 변호인은 관할 법원에 위 형사사건의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허용하도록 할 것을 신청하였다.
○ 법원은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사로부터 위 수사서류를 제출받아 검토한 후, [별지 1] 결정문에 첨부된 ‘[별지 1] 열람·등사 신청 대상 수사서류’를 말한다. 이하 같다.
 기재 순번 1, 2, 3, 4, 6, 7, 8, 9번 서류에 대하여 열람·등사를 허가한다는 결정을 고지하였다.
○ 청구인들의 변호인은 법원의 열람·등사 허용 결정에 따라 위 수사서류에 대하여 다시 피청구인에게 열람·등사를 요청하였으나, 피청구인은 위 수사서류에 대한 열람만을 허용하고 등사를 허용하지 아니하였다.
○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등사 거부행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고합○○○○ 체포치상 등 사건에 관하여 2015. 3. 11. 위 법원이 한 열람·등사 허용 결정에 따라 청구인들의 변호인이 [별지 1] 기재 순번 1, 2, 3, 4, 6, 7, 8, 9번 수사서류에 대하여 한 열람·등사 신청 중 등사 부분에 대하여 2015. 4. 7. 피청구인이 이를 거부한 행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 결정주문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고합○○○○ 체포치상 등 사건에 관하여 2015. 3. 11. 위 법원이 한 열람·등사 허용 결정에 따라 청구인들의 변호인이 [별지 1] 기재 순번 1, 2, 3, 4, 6, 7, 8, 9번 수사서류에 대하여 한 열람·등사 신청 중 등사 부분에 대하여 2015. 4. 7. 피청구인이 이를 거부한 것은, 청구인들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됨을 확인한다.

□ 이유의 요지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보충성원칙 위배 여부(소극)
○ 법원이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에 따라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 허용 결정을 하였음에도 검사가 그 등사를 거부한 행위는 수사서류에 대한 열람·등사권의 완전한 행사를 방해하는 권력적 사실행위로서의 공권력 행사에 해당할 뿐,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헌재 2010. 6. 24. 2009헌마257 참조). 따라서 청구인들이 행정쟁송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의 보충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나. 권리보호이익 존재 여부(적극)
○ 청구인들에 대한 형사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속 중이어서 수사서류를 등사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새로운 증거로 제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경우 항소심 절차가 다시 진행될 수 있어 수사서류를 증거로 제출할 수 있는 기회가 완전히 봉쇄되었다고 볼 수 없고, 상고심에서도 공판기일을 지정하여 변호인으로 하여금 피고인을 위하여 변론하도록 하거나(형사소송법 제387조, 제388조) 필요한 경우에는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변론을 열어 참고인의 진술을 들을 수 있는데(형사소송법 제390조 제2항), 청구인들이 수사서류를 등사하여 참고자료로 제출함으로써 위와 같은 변론 기회를 부여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청구인들의 권리구제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 또한, 법원의 열람·등사 허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수사서류의 등사를 거부하는 검사의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고, 이 사건과 동일한 쟁점에 대하여 헌법적 해명이 이루어진 바 없으므로, 설령 청구인들에 대한 권리보호이익이 소멸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심판청구의 이익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할 것이다.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열람·등사 허용 결정 후의 검사의 거부행위와 기본권의 침해(적극)
○ 검사의 수사서류 등사 거부행위는 변호인의 수사서류 등사를 제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고인인 청구인들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제한한다.
○ 법원의 열람·등사 허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이를 신속하게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해당 증인 및 서류 등을 증거로 신청할 수 없는 불이익을 받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검사의 거부행위는 피고인의 열람·등사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피고인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까지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헌재 2010. 6. 24. 2009헌마257 참조).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은 법원의 수사서류 열람·등사 허용 결정 이후 해당 수사서류에 대한 열람은 허용하고 등사만을 거부하였는데, 변호인이 수사서류를 열람은 하였지만 등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변호인은 형사소송절차에서 청구인들에게 유리한 수사서류의 내용을 법원에 현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되고, 그 결과 청구인들을 충분히 조력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수사서류에 대한 등사만을 거부하였다 하더라도 청구인들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나. 개별 수사서류에 대한 정당한 판단의 필요성(소극)
○ 신속하고 실효적인 구제절차를 형사소송절차 내에 마련하고자 열람·등사에 관한 규정을 신설한 입법취지와, 검사의 열람·등사 거부처분에 대한 정당성 여부가 법원에 의하여 심사된 마당에 헌법재판소가 다시 열람·등사 제한의 정당성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면 이는 법원의 결정에 대한 당부의 통제가 되는 측면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수사서류에 대한 법원의 열람·등사 허용 결정이 있음에도 검사가 열람·등사를 거부하는 경우 수사서류 각각에 대하여 검사가 열람·등사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심사할 필요 없이 그 거부행위 자체로써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헌재 2010. 6. 24. 2009헌마257 참조). 이는 이 사건과 같이 법원의 수사서류에 대한 열람·등사 허용 결정이 있음에도 검사인 피청구인이 해당 서류에 대한 열람만을 허용하고 등사를 거부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수사서류 등사 거부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별도로 심사할 필요 없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것이다.

별개의견(재판관 안창호)
○ 이 사건 등사 거부행위 종료 이후에도 기본권 침해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고, 이 사건 등사 거부행위가 청구인들의 신속,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수의견과 같다. 다만, 이 사건에서 권리보호이익이 없다고 볼 경우 심판의 이익이 인정되는지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 헌법재판소는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기 위해 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을 요한다. 헌법재판소는 2010. 6. 24. 2009헌마257 사건에서, 법원이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 제266조의4에 기초하여 수사서류에 대하여 열람·등사를 허용한 결정을 따르지 아니한 검사의 거부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하는 결정을 하였다. 이 사건은 법원이 위 형사소송법 조항들에 기초하여 수사서류에 대하여 열람·등사를 허용한 결정에 대하여 검사가 열람만 허용하고 등사는 허용하지 아니한 사안으로, 헌법재판소가 이미 위 사건에서 이 사건 등사 거부행위를 포섭하는 권력적 사실행위의 일반적·추상적 내용에 대하여 청구인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까지 침해한다는 헌법적 해명을 하였고, 달리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이 헌법적으로 의미있는 주장을 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등사 거부행위와 관련하여 헌법적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
○ 한편, 헌법재판소는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기 위해 기본권 침해행위의 반복위험성에 대하여도 언급하고 있다.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권력적 사실행위의 반복위험성은 권력적 사실행위의 근거 또는 관련 법령에서 유래된 권력적 사실행위의 일반적·추상적 내용의 반복위험성을 의미하며, 이러한 내용의 반복위험성은 헌법적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징표로 기능한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적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가진 경우’ 또는 ‘기본권 침해행위의 반복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심판의 이익이 인정되는 것처럼 표현하기도 하나, 이는 기본권 침해행위의 반복위험성이 없더라도 예외적으로 헌법적 해명이 필요한 때에 심판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음을 고려한 표현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가 권력적 사실행위의 일반적·추상적 내용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헌법적 해명을 하면,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1항 참조), 그러한 권력적 사실행위의 반복위험성은 부정된다. 이처럼 헌법재판소에서 권력적 사실행위의 일반적·추상적 내용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확인한 경우에는 그 권력적 사실행위에 포섭되는 행위는 반복의 위험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청구인들은 위법한 권력적 사실행위와 관련하여 법원에 권리구제절차를 밟는 것이 가능하다. 결국 법원의 등사 허용결정을 위반한 이 사건 등사 거부행위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취지에 반하여 한 권력적 사실행위로서 그 반복가능성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 그렇다면 이 사건 등사 거부행위에 대한 심판청구는 심판의 이익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입법론적으로는 법원의 열람·등사에 관한 결정에 대한 불복수단으로 집행정지효가 있는 즉시항고를 명문으로 허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결정의 의의
○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에 기한 법원의 수사서류 열람·등사 허용 결정이 있음에도 검사가 해당 서류의 열람·등사를 거부한 행위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그러한 행위가 피고인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결정을 한 바 있는데(헌재 2010. 6. 24. 2009헌마257 참조), 이 사건에서 위 형사소송법 조항에 따라 법원이 열람·등사를 허용한 수사서류에 대하여 검사가 열람은 허용하고 등사만을 거부한 행위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위헌 결정을 선고함으로써, 위 형사소송법 조항에 기한 법원의 수사서류 열람·등사 허용 결정의 의미와 효력을 보다 분명히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