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법 재 판 소
결 정
사 건 2021헌마916 기소유예처분취소
선 고 일 2022. 6. 30.
주 문
피청구인이 2021. 6. 16. 대전지방검찰청 2021년 형제13881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피청구인은 2021. 6. 16. 청구인에 대하여 모욕 혐의로 기소유예처분(대전지방검찰청 2021년 형제13881호, 이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2020. 8. 19. 16:21경 ○○시 ○○구 ○○로 (지번 생략), ○동 ○○호에 있는 청구인의 주거지에서, ‘30대 부부와 그들의 친구 등 3명이 단독주택을 지어 함께 산다’는 취지의 인터넷 ○○일보 기사를 본 후 그 기사의 댓글에 “지린다....”라고 작성, 게시하여 공연히 피해자들을 모욕하였다.」
나. 청구인은 2021. 7. 29.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이 자신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이 사용한 ‘지린다’라는 표현은 최근 인터넷상에서 ‘대단하다, 놀랍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표현이므로 부정적인 의미가 거의 없어, 청구인이 ‘지린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만으로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이 사건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해자들은 부부와 처의 대학 후배인 여성으로, 이들은 같은 주거공간에서 함께 거주하면서 자신들의 생활상을 블로그에 게시하였다. 이와 같은 피해자들의 생활상에 대해 방송사나 신문사 등에서 인터넷을 이용하여 보도하였고, 이를 본 불특정 다수인들이 피해자들이 불륜관계라는 등의 모욕적이거나 명예훼손적인 댓글을 작성하여 게시하였다.
(2) 이에 피해자들은 모욕적이거나 명예훼손적인 댓글을 작성한 불특정 다수인을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소하였는데, 피고소인 중에는 “지린다....”라는 댓글을 작성한 청구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청구인은 경찰 조사에서 댓글을 작성하여 게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 ‘피해자들이 흔하지 않은 가족형태를 구성하고, 단독주택을 지어 함께 살았기 때문에 대단하다, 놀랍다는 의미로 댓글을 작성하여 게시한 것일 뿐이고, 피해자들을 비방하거나 모욕하기 위해 댓글을 작성하고 게시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3) 그 후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서는 2021. 6. 9. 이 사건에 대하여 모욕 혐의가 인정된다며 대전지방검찰청에 송치하였고, 피청구인은 사건 송치 후 별도의 추가 수사 없이 청구인에 대해 모욕 혐의를 인정하고 2021. 6. 16.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나. 모욕죄의 성립 여부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작성한 ‘지린다’라는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는지 여부인데,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7도2661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2229 판결 등 참조). 또한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표현이 이루어진 구체적 상황에서 그 표현의 객관적 의미 내용을 사회적 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며(헌재 2016. 2. 25. 2014헌마1105; 헌재 2017. 5. 25. 2017헌마1 등 참조), 모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자가 발언을 하게 된 경위와 발언의 횟수, 발언의 의미와 전체적인 맥락, 발언을 한 장소와 발언 전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2229 판결; 대법원 2015. 12. 24. 선고 2015도662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청구인이 이 사건에서 사용한 ‘지린다’라는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그 표현의 객관적 의미 내용을 사회적 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지린다’라는 표현이 ‘모욕’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청구인이 사용한 ‘지린다’라는 표현의 원형은 ‘지리다’인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똥이나 오줌을 참지 못하고 조금 싸다’ 또는 ‘오줌 냄새와 같거나 그런 맛이 있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인터넷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위와 같은 사전적인 의미 외에도 ‘어떤 사람이나 현상이 오줌을 쌀 정도로 대단하게 나타나다’라는 의미로도 정의하고 있다.
(2) 인터넷에서 ‘지린다’라는 표현의 사용례를 살펴보면, 운동선수의 뛰어난 활약이나 영화배우의 훌륭한 연기에 대해 감탄하거나 호평하는 의미로 ‘지린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실제 사례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지린다’라는 어휘의 위와 같은 의미 변화는 비교적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널리 확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 소결
청구인은 수사기관에서 일관되게 ‘대단하다, 놀랍다’는 의미로 “지린다....”라는 댓글을 작성하여 게시한 것이므로 청구인의 댓글로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고, 현재 인터넷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린다’라는 표현의 사용례 등을 고려하면 청구인의 주장을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 사정도 있다. 따라서 수사 내용만으로는 청구인의 댓글이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모욕’에 해당됨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아무런 추가 수사 없이 청구인에게 모욕죄가 성립함을 인정하고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모욕에 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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