憲 法/判例 헌법

2008헌가22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위헌제청 등

산물소리 2015. 9. 9. 10:33

<司55>② 양심상의 결정을 내세워 입영을 거부하는 것을 처벌하는 것은 형사처벌을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하는 것이므로, ‘양심

  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자유’, 즉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제한한다.

  ⑤ 양심의 자유가 보장하고자 하는 ‘양심’은 민주적 다수의 사고나 가치관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현상으로서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고, 그 대상이나 내용

  또는 동기에 의하여 판단될 수 없으며, 양심상의 결정이 이성적·합리적인지, 타당한지 또는 법질서나 사회규범, 도덕률과 일치하는지 여부는 양심의 존재를 판단하

  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위헌제청 등

(2011. 8. 30. 2008헌가22, 2009헌가7·24, 2010헌가16·37, 2008헌바103, 2009헌바3, 2011헌바16(병합))


 

【판시사항】

1. 구 병역법(2004. 12. 31. 법률 제7272호로 개정되고, 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제1호 및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된 것) 제88조 제1항 제1호(이하 양 조항을 합쳐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3. 이 사건 법률조항이 국제법 존중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 제6조 제1항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민의 의무인 국방의 의무의 이행을 관철하고 강제함으로써 징병제를 근간으로 하는 병역제도 하에서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입영을 기피하는 현역 입영대상자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현역복무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이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다.

또한 병역의무와 관련하여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인지의 문제는 결국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의 문제로 귀결되는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유한 안보상황, 대체복무제 도입시 발생할 병력자원의 손실 문제, 병역거부가 진정한 양심에 의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심사의 곤란성, 사회적 여론이 비판적인 상태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경우 사회 통합을 저해하여 국가 전체의 역량에 심각한 손상을 가할 우려가 있는 점 및 종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제시한 선행조건들이 아직도 충족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형평성이라는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쉽사리 내릴 수 없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채 형사처벌 규정만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최소침해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형사처벌을 받는 불이익을 입게 되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은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이고,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함으로써 양심을 실현하고자 하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부과되는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요구하는 것이므로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의 관점에서 볼 때 타인과 사회공동체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대단히 큰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익균형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2. 이 사건 법률 조항은 병역거부가 양심에 근거한 것이든 아니든, 그 양심이 종교적 양심이든, 비종교적 양심이든 가리지 않고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일 뿐, 양심이나 종교를 사유로 차별을 가하는 것도 아니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3. 우리나라가 1990. 4. 10. 가입한 시민적·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에 따라 바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인정되거나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법적인 구속력이 발생한다고 보기 곤란하고,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명문으로 인정한 국제인권조약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으며, 유럽 등의 일부국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의 보장에 관한 국제관습법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없어 양심적 병역거부가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로서 우리나라에 수용될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한다고 하더라도 국제법 존중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헌법 제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주    문】

구 병역법(2004. 12. 31. 법률 제7272호로 개정되고, 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제1호 및 병역법(2009. 6. 9. 법률 제9754호로 개정된 것) 제88조 제1항 제1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판   단]
(가)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의 제한

1) 헌법은 제19조에서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양심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이다(헌재 2002. 4. 25. 98헌마425등, 판례집 14-1, 351, 363; 2004. 8. 26. 2002헌가1, 판례집 16-2상, 141, 151).
 즉, ‘양심상의 결정’이란 선과 악의 기준에 따른 모든 진지한 윤리적 결정으로서 구체적인 상황에서 개인이 이러한 결정을 자신을 구속하고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양심상의 심각한 갈등이 없이는 그에 반하여 행동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또한 ‘양심의 자유’가 보장하고자 하는 ‘양심’은 민주적 다수의 사고나 가치관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현상으로서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양심은 그 대상이나 내용 또는 동기에 의하여 판단될 수 없고, 양심상의 결정이 이성적·합리적인지, 타당한지 또는 법질서나 사회규범, 도덕률과 일치하는지 여부는 양심의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민주적 다수는 법과 사회의 질서를 그들의 정치적 의사와 도덕적 기준에 따라 형성하기 때문에, 국가의 법질서나 사회의 도덕률과 갈등을 일으키는 양심은 현실적으로 이러한 법질서나 도덕률에서 벗어나려는 소수의 양심이다.

그러므로 양심상 결정이 어떠한 종교관·세계관 또는 그 밖의 가치체계에 기초하고 있는지와 관계없이, 모든 내용의 양심상 결정이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어야 한다.

 

2)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는 크게 양심형성의 내부영역과 이를 실현하는 외부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므로, 그 구체적인 보장내용에 있어서도 내심의 자유인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하는 ‘양심실현의 자유’로 구분된다.

양심형성의 자유란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간섭이나 강제를 받지 않고 개인의 내심영역에서 양심을 형성하고 양심상의 결정을 내리는 자유를 말하고, 양심실현의 자유란 형성된 양심을 외부로 표명하고 양심에 따라 삶을 형성할 자유, 구체적으로는 양심을 표명하거나 또는 양심을 표명하도록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양심표명의 자유),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받지 아니할 자유(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 양심에 따른 행동을 할 자유(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모두 포함한다.

 양심의 자유 중 양심형성의 자유는 내심에 머무르는 한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기본권인 반면,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권리인 양심실현의 자유는 법질서에 위배되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인 자유이다(헌재 1998. 7. 16. 96헌바35, 판례집 10-2, 159, 166 참조).

 3) 헌법 제39조는 국민의 의무로서 국방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헌법상 국방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한 법률 중 하나인 병역법에 의하면, 국민이 부담하는 병역의 종류에는 현역, 예비역, 보충역, 제1국민역, 제2국민역이 있으며(제5조), 이중 현역은 신체검사와 심리검사로 이루어진 징병검사를 거쳐 신체등위의 판정을 받은 자들 중 신체건강한 사람(신체등위 제1급에서 제4급까지)으로 편성되고(제14조 제1항 제1호), 입영한 날부터 원칙적으로 군부대에서 복무하여야 한다(제18조 제1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와 같은 현역복무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자 현역 입영대상자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기일부터 3일이 경과하여도 입영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들에 대하여 형사 처벌할 것을 정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기피하는 경우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나, 양심상의 결정을 내세워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이므로(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양심적 병역거부자도 일반 병역기피자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처벌을 받게 된다.

자신의 종교관·가치관·세계관 등에 따라 전쟁과 그에 따른 인간의 살상에 반대하는 진지한 양심이 형성되었다면,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결정은 양심에 반하여 행동할 수 없다는 강력하고 진지한 윤리적 결정인 것이며, 현역복무라는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은 개인의 윤리적 정체성에 대한 중대한 위기상황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상반된 내용의 2개의 명령 즉, ‘양심의 명령’과 ‘법질서의 명령’이 충돌하는 경우에 양심의 목소리를 따를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양심의 자유가 보장하고자 하는 영역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 처벌을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하고 있으므로,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자유’, 즉,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