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2항 위헌소원
2014헌바180 과거사 민주화보상법 ‘재판상 화해 간주’ 사건
헌법재판소는 2018년 8월 30일 재판관 7 : 2의 의견으로,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2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일부위헌]
이에 대하여, 위 법률조항은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하여 합헌이고, 가사 국가배상청구권 침해 여부를 검토하더라도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이 있다.
□ 사건개요
○ 청구인들 및 제청신청인들은 ㉠ 노동조합에서 활동하거나 언론탄압에 맞서 시위에 참여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국가기관의 지시에 따라 해고되거나 재취업이 어렵게 된 사람들의 본인 또는 그 유족, ㉡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1, 4, 9호를 위반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징역형 등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거나 공소기각결정·면소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들의 본인 또는 그 유족, ㉢ 구 계엄법 등 법률을 위반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징역형 등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사람들의 본인 또는 그 유족이다.
○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민주화보상법’이라 함)에 따라 구성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 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함)는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여 청구인·제청신청인 본인 또는 그 피상속인을 ‘민주화운동 관련자’(이하 ‘관련자’라 함)로 심의·결정한 후 2002년 내지 2012년경 보상금 등을 지급하는 결정을 하였고, 청구인들 및 제청신청인들은 그 무렵 위 지급결정에 동의한 후 보상금 등을 지급받았다.
○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제9호를 위헌으로 결정하였고(2010헌바70등), 대법원은 긴급조치 제1호, 제4호, 제9호를 위헌으로 판단하였다(2010도5986; 2011초기689; 2011도2631). 이후 긴급조치 위반을 이유로 한 기존 유죄판결 및 구 계엄법 등 법률위반을 이유로 한 기존 유죄판결은 재심절차에서 취소되어 무죄 또는 면소판결이 선고되었다.
○ 청구인들 및 제청신청인들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노동조합활동 방해, 강제 해고, 블랙리스트 작성·배포에 의한 취업방해, 불법 체포·구금·고문 등의 가혹행위, 출소 이후에도 계속된 감시,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등에 근거한 유죄판결의 선고 등으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손해 등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였고, 그 소송 계속 중 법원에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다.
- 일부 법원은 제청신청인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2014헌가10, 18, 20, 22, 25, 2018헌가1).
- 일부 법원은 그 제청신청을 기각하였고, 이에 청구인들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2014헌바180, 304, 305, 2015헌바133, 283, 284, 357, 434, 435, 436, 437, 441, 442, 2016헌바23, 49, 64, 67, 73, 98, 165, 215, 244, 308, 348, 375, 393, 2017헌바251, 281, 374, 395, 468, 2018헌바94, 157).
□ 심판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00. 1. 12. 법률 제6123호로 제정되고, 2015. 5. 18. 법률 제132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2항(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함)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00. 1. 12. 법률 제6123호로 제정되고, 2015. 5. 18. 법률 제132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다른 법률에 의한 보상 등과의 관계 등) ② 이 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
□ 결정주문
○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00. 1. 12. 법률 제6123호로 제정되고, 2015. 5. 18. 법률 제132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2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 법정의견 요지
1. 이 사건의 쟁점
○ 심판대상조항 중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의 의미 내용이 불분명하여 헌법상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 심판대상조항에서 위원회의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 재판상 화해의 성립을 간주하는 것은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도 문제된다.
○ 심판대상조항에서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에 동의한 때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의 성립을 간주하는 것은 향후 그와 관련된 국가배상청구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국가배상청구권 침해 여부도 문제된다.
2.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 민주화보상법의 입법취지, 관련 규정의 내용, 신청인이 작성·제출하는 동의 및 청구서의 기재내용 등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포함하여 그가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일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
○ 민주화보상법은 관련규정을 통하여 보상금 등을 심의·결정하는 위원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고, 심의절차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며, 신청인으로 하여금 그에 대한 동의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정하고 있다.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관련자 및 유족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4. 국가배상청구권 침해 여부
○ 헌법은 제23조 제1항에서 일반적 재산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제29조 제1항에서 국가배상청구권을 별도로 규정함으로써,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경우 국민이 국가에 대하 적극적·소극적·정신적 손해에 대한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특별히 보장하고 있다.
○ 민주화보상법은 1999. 12. 28. 여·야의 합의에 따라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심의·의결되었는바, 이는 자신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 등을 감수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함으로써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현재 우리가 보장받고 있는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사람과 유족에 대한 국가의 보상의무를 회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사회적 공감대에 근거하여 제정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정된 심판대상조항은 민주화운동을 위해 희생을 감수한 관련자와 유족에 대한 적절한 명예회복 및 보상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첫 걸음이란 전제에서, 관련자와 유족이 위원회의 지급결정에 동의하여 적절한 보상을 받은 경우 지급절차를 신속하게 이행·종결시킴으로써 이들을 신속히 구제하고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안정성을 부여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 심판대상조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는 적법한 행위로 발생한 ‘손실’과 위법한 행위로 발생한 ‘손해’가 모두 포함되므로,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에는 ‘손실보상’의 성격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의 성격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민주화보상법 및 같은법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보상금 등의 지급대상과 그 유형별 지급액 산정기준 등에 의하면,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은 적극적·소극적 손해 내지 손실에 대한 배·보상 및 사회보장적 목적으로 지급되는 금원에 해당된다.
○ 이를 전제로 먼저, 적극적·소극적 손해(재산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 침해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에는 적극적·소극적 손해 내지 손실에 대한 배·보상의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관련자와 유족이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이 일응 적절한 배·보상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여 이에 동의하고 보상금 등을 수령한 경우 보상금 등의 성격과 중첩되는 적극적·소극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의 추가적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동일한 사실관계와 손해를 바탕으로 이미 적절한 보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동일한 내용의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하는 것이므로, 이를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로 볼 수 없다.
○ 다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 침해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어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정신적 손해에 대해 적절한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적극적·소극적 손해 내지 손실에 상응하는 배·보상이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해당 손해 내지 손실에 관한 적절한 배·보상이 이루어졌음을 전제로 하여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제한하려 한 민주화보상법의 입법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0조 제2문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에 해당한다.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중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관련자와 유족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
5. 결론
○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 요지
○ 민주화보상법의 입법취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 등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포함한 피해 일체를 의미한다.
○ 헌법재판소는 과거 선례를 통해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재판상 화해 간주 조항’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그 피침해기본권을 재판청구권으로 보아 왔다. 심판대상조항은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으나, 위원회의 중립성·독립성이 보장되어 있고, 심의절차에 전문성·공정성이 제고되고 있으며, 신청인은 그 동의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므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한편, 심판대상조항은 재판상 화해의 성립 간주를 규정하고 있을 뿐 국가배상청구권을 직접 제한하는 것은 아닌 점, 재판청구권은 다른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재판청구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면 충분하고, 국가배상청구권 제한 여부를 따로 판단할 실익은 없다.
○ 가사 심판대상조항의 국가배상청구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더라도, 민주화보상법은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하여 이를 지급받을 것인지 여부를 전적으로 관련자 등의 선택에 맡기고 있으며 동의 및 청구서의 기재내용을 통하여 심판대상조항의 의미내용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관련자 등의 불측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는 점, 관련자 등은 보상금 등 지급신청 절차 없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손해에 대해 바로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방법도 가능한 점,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을 경우에는 그에 따르는 시간·비용의 소요와 소송결과의 불확실성이 있으므로 비교적 간이·신속한 위원회의 지급결정에 따른 보상금 등 지급절차가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닌 점, 민주화보상법은 관련자 등에 대한 피해 보상 문제를 일괄하여 신속하고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을 위헌으로 결정하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의 구제절차가 이원화되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에 배치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국가배상청구권의 제한이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 결정의 의의
○ 민주화보상법은 위원회로 하여금 민주화운동 관련자에게 보상금·의료지원금·생활지원금을 지급결정하도록 하되, 관련자가 그 지급결정에 동의하여 보상금 등을 수령한 경우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도록 정하고 있다(심판대상조항).
○ 심판대상조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정신적 손해가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하급심 법원에서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오게 되었고, 대법원 판결을 통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는 정신적 손해를 포함한 피해 일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대법원 2015. 1. 22. 선고 2012다204365 전원합의체 판결).
○ 위 판결 전후로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정신적 손해가 포함된다면 심판대상조항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위헌법률심판(헌가사건) 및 위헌소원(헌바사건)으로 헌법재판소에 제기되었다.
○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대법원 판결의 해석을 존중하여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에서 심판대상조항 중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는 적극적·소극적 손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손해도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한 다음, 심판대상조항 중 적극적·소극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나,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선언하였다.
○ 민주화보상법이 정한 ‘민주화운동’이란 ‘1964년 이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 및 가치의 실현과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을 의미한다. 향후 이 사건 위헌결정에 따라 법원에 계속된 사건의 경우 심리가 재개되거나(헌가사건), 이미 확정된 사건의 경우 재심개시를 통해 심리가 계속된다면(헌바사건), 과거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희생된 사람과 유족들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됨으로써, 민주주의의 발전과 국민화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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