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 제2항 등 위헌확인‘혼인 중 여자와 남편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 사건
종국일자 : 2023. 3. 23. /종국결과 : 헌법불합치,기각<‘혼인 중 여자와 남편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 사건>
헌법재판소는 2023년 3월 23일, 아래와 같은 결정을 선고하였다.
1.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혼인 중 여자와 남편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한 생부의 출생신고’를 허용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한‘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제46조 제2항,‘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21. 3. 16. 법률 제17928호로 개정된 것) 제57조 제1항, 제2항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고, 위 법률조항들은 2025. 5.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헌법불합치] 이에 대해서는 재판관 이은애의 보충의견이 있다.
2. 재판관 8:1의 의견으로, 생부인 청구인들의 위 법률조항들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기각] 이에 대해서는 재판관 이선애의 반대의견이 있다.
□ 사건개요
○ 청구인들은 생래적 혈연관계가 인정되는 생부들(①)과 혼인 외 출생자들(②)인바, 모가 남편과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남편 아닌 ‘생부인 청구인들’과 사이에서 ‘혼인 외 출생자인 청구인들’을 낳았다.
○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 제2항은 혼인 외 출생자의 출생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생부에 의한 출생신고를 허용하지 아니하고, 제57조 제1항은 본문에서 부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하여 인지의 효력이 있는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같은 항 단서와 제57조 제2항에 따라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할 수 있는 범위를 좁게 규정하여, 모가 혼인 관계에 있을 경우에 모의 혼인 외 자녀는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므로 그 혼인 외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생부는 자신의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기 어렵게 규정되어 있다.생부인 청구인들(①)은 각자 자신의 혼인 외 출생자인 청구인들(②)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려고 하였으나, 위 조항들로 인하여 곧바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다.
○ 이에 청구인들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 제2항과 제57조 제1항 단서, 제2항이 혼인 외 출생자인 청구인들의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 생부인 청구인들의 양육권, 가족생활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21. 8. 1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제46조 제2항(이하, ‘이 사건 출생신고의무자조항’이라 한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21. 3. 16. 법률 제17928호로 개정된 것, 이하 연혁에 관계없이 ‘가족관계등록법’으로 약칭한다) 제57조 제1항 및 제2항(이하, ‘이 사건 친생자출생신고조항’이라 하고, 이 사건 출생신고의무자조항과 합하여 ‘심판대상조항들’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제46조(신고의무자) ②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21. 3. 16. 법률 제17928호로 개정된 것)
제57조(친생자출생의 신고에 의한 인지) ① 부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하여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한 때에는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 다만, 모가 특정됨에도 불구하고 부가 본문에 따른 신고를 함에 있어 모의 소재불명 또는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제출에 협조하지 아니하는 등의 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신고를 할 수 있다.
② 모의 성명ㆍ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의 전부 또는 일부를 알 수 없어 모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 또는 모가 공적 서류ㆍ증명서ㆍ장부 등에 의하여 특정될 수 없는 경우에는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할 수 있다.
□ 결정주문
1.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제46조 제2항,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21. 3. 16. 법률 제17928호로 개정된 것) 제57조 제1항, 제2항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들은 2025. 5.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2. 생부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 이유의 요지
○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가 기본권인지 여부
- 출생신고는 사람의 출생과 관련된 사실을 공적 장부인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이다. 출생등록은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는 첫 단계이자 인격을 형성해 나아가는 전제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이 되지 않는다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아동으로서는 이러한 관계 형성의 기회가 완전히 박탈될 수 있다.
- 출생등록을 통하여 아동을 다른 아동과 구별할 수 있게 되므로, 출생등록에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정보인 아동의 출생일시, 출생지, 아동의 성명, 아동의 부모에 관한 정보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아동의 부모에 관한 정보는 아동을 양육할 권리와 의무가 당해 부모에게 있음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출생등록은 아동이 부모와 가족 등의 보호 하에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한다.
-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 ‘출생 후 아동이 보호를 받을 수 있을 최대한 빠른 시점’에 아동의 출생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를 국가가 관리할 수 있도록 등록할 권리로서, 아동이 사람으로서 인격을 자유로이 발현하고, 부모와 가족 등의 보호 하에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이는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으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로서 헌법 제10조뿐만 아니라, 헌법 제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헌법 제36조 제1항의 가족생활의 보장, 헌법 제34조 제4항의 국가의 청소년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실시의무 등에도 근거가 있다. 이와 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는 앞서 언급한 기본권 등의 어느 하나에 완전히 포섭되지 않으며, 이들을 이념적 기초로 하는 헌법에 명시되지 아니한 독자적 기본권으로서, 자유로운 인격실현을 보장하는 자유권적 성격과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보장하는 사회적 기본권의 성격을 함께 지닌다.
○ 심판대상조항들이 혼인 외 출생자인 청구인들(②)의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 - 적극
- 혼인 중인 여자와 남편이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의 경우, 혼인 중인 여자와 그 남편이 출생신고의 의무자에 해당한다(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1항). 생부는 모의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는 자신의 혼인 외 자녀에 대하여 곧바로 인지의 효력이 있는 친생자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그런데 모가 장기간 남편 아닌 남자와 살면서 혼인 외 자녀의 출생신고를 한다는 것은 자신이 아직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자백하는 것이고, 혼인 외 출생한 자녀가 모의 남편의 자녀로 추정됨으로써 남편이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를 통하여 쉽게 아내의 부정한 행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가 신고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점이 담보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남편이 해당 자녀의 출생의 경위를 알고도 출생신고를 하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 신고적격자로 규정된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을 때 출생신고를 할 수 있으나, 이는 의무적인 것이 아니며,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혼인 외 출생자의 구체적 사정을 출생 즉시 파악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현실을 살펴보더라도,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출생신고는 대부분 아동학대로 인하여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이나 아동을 보호하고 있는 사회단체의 요청으로 출생신고가 된 것이지, 생부가 검사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출생신고를 요청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이처럼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현행 출생신고제도는 혼인 중 여자와 남편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인 청구인들과 같은 경우 출생신고가 실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 가족관계등록제도는 민법에 따른 신분관계를 등록ㆍ공시하여야 하므로, 심판대상조항들은 민법상 친생추정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순을 방지하고자, 혼인 외 출생자의 생부에게 출생신고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인지의 효력이 있는 친생자출생신고만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신고기간 내에 모나 그 남편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생부가 생래적 혈연관계를 소명하여 인지의 효력이 없는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출산을 담당한 의료기관 등이 의무적으로 모와 자녀에 관한 정보 등을 포함한 출생신고의 기재사항을 미리 수집하고, 그 정보를 출생신고를 담당하는 기관에 송부하도록 하여 출생신고가 이루어지도록 한다면, 민법상 신분관계와 모순되는 내용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출생신고가 이루어질 수 있다.
- 혼인 중 여자가 남편 아닌 남자와의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의 경우 출생신고가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사회보험, 사회보장 수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주민등록이나 신분확인이 필요한 거래를 하기도 어려우며, 상대적으로 학대당하거나 유기되기 쉽고,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출생등록이 혼인 외 출생자의 인격 형성 및 부모와 가족 등의 보호 하에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들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넘어서서 실효적으로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혼인 중 여자와 남편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에 해당하는 혼인 외 출생자인 청구인들의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침해한다.
○ 심판대상조항들이 생부인 청구인들(①)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 소극
- 심판대상조항들은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의무자와 적격자를 규정함에 있어서, 혼인 중인 여자와 남편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의 경우, 남편 아닌 남자인 생부가 자신의 혼인 외 자녀에 대해서 출생신고를 허용하도록 규정하지 아니하였다. 특히 이 사건 출생신고의무자조항이 혼인 외 출생자의 출생신고의무자를 모로 한정한 것은, 모는 출산으로 인하여 그 출생자와 혈연관계가 형성되는 반면에, 생부는 그 출생자와의 혈연관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수도 있고, 그 출생자의 출생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는 점에 있다. 이에 가족관계등록부는 모를 중심으로 출생신고를 규정하고, 모가 혼인 중일 경우에 그 출생자는 모의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도록 한 민법의 체계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들이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의무를 모에게만 부과하고, 남편 아닌 남자인 생부에게 자신의 혼인 외 자녀에 대해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들은 생부인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 헌법불합치 결정 및 계속 적용 명령
- 심판대상조항들의 위헌성은 심판대상조항들이 혼인 중인 여자와 남편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남편 아닌 남자’인 생부의 출생신고 자체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등 혼인 외 출생자인 청구인들의 출생등록을 실효적으로 보장하지 못하는 점에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출생신고의무자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1차적 신고의무자가 사라지게 되고, 이 사건 친생자출생신고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모가 혼인 중이 아님에도 생부가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수 없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나아가 입법자는 출생등록을 실효적으로 보장하면서도 법적 부자관계의 형성에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할 일차적 책임과 재량이 있다.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들에 대하여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한다. 입법자는 늦어도 2025. 5. 31.까지는 개선입법을 이행하여야 한다.
□ 재판관 이선애의 생부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에 대한 반대의견
○ 나는 심판대상조항들이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침해한다고 생각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법정의견에 참여하였다. 이에 덧붙여 나는 심판대상조항들이 생부인 청구인들의 가족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점에서도 헌법불합치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의견을 남긴다.
○ 생부의 가족생활의 자유
- 헌법 제36조 제1항은 가족생활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하여, 가족생활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가족관계는 부모의 혼인관계 여부나 생부가 모 아닌 혼인신고를 마친 배우자인 아내가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모와 생래적 혈연관계에 있는 자녀 사이에서 인정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모와 혼인관계에 있지 아니한 생부와 생래적 혈연관계가 있는 자녀 사이에서도 가족관계는 성립된다고 생각한다.
- 과학기술의 발달로 유전자검사가 손쉽게 이루어지고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도 대폭 단축된 상황에서 생부와 자녀 사이에 생래적 혈연관계는 쉽게 확인될 수 있게 된 상황, 아버지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는 존재로 여겨지던 혼인 외 출생자의 생부에 대한 사회통념을 깨뜨리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자녀를 보호하고 양육하려는 생부들이 우리사회에 등장하기 시작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부모가 혼인을 하지 않았거나 모가 혼인한 상황에서 남편 아닌 남자와 사이에서 자녀가 출생한 경우에, 생부가 생래적 혈연관계에 있는 그 자녀와의 사이에서 성립된 가족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가족생활의 자유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 가족생활의 자유는 가족 내에서의 활동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가족 내에서의 활동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성년인 부모 등이 미성년인 가족구성원인 자녀를 부양과 양육, 보호 등을 하는 것이다. 이는 법제도 형성 이전의 인간의 자연적인 생활 모습과 관련되는 것이다(헌재 2011. 2. 24. 2009헌바89등 참조). 출생신고는 사람의 출생과 관련된 사실을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로, 이를 통하여 자녀가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부모와 가족, 사회의 보호를 받아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된다. 생부가 생래적 혈연관계가 인정되는 자녀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자녀에 대해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자녀를 보호하고자 하는 자연적인 생활 모습을 구현하는 것이다.
- 따라서 모가 제3자와 혼인관계에 있는 경우에도, 생부가 자신과 모 사이에서 출생한 생래적 혈연관계가 인정되는 자녀에 대해서 출생신고를 하는 것은 헌법상 가족생활의 자유로 보호되는 영역의 범위 안에 있다.
○ 생부인 청구인들의 가족생활의 자유 침해 여부
- 혼인 중 여자와 남편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하여 출생신고의무자인 모나 그 남편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그 자녀의 복리를 위해 출생신고를 이행할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으로서 생부를 상정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 신고기간 내에 모나 그 남편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에 생부가 생래적 혈연관계를 소명하여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하여 인지의 효력이 없는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더라도, 생부가 신고인으로서 출생신고를 할 뿐, 혼인 외 출생자의 ‘부’로 기재되지 않고, 생모만 ‘모’란에 기재되도록 하는 방안을 고안한다면, 민법상 친생추정조항에 모순되거나 법적 부자관계가 이중적으로 형성되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 한편, 심판대상조항들로 인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민법 등에 모순되지 않는 정확한 신분관계의 공시로 인한 사회혼란의 방지, 특히 민법상 친생추정제도와 모순되는 출생신고를 방지하는 것이다. 민법상 친생추정제도는 자의 복리를 위해 매우 중요한 제도이므로(헌재 2015. 4. 30. 2013헌마623 참조), 심판대상조항들 역시 자의 복리를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생모나 민법상 친생추정을 받는 생모의 남편이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한다는 점이 담보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민법상 친생추정에 따른 법적 신분관계 형성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혼인 외 출생자의 보호를 위해 생부가 출생신고 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심판대상조항들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훼손되지 아니한다.또한, 생부가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생부가 생래적 혈연관계가 확인된 혼인 외 출생자의 인격권 발현에 관여하여 혼인 외 출생자의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완하는 측면이 있어 자의 복리를 실효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결국 심판대상조항들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은, 민법상 친생추정을 받는 생모와 그 남편의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가 담보될 수 없을 때 민법상 친생추정에 따른 법적 신분관계의 형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혼인 외 출생자를 보호하기 위해 생부의 출생신고를 허용함으로써 가족생활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보다 더 중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들은 피해의 최소성과 법익균형성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생부인 청구인들의 가족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
□ 재판관 이은애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 의료기관에 의한 출생통보제와 그 제도적 보완책
- 우리나라는 아동의 출생신고 의무를 일차적으로 부모에게만 부담시키고 있어 부모의 자발적 신고가 없으면 아동의 출생을 국가가 인지하기 어렵다. 이로 인하여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에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부모에 의한 출생신고가 이루어지기 전에 신속하게 아동의 출생에 관여한 의료기관에 의하여 출생사실이 통보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들도 출생신고 내지 통보에 대한 책임을 일차적으로 의료기관에 부여하거나, 의료기관과 부모 모두에게 부여하고 있다.
- 다만, 의료기관에서 출생사실을 통보할 경우 출산 사실을 기록에 남기고 싶지 않는 미혼모 등은 병원에서의 출산을 기피할 수 있으므로, 미혼모 등이 익명으로 출산하기를 원하는 경우에도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여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혼모 등과 출생 아동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확대하는 등 제도적 보완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 외국인 아동을 위한 신분등록제도의 개선
- 우리나라의 가족관계등록부는 대한민국 국민만 신분등록이 가능한 국적부로서 기능하고 있으므로,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아동은 출생등록이 불가능하다. 예컨대 한국인 부와 외국인 모 사이의 혼인 외 출생자는 출생등록까지 나아가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고,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경우, 부 또는 모가 본국 대사관을 통한 신분등록이 어려운 상황에서 출생한 자녀는 본국으로의 귀국 자체가 봉쇄되는 등, 출생과 동시에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들을 보장받지 못한다.
- 현재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운영되는 외국인등록제도는 외국인이 본국에 출생등록을 하고 국적을 확인받을 것을 전제로 한다. 본국법에 따른 신분등록이 어려운 외국인 자녀는 외국인등록 또한 할 수 없어,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제도로서 기능하지 못한다.
- 누구든지 자신이 출생한 지역의 관할 국가에 의하여 출생사실이 공적으로 기록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의 발급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권리는 ‘국민의 권리’가 아닌 ‘인간의 권리’로서 아동의 국적이나 체류자격에 따라 그 보장의 필요성이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 외국 입법례를 보더라도 자국의 신분등록제도를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 그러므로 외국 국적 또는 무국적 아동에게도 합법적 체류자격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출생등록이 가능하도록 신분등록제도를 개선하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는 이를 단지 법적으로만 허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등록 체류사실이 출생등록에 저해가 되거나 단속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장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외국인 부모가 아동의 출생등록을 위한 행정절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현실적 여건도 함께 갖추어야 할 것이다.
□ 결정의 의의
- 현행 가족관계등록법하에서는 혼인 중인 여자와 남편이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는 모와 그 남편만이 할 수 있고, 생부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모가 그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지 아니하면 사실상 출생신고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 헌법재판소는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으로서, 자유권과 사회권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독자적 기본권으로 판단하고, 이 사건에서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의무자를 모로 한정하고, 인지의 효력이 있는 생부의 친생자출생신고만을 인정하는 심판대상조항들이 혼인 중인 여자와 남편이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혼인 외 출생자인 청구인들의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 입법자는 출생신고 의무자와 적격자의 범위, 출생신고의 방법과 절차, 출생신고의 효력 및 민법상 친생추정과 번복, 인지의 효과에 관한 사항 등을 두루 고려하여, 출생등록을 실효적으로 보장하면서 법적 부자관계의 형성에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입법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 혼인 중인 여자와 남편이 아닌 남자 사이에서 출생한 혼인 외 출생자인 청구인들은 개선입법에 따라 출생등록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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