憲 法/判例 헌법

2000헌마138 전원재판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침해 위헌확인

산물소리 2015. 10. 5. 07:24
<司55>ㄷ.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형사피고인뿐만 아니라 형사피의자에게도 헌법상의 기본권으로서 인정된다.x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침해 위헌확인

(2004. 9. 23. 2000헌마138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청구인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당시 이미 이 사건 거부행위의 대상이 된 사실행위(피의자신문)가 종료되었다 하더라도 심판청구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적극)

2.불구속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헌법적 근거 및 별도의 입법형성 없이 직접 도출되는 범위

3.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을 받을 때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적극)

4.피청구인이 2000. 2. 16. 청구인들로부터 청구인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들이 참여하여 조력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한 행위(이하 ‘이 사건 행위’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인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1.청구인이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당시 이미 이 사건 행위의 대상이 된 피청구인의 사실행위(피의자신문)가 종료되었고 이로써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의 침해도 종료되었기 때문에, 이 사건 심판청구가 인용된다 하더라도 청구인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심판청구를 통하여 청구인들이 다투고자 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신체구속을 당하지 아니한 피의자의 신문에 변호인이 참여할 권리를 함께 포함하는지의 여부이고, 이러한 문제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라는 기본권의 보호범위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로서 위헌 여부의 해명이 헌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비록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빚어진 위헌·위법상태는 이미 종료되었지만 그의 위헌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은 심판청구의 이익이 있어 적법하다.

2.우리 헌법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불구속 피의자·피고인 모두에게 포괄적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규율하고 있지는 않지만, 불구속 피의자의 경우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우리 헌법에 나타난 법치국가원리, 적법절차원칙에서 인정되는 당연한 내용이고, 헌법 제12조 제4항도 이를 전제로 특히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 피의자·피고인의 구속 여부를 불문하고 조언과 상담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변호인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은 변호인선임권과 마찬가지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고, 변호인과 상담하고 조언을 구할 권리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 중 구체적인 입법형성이 필요한 다른 절차적 권리의 필수적인 전제요건으로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그 자체에서 막바로 도출되는 것이다.

3.불구속 피의자나 피고인의 경우 형사소송법상 특별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스스로 선임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위하여 변호인을 옆에 두고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은 수사절차의 개시에서부터 재판절차의 종료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가능하다. 따라서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을 대동하여 신문과정에서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은 신문과정에서 필요할 때마다 퇴거하여 변호인으로부터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서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장소를 이탈하여 변호인의 조언과 상담을 구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형사소송법 제243조는 피의자신문시 의무적으로 참여하여야 하는 자를 규정하고 있을 뿐 적극적으로 위 조항에서 규정한 자 이외의 자의 참여나 입회를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불구속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조언과 상담을 원한다면, 위법한 조력의 우려가 있어 이를 제한하는 다른 규정이 있고 그가 이에 해당한다고 하지 않는 한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위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4.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이 조언과 상담을 구하기 위하여 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참여 요구를 거부하면서 그 사유를 밝히지도 않았고, 그에 관한 자료도 제출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아무런 이유 없이 피의자신문시 청구인들의 변호인과의 조언과 상담요구를 제한한 이 사건 행위는 평등권침해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청구인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였으므로 취소되어야 할 것이나, 그 행위로 인하여 초래된 위헌적 상태가 이미 종료되었으므로 이를 취소하는 대신 위 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재판관 권 성, 재판관 이상경의 별개의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신체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본권으로 더 이상 국가의 시혜적인 절차형성에 달려있는 권리가 아니며, 불구속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 제10조,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원칙, 헌법 제12조 제4항, 헌법 제2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헌법 제37조 제1항, 법치국가원리의 한 요소인 공정한 절차의 이념 등으로부터 도출되는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국가권력에 대한 관계에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다. 불구속피의자의 진술거부권 등의 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피의자신문과정의 기본권침해 우려를 예방하고, 구속된 피의자 못지 않게 궁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불구속피의자를 보호하며,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필요로 하는 피의자가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불구속피의자에게도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을 참여시킬 권리’를 보장하여야 하며, 이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적 내용이라 할 것이다.

이 사안에서 청구인들의 피의사실은 방어권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받기 위하여 변호인의 적절한 조력을 받을 필요성이 매우 큰 경우이며, 청구인들의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을 참여시킨다고 하더라도 실체적 진실발견을 방해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위험이 높지 않고, 피해자나 참고인의 생명·신체의 안전 등의 법익을 해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등, 피청구인이 이 사건 피의자신문에 변호인참여를 제한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청구인들이 제한받는 기본권에 비하여 더 크다고 하기 어려워 기본권침해를 정당화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지 않고 청구인들이 피의자신문절차에 변호인을 참여시키려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은 이 사건 행위는 청구인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2조 제1항·제2항·제4항·제5항·제7항, 제27조, 제37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0조 (변호인선임권자) ①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

②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와 호주는 독립하여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34조 (피고인, 피의자와의 접견, 교통, 수진)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할 수 있으며 의사로 하여금 진료하게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89조 (구속된 피고인과의 접견, 수진) 구속된 피고인은 법률의 범위내에서 타인과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하며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 (피의자의 출석요구와 진술거부권의 고지) ① 생략

②전항의 진술을 들을 때에는 미리 피의자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09조 (준용규정) 제71조, 제72조, 제75조, 제81조 제1항 본문, 제3항, 제82조, 제83조, 제85조 내지 제91조, 제93조, 제101조 제1항, 제102조 제1항 본문(보석의 취소에 관한 부분을 제외한다)의 규정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피의자 구속에 준용한다.

형사소송법 제243조 (피의자신문과 참여자) 검사가 피의자를 신문함에는 검찰청수사관 또는 서기관이나 서기를 참여하게 하여야 하고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함에는 사법경찰관리를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09조 (강제등 자백의 증거능력) 피고인의 자백이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①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단,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 진 때에 한하여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

②검사 이외의 수사기관 작성의 피의자 신문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4조

1., 2. 생략

3.모든 사람은 그에 대한 형사상의 죄를 결정함에 있어서 적어도 다음과 같은 보장을 완전 평등하게 받을 권리를 가진다.

  (a) 생략

(b)변호의 준비를 위하여 충분한 시간과 편의를 가질 것과 본인이 선임한 변호인과 연락을 취할 것

(c) 생략

(d)본인의 출석하에 재판을 받으며, 또한 직접 또는 본인이 선임하는 자의 법적 조력을 통하여 변호할 것. 만약 법적 조력을 받지 못하는 경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하여 통지를 받을 것. 사법상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및 충분한 지불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경우 본인이 그 비용을 부담하지 아니하고 법적 조력이 그에게 주어지도록 할 것

(e)~(g) 생략

4.~7.생략

 

【주  문】

피청구인이 2000. 2. 16. 청구인들에 대한 피의자신문시 변호인들이 참여하여 조력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구인들의 요청을 거부한 행위는 청구인들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임을 확인한다.

 

 [본안에 관한 판단 ]

(1)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헌법적 근거

헌법은 제12조 제4항에서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규정하고, 제12조 제5항 제1문에서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하여, 같은 항 단서는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하여 각 규정하고 있음은 명백하고, 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권리가 수사의 개시에서부터 판결의 확정시까지 존속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의문이 없다. 그리고 기소된 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국가로 하여금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형사피고인의 경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단순한 사적 권리일 뿐만 아니라 일정한 경우에는 공적 의무에 해당됨을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경우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불구속 피의자·피고인의 경우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범위에서 제외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위 조항이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경우에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헌법의 기본질서 중 하나인 법치국가원리는 법에 따른 국가권력의 행사 및 위법한 국가권력의 행사에 대한 효과적인 권리구제제도의 완비를 요구하고 있다. 형사절차에서 효과적인 권리구제절차는 피의자·피고인을 형사절차의 단순한 객체로 삼는 것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평등원칙을 그 지도이념으로 하여 절차상 무기 대등의 원칙에 따라 권리구제절차가 구성될 것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헌법과 현행 형사법은 ‘무기 대등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하여 피의자·피고인으로 하여금 절차의 주체로서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게 함으로써 국가권력의 형벌권행사에 대하여 적절하게 방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과 기회를 보장하고 있으며, 그 중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이다. 그런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가장 기초적인 구성부분은 변호인선임권이라고 할 것인데, 이는 구속 여부를 떠나 모든 피의자·피고인에게 인정되어야 함은 법치국가원리, 적법절차원칙에 비추어 당연하다.

둘째, 헌법 제12조 제4항은 본문과 단서로 이루어져 있는데, 일반적으로 단서규정은 본문규정 중 특별히 제외하는 영역을 설정하거나 본문 이외에 특별히 추가하고자 하는 영역을 포함하고자 할 때 사용된다. 그런데 헌법 제12조 제4항 단서는,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관하여는 (구속 여부를 불문하고) 피고인에게만 이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그 본문인 (사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은 권리는 (구속 여부를 불문하고) 피의자·피고인 모두에게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해야만 본문과 단서의 관계가 자연스럽고 논리적이다. 따라서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이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경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 것은 불구속 피의자·피고인에 대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배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를 전제로 하여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피의자·피고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특별히 더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결국 우리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불구속 피의자·피고인 모두에게 포괄적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규율하고 있지는 않지만, 불구속 피의자의 경우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우리 헌법에 나타난 법치국가원리, 적법절차원칙에서 인정되는 당연한 내용이고, 헌법 제12조 제4항도 이를 전제로 특히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 대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