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53>ㄱ.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 문제는 입영·소집통지서를 수령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일정기간 내 불응한 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규정의 '정당
한 사유'에 관한 법률해석 및 적용 문제이므로,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판단대상이 되지 않는다. x
ㄴ. 종교의 자유는 양심의 자유에 우선하여 적용되는 특별법적 지위에 있으므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경우에는 종교의 자유 침해 여부에 대해서만
심사한다.x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위헌제청
(2004. 8. 26. 2002헌가1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헌법상 보장되는 양심의 내용
2.양심의 자유로부터 대체복무를 요구할 권리가 도출되는지 여부(소극)
3.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여부의 심사에 일반적인 비례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4.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면 국가안보란 공익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없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명백히 잘못된 것인지 여부(소극)
5.양심보호조치 등에 관한 입법자에 대한 권고
【결정요지】
1. 일반적으로 민주적 다수는 법질서와 사회질서를 그의 정치적 의사와 도덕적 기준에 따라 형성하기 때문에, 그들이 국가의 법질서나 사회의 도덕률과 양심상의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예외에 속한다. 양심의 자유에서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의 법질서나 사회의 도덕률에서 벗어나려는 소수의 양심이다. 따라서 양심상의 결정이 어떠한 종교관·세계관 또는 그 외의 가치체계에 기초하고 있는가와 관계없이, 모든 내용의 양심상의 결정이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된다.
2.양심의 자유는 단지 국가에 대하여 가능하면 개인의 양심을 고려하고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일 뿐, 양심상의 이유로 법적 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거나 법적 의무를 대신하는 대체의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따라서 양심의 자유로부터 대체복무를 요구할 권리도 도출되지 않는다. 우리 헌법은 병역의무와 관련하여 양심의 자유의 일방적인 우위를 인정하는 어떠한 규범적 표현도 하고 있지 않다.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권리는 단지 헌법 스스로 이에 관하여 명문으로 규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될 수 있다.
3.양심의 자유의 경우 비례의 원칙을 통하여 양심의 자유를 공익과 교량하고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양심을 상대화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의 본질과 부합될 수 없다. 양심상의 결정이 법익교량과정에서 공익에 부합하는 상태로 축소되거나 그 내용에 있어서 왜곡·굴절된다면, 이는 이미 ‘양심’이 아니다. 따라서 양심의 자유의 경우에는 법익교량을 통하여 양심의 자유와 공익을 조화와 균형의 상태로 이루어 양 법익을 함께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양심의 자유’와 ‘공익’ 중 양자택일 즉, 양심에 반하는 작위나 부작위를 법질서에 의하여 ‘강요받는가 아니면 강요받지 않는가’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4.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으로서, 이러한 중대한 법익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안보를 저해할 수 있는 무리한 입법적 실험을 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 한국의 안보상황, 징병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는 데 수반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약적 요소 등을 감안할 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헌법적 법익에 손상이 없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 할 것인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에 평화공존관계가 정착되어야 하고, 군복무여건의 개선 등을 통하여 병역기피의 요인이 제거되어야 하며,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자리잡음으로써 그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더라도 병역의무의 이행에 있어서 부담의 평등이 실현되며 사회통합이 저해되지 않는다는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선행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
5.입법자는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공익이나 법질서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적 의무를 대체하는 다른 가능성이나 법적 의무의 개별적인 면제와 같은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양심상의 갈등을 완화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러한 가능성을 제공할 수 없다면, 적어도 의무위반시 가해지는 처벌이나 징계에 있어서 그의 경감이나 면제를 허용함으로써 양심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입법자는 양심의 자유와 국가안보라는 법익의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양 법익을 공존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국가안보란 공익의 실현을 확보하면서도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우리 사회가 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이해와 관용을 보일 정도로 성숙한 사회가 되었는지에 관하여 진지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며, 설사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하더라도, 법적용기관이 양심우호적 법적용을 통하여 양심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보완할 것인지에 관하여 숙고하여야 한다.
재판관 김경일, 재판관 전효숙의 반대의견
1.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에 있어 그 법률이 명령하는 것과 일치될 수 없는 양심의 문제는 법질서에 대해 예외를 인정할지 여부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다수가 공유하는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소수가 선택한 가치가 이상하거나 열등한 것이라고 전제할 수는 없으므로 이 경우 ‘혜택부여’의 관점에서 심사기준을 완화할 것이 아니며, 그 합헌성 여부 심사는 일반적인 기본권제한 원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헌법 제39조에 의하여 입법자에게 국방에 관한 넓은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병역에 대한 예외인정으로 인한 형평과 부정적 파급효과 등 문제를 해결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보호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징집대상자 범위나 구성의 합리성과 같이 본질적으로 매우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는 국방의 전형적 영역에 속하지 않으므로 그에 대한 입법자의 재량이 광범위하다고는 볼 수 없 다.
2.양심적 병역거부가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대한 간절한 희망과 결단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으며, 평화에 대한 이상은 인류가 오랫동안 추구하고 존중해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병역거부를 군복무의 고역을 피하기 위한 것이거나 국가공동체에 대한 기본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무임승차 식으로 보호만 바라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납세 등 각종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함을 부정하지 않고, 집총병역의무는 도저히 이행할 수 없으나 그 대신 다른 봉사방법을 마련해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병역기피의 형사처벌로 인하여 이들이 감수하여야 하는 불이익은 심대하다. 특히 병역거부에 대한 종교와 신념을 가족들이 공유하고 있는 많은 경우 부자가 대를 이어 또는 형제들이 차례로 처벌받게 되고 이에 따라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더 큰 불행을 안겨준다.
3.우리 군의 전체 병력수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현역집총병역에 종사하는지 여부가 국방력에 미치는 영향은 전투력의 감소를 논할 정도라고 볼 수 없고, 이들이 반세기 동안 형사처벌 및 유·무형의 막대한 불이익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입영이나 집총을 거부하여 온 점에 의하면 형사처벌이 이들 또는 잠재적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의무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4.국방의 의무는 단지 병역법에 의하여 군복무에 임하는 등의 직접적인 집총병력형성의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현역복무의 기간과 부담 등을 고려하여 이와 유사하거나 보다 높은 정도의 의무를 부과한다면 국방의무이행의 형평성회복이 가능하다. 또한 많은 다른 나라들의 경험에서 보듯이 엄격한 사전심사절차와 사후관리를 통하여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가려내는 것이 가능하며, 현역복무와 이를 대체하는 복무의 등가성을 확보하여 현역복무를 회피할 요인을 제거한다면 병역기피 문제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병역제도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살펴보면, 입법자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 어떠한 최소한의 고려라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재판관 권 성의 별개의견
이 사건 청구인의 신념은 종교상의 신념이므로 종교의 자유가 문제되는데, 집총거부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헌법적 법익에 손상이 없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입법자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종교에 바탕하지 않은 양심이 내심에 머무르지 않는 경우 비판의 대상이 되며, 비판의 기준은 보편타당성이다. 보편타당성의 내용은 윤리의 핵심 명제인 인(仁)과 의(義), 두가지로 집약되며 적어도 보편타
당성의 획득가능성과 형성의 진지함을 가진 양심이라야 헌법상 보호를 받으며, 보편타당성이 없을 때에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불의한 침략전쟁을 방어하기 위하여 집총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인(仁), 의(義), 예(禮), 지(智)가 의심스러운 행위로서 보편타당성을 가진 양심의 소리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국가안전보장상의 필요성은 헌법유보사항이며 이 사건 법률규정은 청구인에게 외형적인 복종을 요구할 뿐이고 입영기피의 정당한 사유에 대한 의회의 재량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도 없어 양심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민간대체복무의 검토 등 의회의 입법개선의 필요여부에 대한 의회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다수의견의 권고는 권력분립의 원칙상 적절치 않고 오히려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재판관 이상경의 별개의견
헌법 제39조 제1항은 기본권 제한을 명시함으로써 기본권보다 국방력의 유지라는 헌법적 가치를 우위에 놓았다고 볼 수 있고 입법자는 국방력의 유지를 위하여 매우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 및 과잉금지원칙이라는 심사기준은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되기 위해서는 입법자의 입법권한 행사가 정의의 수인한계를 넘어서거나 자의적으로 이루어져 입법재량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의 양심이라는 것 자체가 일관성 및 보편성을 결한 이율배반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이어서 헌법의 보호대상인 양심에 포함될 수 있는지 자체가 문제될 수 있고 적어도 이를 우리 공동체를 규율하는 정의의 한 규준으로 수용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양심을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벌의 부과가 정의의 외형적 한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병역의무의 불이행에 대한 제재가 완화되어도 필요한 국방력이 유지될 수 있는지 여부 등 미래의 상황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이므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벌이 자의적 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
정당한 입법의 방향에 관하여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사건 심판대상과 관련이 없는 대체복무제에 대하여 입법자에게 입법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권고하는 것은 사법적 판단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
【심판대상조문】
병역법(1999. 2. 5. 법률 제5757호로 개정된 것) 제88조 (입영의 기피) ①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 또는 소집기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경과하여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제53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전시근로소집에 대비한 점검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없이 지정된 일시의 점검에 불참한 때에는 6월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
1. 현역입영은 5일
2.~4. 생략
② 생략
【참조조문】
헌법 제19조, 제20조 제1항, 제39조 제1항
【참조판례】
1. 헌재 1997. 3. 27. 96헌가11, 판례집 9-1, 245
헌재 2001. 8. 30. 99헌바92등, 판례집 13-2, 174
헌재 2002. 4. 25. 98헌마425등, 판례집 14-1, 351
3. 헌재 1998. 7. 16. 96헌바35, 판례집 10-2, 159
4. 헌재 2002. 10. 31. 99헌바76등, 판례집 14-2, 410
【당 사 자】
제청법 원 서울남부지방법원
제청신청인 이00
대리인 법무법인 새한양(담당변호사 오종권) 외 7인
당해사 건 서울남부지방법원 2001고단5819 병역법위반
【주 문】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1999. 2. 5. 법률 제5757호로 개정된 것)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판 단]
나.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
헌법은 제39조에서 국민의 의무로서 국방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헌법상의 국방의무를 구체화하는 병역법 제3조는 대한민국 국민인 남자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기 위하여 현역입영대상자들이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기일로부터 5일이 경과하여도 입영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들을 처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병역기피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이라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을 기피하는 경우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나, 양심상의 결정을 내세워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여기서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판결 참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도 일반 병역기피자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자신의 종교관·가치관·세계관 등에 따라 전쟁과 그에 따른 인간의 살상에 반대하는 진지한 양심이 형성되었다면,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결정은 양심상의 갈등이 없이는 그에 반하여 행동할 수 없는 강력하고 진지한 윤리적 결정인 것이며,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은 개인의 윤리적 정체성에 대한 중대한 위기상황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상반된 내용의 2개의 명령 즉, ‘양심의 명령’과 ‘법질서의 명령’이 충돌하는 경우에 개인에게 그의 양심의 목소리를 따를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양심의 자유가 보장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사처벌이라는 제재를 통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하고 있으므로, ‘국가에 의하여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요당하지 아니 할 자유’, ‘양심에 반하는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 할 자유’ 즉,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한편, 헌법 제20조 제1항은 종교의 자유를 따로 보장하고 있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종교의 교리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종교의 자유도 함께 제한된다. 그러나 양심의 자유는 종교적 신념에 기초한 양심뿐만 아니라 비종교적인 양심도 포함하는 포괄적인 기본권이므로, 이하에서는 양심의 자유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헌법은 제5조 제2항에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국군의 신성한 의무라고 규정하면서 제39조 제1항에서 국가안전보장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을 밝히면서 제76조 제1항에서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대통령에게 국가긴급권을 부여하고 있고, 제91조에서 대통령의 자문기관으로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두도록 규정하는 등 ‘국가의 안전보장’을 중대한 헌법적 법익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의 안전보장’은 국가의 존립과 영토의 보존, 국민의 생명·안전의 수호를 위한 불가결한 전제조건이자 모든 국민이 자유를 행사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조건으로서 헌법이 이를 명문으로 규정하는가와 관계없이 헌법상 인정되는 중대한 법익이며, 국방의 의무는 국가의 안전보장을 실현하기 위하여 헌법이 채택한 하나의 중요한 수단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민의 의무인 ‘국방의 의무’의 이행을 관철하고 강제함으로써 징병제를 근간으로 하는 병역제도 하에서 병역자원의 확보와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헌법적 법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라. 양심실현의 자유의 보장문제
(1) 헌법적 질서의 일부분으로서 양심실현의 자유
(가) 양심의 자유가 개인의 내면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양심형성의 자유뿐만 아니라 외부세계에서 양심을 실현할 자유를 함께 보장하므로, 양심의 자유는 법질서나 타인의 법익과 충돌할 수 있고 이로써 필연적으로 제한을 받는다. 양심의 자유를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이 아니라 할지라도, 국민 모두에 대
하여 적용되는 법률은 국민 누군가의 양심과 충돌할 가능성을 항상 내재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는 헌법상의 기본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자유로서 실정법적 질서의 한 부분이다. 기본권적 자유는 법적 자유이며, 법적 자유는 절대적 또는 무제한적으로 보장될 수 없다. 국가의 존립과 법질서는 국가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자유를 행사하기 위한 기본적 전제조건이다. 기본권의 행사가 국가공동체 내에서의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모든 기본권의 원칙적인 한계이며, 양심의 자유도 헌법적 질서 내에 자리잡음으로써 모든 헌법적 법익을 구속하는 이러한 한계가 이미 설정되었다.
따라서 양심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은, 곧 개인이 양심상의 이유로 법질서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든 개인이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여 합헌적인 법률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으며, 개인의 양심이란 지극히 주관적인 현상으로서 비이성적·비윤리적·반사회적인 양심을 포함하여 모든 내용의 양심이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가의 법질서는 개인의 양심에 반하지 않는 한 유효하다.’는 사고는 법질서의 해체, 나아가 국가공동체의 해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어떠한 기본권적 자유도 국가와 법질서를 해체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그러한 의미로 해석될 수 없다.
(나)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는 개인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양심의 자유는 단지 국가에 대하여 가능하면 개인의 양심을 고려하고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일 뿐, 양심상의 이유로 법적 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거나 법적 의무를 대신하는 대체의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따라서 양심의 자유로부터 대체복무를 요구할 권리도 도출되지 않는다. 우리 헌법은 병역의무와 관련하여 양심의 자유의 일방적인 우위를 인정하는 어떠한 규범적 표현도 하고 있지 않다.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할 권리는 단지 헌법 스스로 이에 관하여 명문으로 규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될 수 있다.
(2)국방의 의무와 양심실현의 자유의 경우 법익교량의 특수성
양심실현의 자유의 보장 문제는 ‘양심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통하여 실현하고자 하는 ‘헌법적 법익’ 및 ‘국가의 법질서’ 사이의 조화의 문제이며, 양 법익간의 법익형량의 문제이다.
그러나 양심실현의 자유의 경우 법익교량과정은 특수한 형태를 띠게 된다. 수단의 적합성, 최소침해성의 여부 등의 심사를 통하여 어느 정도까지 기본권이 공익상의 이유로 양보해야 하는가를 밝히는 비례원칙의 일반적 심사과정은 양심의 자유에 있어서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양심의 자유의 경우 비례의 원칙을 통하여 양심의 자유를 공익과 교량하고 공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양심을 상대화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의 본질과 부합될 수 없다. 양심상의 결정이 법익교량과정에서 공익에 부합하는 상태로 축소되거나 그 내용에 있어서 왜곡·굴절된다면, 이는 이미 ‘양심’이 아니다. 이 사건의 경우 종교적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자에게 병역의무의 절반을 면제해 주거나 아니면 유사시에만 병역의무를 부과한다는 조건 하에서 병역의무를 면제해 주는 것은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존중하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양심의 자유의 경우에는 법익교량을 통하여 양심의 자유와 공익을 조화와 균형의 상태로 이루어 양 법익을 함께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양심의 자유’와 ‘공익’ 중 양자택일 즉, 양심에 반하는 작위나 부작위를 법질서에 의하여 ‘강요받는가 아니면 강요받지 않는가’의 문제가 있을 뿐이다.
마.이 사건 법률조항이 양심실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의 여부
(1)개인이 법률에 의하여 양심실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법률이 국민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법적 의무를 부과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윤리적 갈등상황을 특별히 배려해 주지 않는다는 것 즉, 개인의 양심상의 갈등상황을 고려하는 의무면제규정이나 대체의무규정과 같은 특례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문제삼는 경우이다.
국가가 양심실현의 자유를 보장하는가의 문제는 법공동체가 개인의 양심을 존중하는 방법을 통하여 양심상의 갈등을 덜어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에 관한 문제이다. 결국 양심실현의 자유의 보장문제는 ‘국가가 민주적 공동체의 다수결정과 달리 생각하고 달리 행동하고자 하는 소수의 국민을 어떻게 배려하는가.’의 문제, 소수에 대한 국가적·사회적 관용의 문제이며, ‘국가가 자신의 존립과 법질서를 유지하면서도 또한 개인의 양심도 보호하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양심의 자유는 일차적으로 입법자에 대한 요청으로서 가능하면 양심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도록 법질서를 형성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기본권이다. 법적 의무와 개인의 양심이 충돌하는 경우 법적 의무의 부과를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실현과 법질서를 위태롭게 함이 없이 법적 의무를 대체
하는 다른 가능성이나 법적 의무의 개별적 면제와 같은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양심상의 갈등이 제거될 수 있다면, 입법자는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하여 개인의 양심과 국가 법질서의 충돌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
(2)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의 문제는 ‘입법자가 양심의 자유를 고려하는 예외규정을 두더라도 병역의무의 부과를 통하여 실현하려는 공익을 달성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문제이다. 입법자가 공익이나 법질서를 저해함이 없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음에도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이는 일방적으로 양심의 자유에 대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되어 위헌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는 자에 대하여 아무런 대체의무의 부과없이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의무로부터 면제하는 것은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 특권을 부여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양심의 자유가 국민의 의무로부터의 예외를 요청한다면, 국가적 관용과 예외의 허용이 소수의 특권이 되지 않도록 국가는 가능하면 다른 대체의무의 부과를 통하여 이러한 불평등적 요소를 상쇄해야 한다.
병역의무와 관련하여 의무부과의 불평등적 요소를 가능하면 제거하면서도 개인의 양심을 고려하는 수단 즉, 양심과 병역의무라는 상충하는 법익을 이상적으로 조화시키는 방안으로서 대체적 민간복무제(이하 ‘대체복무제’라 한다)가 고려된다.
대체복무제란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하여금 국가기관, 공공단체,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공익적 업무에 종사케 함으로써 군복무를 갈음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현재 실제로 다수의 국가에서 헌법상 또는 법률상의 근거에 의하여 이 제도를 도입하여 병역의무와 양심 간의 갈등상황을 해결하고 있다.
(3)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는 ‘입법자가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국가안보란 공익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의 문제로 귀결된다.
입법자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국가의 전반적인 안보상황, 국가의 전투력, 병력수요, 징집대상인 인적 자원의 양과 질, 대체복무제의 도입시 예상되는 전투력의 변화, 한국의 안보상황에서 병역의무가 지니는 의미와 중요성, 병역의무이행의 평등한 분담에 관한 국민적·사회적 요구, 군복무의 현실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의 안보상황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란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아
무런 지장이 없는지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상이한 평가와 판단이 가능하다.
(가) 한편으로는 다음과 같은 낙관적인 예상이 가능하다.
우선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전체 징병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국방력은 전투력에 의존하는 것만도 아니고, 현대전은 정보전·과학전의 양상을 띠므로 인적 병력자원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병역의무에 대하여 예외를 인정할 경우 병역의무의 형평문제가 제기된다고 하나, 양심의 보호와 형평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며, 다수의 국가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복무기간, 고역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대체복무의 부담이 현역복무와 등가관계가 성립되도록 대체복무제도를 운영한다면, 국방의무의 평등한 이행을 확보할 수 있고, 이 제도를 악용하려는 병역기피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많은 다른 나라들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병역거부가 양심상의 결정에 근거한 것인지에 대한 엄격한 사전심사절차와 사후관리를 통하여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가려내는 것이 가능하므로, 대체복무제도라는 대안을 채택하더라도 국방력의 유지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다.
(나)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예상도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휴전상태에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그간의 군비경쟁을 통하여 축적한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남북이 아직도 적대적 대치상태에 있다. 이와 같이 고유한 안보상황에서 병역의무 및 병역부담의 평등원칙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국방의 개념, 현대전의 양상에 변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나, 국방력에 있어서 인적 병력자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작금의 출산율 감소로 인한 병력자원의 자연감소도 감안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현역복무의 힘든 여건을 감안하면, 대체복무를 통하여 부담의 등가성을 확보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으며, 부담의 등가성을 실현하려는 나머지 대체복무가 양심실현에 대한 징벌적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또한 비록 현 단계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전체 징병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하더라도 형벌을 통하여 일반적으로 병역기피를 억제하였던 예방효과는 대체복무제의 도입으로 인하여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병역비리와 병역기피풍조가 줄기차게 이어져 왔었다는 우리 사회의 지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제도적 대비책만으로 대체복무제를 악용하려는 의도적 병역기피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하는 것은 너무 낙관적이다. 병역부담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력하고 절대적인 우리 사회에서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허용함으로써 의무이행의 형평성문제가 사회적으로 야기된다면, 대체복무제의 도입은 사회적 통합을 결정적으로 저해함으로써 국가전체의 역량에 심각한 손상을 가할 수 있으며, 나아가 국민개병제에 바탕을 둔 전체 병역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
(4)이 사건과 같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성여부가 미래에 나타날 법률 효과에 달려 있다면, 헌법재판소가 어느 정도로 이에 관한 입법자의 예측판단을 심사할 수 있으며, 입법자의 불확실한 예측판단을 자신의 예측판단으로 대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가)입법자에게 인정되는 예측판단권은 법률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비중 및 침해되는 법익의 의미, 규율영역의 특성, 확실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비중이 클수록, 개인이 기본권의 행사를 통하여 타인과 국가공동체에 영향을 미칠수록 즉, 기본권행사의 사회적 연관성이 클수록, 입법자에게는 보다 광범위한 형성권이 인정되므로, 이 경우 입법자의 예측판단이나 평가가 명백히 반박될 수 있는가 아니면 현저하게 잘못되었는가 하는 것만을 심사하게 된다. 이러한 한계까지는 공익을 어떠한 방법으로 실현하고자 하는가의 판단은 입법자의 형성권에 맡겨져야 한다(헌재 2002. 10. 31. 99헌바76등, 판례집 14-2, 410, 432-433 참조).
(나)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비록 양심의 자유가 개인의 인격발현과 인간의 존엄성실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기는 하나, 양심의 자유의 본질이 법질서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국가공동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개인의 양심상 갈등상황을 고려하여 양심을 보호해 줄 것을 국가로부터 요구하는 권리이자 그에 대응하는 국가의 의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입법자가 양심의 자유로부터 파생하는 양심보호의무를 이행할 것인지의 여부 및 그 방법에 있어서 광범위한 형성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국가의 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라는 대단히 중요한 공익으로서, 이러한 중
대한 법익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안보를 저해할 수 있는 무리한 입법적 실험을 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함으로써 양심을 실현하고자 하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부과되는 병역의무에 대한 예외를 요구하는 경우이므로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의 관점에서 볼 때, 타인과 사회공동체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고, 이로써 기본권행사의 강한 사회적 연관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국가가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더라도 국가안보란 공익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하게 잘못되었는가.’하는 명백성의 통제에 그칠 수밖에 없다.
(5) 국가안보상의 중요정책에 관하여 결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과제이다. 국가의 안보상황에 대한 입법자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며, 입법자는 이러한 현실판단을 근거로 헌법상 부과된 국방의 의무를 법률로써 구체화함에 있어서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가진다.
한국의 안보상황, 징병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는 데 수반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약적 요소 등을 감안할 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라는 중대한 헌법적 법익에 손상이 없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 할 것인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사이에 평화공존관계가 정착되어야 하고, 군복무여건의 개선 등을 통하여 병역기피의 요인이 제거되어야 하며,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자리잡음으로써 그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더라도 병역의무의 이행에 있어서 부담의 평등이 실현되며 사회통합이 저해되지 않는다는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선행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다.
병역의무와 양심의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 입법자는 법익형량과정에서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면 양심의 자유를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법익형량의 결과가 국가안보란 공익을 위태롭게 하지 않고서는 양심의 자유를 실현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기 때문에 병역의무를 대체하는 대체복무의 가능성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입법자의 결정은 국가안보라는 공익의 중대함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으로서 입법자의 ‘양심의
자유를 보호해야 할 의무’에 대한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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