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사건)
【판시사항】
[1] 회사의 이사가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액으로 신주 등을 발행한 경우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2] 신주 등의 발행에서 주주 배정방식과 제3자 배정방식을 구별하는 기준 및 회사가 기존 주주들에게 지분비율대로 신주 등을 인수할 기회를 부여하였다면 주주들이 그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발생한 실권주 등을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액으로 제3자에게 배정한 경우에도 주주 배정방식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3] 주주 배정방식에 의한 전환사채 발행시 주주가 인수하지 아니하여 실권된 부분을 제3자에게 발행하는 경우 전환가액 등 발행조건을 변경하여야 하는지 여부
[4] 전환사채 발행을 위한 이사회 결의에는 하자가 있었다 하더라도 실권된 전환사채를 제3자에게 배정하기로 의결한 이사회 결의에는 하자가 없는 경우, 전환사채 발행절차를 진행한 것이 업무상배임죄의 임무위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5] 회사 지배권 이전을 목적으로 한 전환사채의 발행이 이사의 임무위배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다수의견] 주주는 회사에 대하여 주식의 인수가액에 대한 납입의무를 부담할 뿐 인수가액 전액을 납입하여 주식을 취득한 후에는 주주 유한책임의 원칙에 따라 회사에 대하여 추가 출자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점, 회사가 준비금을 자본으로 전입하거나 이익을 주식으로 배당할 경우에는 주주들에게 지분비율에 따라 무상으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주주 배정의 방법, 즉 주주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 신주,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이하 ‘신주 등’이라 한다)의 배정을 하는 방법으로 신주 등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발행가액 등을 반드시 시가에 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회사의 이사로서는 주주 배정의 방법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액면가를 하회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제약 외에는 주주 전체의 이익, 회사의 자금조달의 필요성, 급박성 등을 감안하여 경영판단에 따라 자유로이 그 발행조건을 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시가보다 낮게 발행가액 등을 정함으로써 주주들로부터 가능한 최대한의 자금을 유치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임무위배, 즉 회사의 재산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주배정의 방법이 아니라 제3자에게 인수권을 부여하는 제3자 배정방법의 경우, 제3자는 신주 등을 인수함으로써 회사의 지분을 새로 취득하게 되므로 그 제3자와 회사와의 관계를 주주의 경우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제3자에게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액으로 신주 등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시가를 적정하게 반영하여 발행조건을 정하거나 또는 주식의 실질가액을 고려한 적정한 가격에 의하여 발행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그 차이에 상당한 만큼 회사의 자산을 증가시키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는데, 이 경우에는 회사법상 공정한 발행가액과 실제 발행가액과의 차액에 발행주식수를 곱하여 산출된 액수만큼 회사가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으로 제3자 배정방식에 의하여 신주 등을 발행하는 행위는 이사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로 인하여 회사에 공정한 발행가액과의 차액에 상당하는 자금을 취득하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입힌 이상 이사에 대하여 배임죄의 죄책을 물을 수 있다. 다만, 회사가 제3자 배정의 방법으로 신주 등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회사의 재무구조, 영업전망과 그에 대한 시장의 평가, 주식의 실질가액, 금융시장의 상황, 신주의 인수가능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사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신주의 발행가액 등을 공정한 가액보다 현저히 낮추어 발행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살펴 이사의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2] [다수의견] 신주 등의 발행에서 주주 배정방식과 제3자 배정방식을 구별하는 기준은 회사가 신주 등을 발행하는 때에 주주들에게 그들의 지분비율에 따라 신주 등을 우선적으로 인수할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지, 신주 등의 인수권을 부여받은 주주들이 실제로 인수권을 행사함으로써 신주 등을 배정받았는지 여부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기존 주주들에게 지분비율대로 신주 등을 인수할 기회를 부여하였는데도 주주들이 그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발생한 실권주 등을 제3자에게 배정한 결과 회사 지분비율에 변화가 생기고, 이 경우 신주 등의 발행가액이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아 그 인수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희석되어 기존 주주들의 부(富)가 새로이 주주가 된 사람들에게 이전되는 효과가 발생하더라도, 그로 인한 불이익은 기존 주주들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일 뿐이다. 또한, 회사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기존 주주들이 신주 등을 인수하여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와 이사회가 기존 주주들이 인수하지 아니한 신주 등을 제3자에게 배정한 경우를 비교하여 보면 회사에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에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므로, 이사가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어떠한 임무에 위배하여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는 없다.
[3] [다수의견] 상법상 전환사채를 주주 배정방식에 의하여 발행하는 경우에도 주주가 그 인수권을 잃은 때에는 회사는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그 인수가 없는 부분에 대하여 자유로이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는 것인데, 단일한 기회에 발행되는 전환사채의 발행조건은 동일하여야 하므로, 주주배정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에 주주가 인수하지 아니하여 실권된 부분에 관하여 이를 주주가 인수한 부분과 별도로 취급하여 전환가액 등 발행조건을 변경하여 발행할 여지가 없다. 주주배정의 방법으로 주주에게 전환사채인수권을 부여하였지만 주주들이 인수청약하지 아니하여 실권된 부분을 제3자에게 발행하더라도 주주의 경우와 같은 조건으로 발행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법리는 주주들이 전환사채의 인수청약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발생하는 실권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4] 전환사채 발행을 위한 이사회 결의에는 하자가 있었다 하더라도 실권된 전환사채를 제3자에게 배정하기로 의결한 이사회 결의에는 하자가 없는 경우, 전환사채의 발행절차를 진행한 것이 재산보호의무 위반으로서의 임무위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5] 이사가 주식회사의 지배권을 기존 주주의 의사에 반하여 제3자에게 이전하는 것은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일 뿐 지배권의 객체인 주식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는데, 주식회사의 이사는 주식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주식회사와 별개인 주주들에 대한 관계에서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고, 더욱이 경영권의 이전은 지배주식을 확보하는 데 따르는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한 것이어서, 회사 지분비율의 변화가 기존 주주 자신의 선택에 기인한 것이라면 지배권 이전과 관련하여 이사에게 임무위배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가.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그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로서, 여기에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사무 처리를 위임한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고(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4도520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5도4640 판결 등 참조),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 상태에 손해를 가하는 경우를 말하고,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를 포함한다. 이러한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관한 판단은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바, 여기에는 재산의 처분 등 직접적인 재산의 감소, 보증이나 담보제공 등 채무 부담으로 인한 재산의 감소와 같은 적극적 손해를 야기한 경우는 물론, 객관적으로 보아 취득할 것이 충분히 기대되는데도 임무위배행위로 말미암아 이익을 얻지 못한 경우, 즉 소극적 손해를 야기한 경우도 포함된다( 대법원 1972. 5. 23. 선고 71도2334 판결,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도3516 판결,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5도791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소극적 손해는 재산증가를 객관적·개연적으로 기대할 수 있음에도 임무위배행위로 이러한 재산증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임무위배행위가 없었다면 실현되었을 재산 상태와 임무위배행위로 말미암아 현실적으로 실현된 재산 상태를 비교하여 그 유무 및 범위를 산정하여야 할 것이다.
나. (1) 주식회사는 상행위 기타 영리를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사단법인으로서, 주식회사의 자본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물적 기초를 구축하기 위하여 주주들이 출연하는 금원이고, 주식은 주주들이 출자비율에 따라 주식회사에 대하여 가지는 지분이다. 주식회사가 회사 운영을 위하여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는 신주를 발행하여 자기자본을 증가시키는 방법과 사채의 발행이나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대출 등에 의하여 타인자본을 조달하는 방법 등이 있다.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이하 ‘전환사채 등’이라고 하며, 유상증자를 위해 발행되는 신주와 함께 ‘신주 등’이라 한다)는 타인자본의 조달수단인 사채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주식과는 법적 성질을 달리하지만, 양자 모두 사채권자의 전환권 또는 신주인수권의 행사에 의하여 신주발행이 이루어지고 사채권자의 지위가 주주로 변경된다는 점에서 잠재적 주식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이러한 이유로 상법은 전환사채 등의 발행에 있어서는 신주발행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상법 제516조, 제516조의10).
(2) 회사가 주주들에게 지분비율에 따라 신주 등을 유상으로 발행하는 경우에, 회사로서는 그 인수대금만큼 자금이 유입됨으로써 자본 및 자산의 증가가 이루어지는데 주주들로서는 신주 등을 인수하더라도 기존에 보유하던 지분비율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고 단지 보유 주식수만 늘어나는 것이므로 실질적으로는 기존 주식의 분할과 주주들의 추가 출자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셈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주주는 회사에 대하여 주식의 인수가액에 대한 납입의무를 부담할 뿐( 상법 제331조) 인수가액 전액을 납입하여 주식을 취득한 후에는 주주유한책임의 원칙에 따라 회사에 대하여 추가 출자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는 점, 회사가 준비금을 자본으로 전입하거나 이익을 주식으로 배당할 경우에는 주주들에게 지분비율에 따라 무상으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주주배정의 방법, 즉 주주가 가진 주식수에 따라 신주 등의 배정을 하는 방법으로 신주 등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발행가액 등을 반드시 시가에 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회사의 임원인 이사로서는 주주배정의 방법으로 신주를 발행함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액면가를 하회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제약( 상법 제330조, 제417조) 외에는 주주 전체의 이익과 회사의 자금조달의 필요성과 급박성 등을 감안하여 경영판단에 따라 자유로이 그 발행조건을 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시가보다 낮게 발행가액 등을 정함으로써 주주들로부터 가능한 최대한의 자금을 유치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임무위배, 즉 회사의 재산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것은 아니다.
(3) 그러나 주주배정의 방법이 아니라 제3자에게 인수권을 부여하는 제3자배정 방법의 경우, 제3자는 신주 등을 인수함으로써 회사의 지분을 새로 취득하게 되므로 그 제3자와 회사와의 관계를 주주의 경우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제3자에게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액으로 신주 등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시가를 적정하게 반영하여 발행조건을 정하거나 또는 주식의 실질가액을 고려한 적정한 가격에 의하여 발행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그 차이에 상당한 만큼 회사의 자산을 증가시키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는데, 이 경우에는 회사법상 공정한 발행가액과 실제 발행가액과의 차액에 발행주식수를 곱하여 산출된 액수만큼 회사가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회사의 손해는,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발행된 신주와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구주가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동등하게 취급됨으로 말미암아 구주의 실질가치가 희석됨으로써 기존 주주들이 입는 손해와는 그 성질과 귀속 주체를 달리하며 그 평가방법도 일치하지 아니하므로, 신주 등의 저가발행으로 인한 회사의 손해와 주주의 손해는 마땅히 구별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법은 신주 등의 발행에 있어서 제3자가 이사와 통모하여 현저하게 불공정한 발행가액으로 주식을 인수한 경우 회사에 대하여 공정한 발행가액과의 차액에 상당한 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인정하고( 상법 제424조의2 제1항, 제516조 제1항, 제516조의10), 이러한 경우에 기존 주주는 회사에 대하여 제3자를 상대로 위 공정한 발행가액과의 차액에 상당한 금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것을 청구할 수 있으며, 만일 회사가 이러한 청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주주가 직접 제3자를 상대로 회사를 위하여 공정한 발행가액과의 차액에 상당하는 금원의 지급을 구하는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법 제424조의2 제2항, 제403조), 이와는 별도로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임무위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 상법 제399조 제1항). 결국 이와 같이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으로 제3자배정방식에 의하여 신주 등을 발행하는 행위는 이사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로 인하여 회사에 공정한 발행가액과의 차액에 상당하는 자금을 취득하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입힌 이상 이사에 대하여 배임죄의 죄책을 물을 수 있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종래 대법원의 판례이기도 하다( 대법원 2001. 9. 28. 선고 2001도3191 판결,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3도5309 판결 등 참조).
2. 가.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삼성에버랜드 주식회사(이하, ‘에버랜드’라고 한다)는 1996. 10. 30. 이사회를 열어 총 17명의 이사 중 8명이 참석한 상태에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전환사채의 발행을 결의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전환사채의 총액은 9,954,590,000원, 자금의 사용목적은 시설자금, 사채의 배정방법은 1996. 11. 14.을 기준으로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되 실권시에는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제3자에게 배정하고, 전환의 조건은 전환사채의 총액을 전환가액으로 나눈 주식의 수를 기명식 보통주식으로 발행하며 그 전환가액은 1주당 7,700원으로 정한 사실,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 당시 에버랜드의 법인주주들은 에버랜드가 계열사로 있는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이거나 계열사이었다가 계열 분리된 8개 회사와 1개의 재단법인이고, 개인주주들은 삼성그룹의 회장인 이건희를 비롯하여 대부분 삼성그룹 계열사의 전·현직 임원들인 17명이었던 사실, 에버랜드는 주주들에게 1996. 10. 30. 전환사채 배정기준일 통지를, 1996. 11. 15. 전환사채 안내를 발송하여, 전환사채 발행총액, 발행방법 및 배정금액은 각 위와 같고, 배정기준일은 1996. 11. 14. 16:00이며, 배정방법은 배정기준일 현재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에게 주식 지분비율대로 배정하되 실권시 이사회 결의에 의하여 제3자에게 배정하며, 전환사채 청약 및 납입일은 각 1996. 12. 3.이며, 사채 청약 증거금은 배정 금액의 100%이고, 청약 및 납입장소는 각 에버랜드 경영관리팀(서울 중구 을지로 1가 50 삼성빌딩 12층)이라고 알려주었으며, 주주들이 그 무렵 통지 등을 수령한 사실, 주주들 중 제일제당 주식회사(이하, ‘제일제당’이라고 한다)는 위 전환사채 청약만기일까지 그 지분비율(2.94%)에 따른 전환사채의 인수청약을 하였으나 나머지 주주들은 해당 전환사채(97.06%)의 인수청약을 하지 아니한 사실, 에버랜드는 같은 날 이사회를 개최하여 주주들이 실권한 전환사채를 이건희의 장남인 이재용 등 4인(이하 ‘이재용 등’이라고 한다)에게 배정하기로 하는 안건을 의결하였고 그에 따라 이재용 등은 같은 날 인수청약 및 인수대금 납입을 완료하였으며, 그 후 각 전환권을 행사하여 에버랜드의 주주가 된 사실, 당시 에버랜드는 자금의 수요는 있었으나 긴급하고 돌발적인 자금조달의 필요성은 없었던 사실 등을 인정하고, 1996. 10. 30.자 이사회 결의는 정족수 미달로 무효이고, 그 이사회 결의 내용 중 ‘실권시 제3자배정’이라는 부분 역시 여전히 무효인 상태이므로 에버랜드의 임원인 피고인들로서는 더 이상의 발행절차를 중단해야 하고 제3자에 대한 배정으로 나아가지 말아야 하는데도 그 상태에서 제3자에 대한 배정에 나아간 것은 실질적으로 주주배정이 아니라 제3자배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당시 에버랜드의 대표이사였던 피고인 1과 상무이사인 경영지원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에버랜드의 자금조달계획을 수립, 집행하는 등의 업무에 종사한 피고인 2는 이를 알면서도 마치 유효한 결의가 있었던 것처럼 가장하여 전환사채 발행에 나아간 점, 제3자인 이재용 등에게 현저히 낮은 가격에 배정한 점, 긴급한 경영상의 필요도 없는 상태에서 기존 주주들의 동의도 없이 특정 제3자에게 전환사채를 몰아서 배정하여 회사의 지배권을 넘긴 점 등에서 피고인들의 임무위배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할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 신주 등을 발행함에 있어서 이사로서의 임무에 위배하고 그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업무상배임의 죄책을 지게 된다. 그런데 회사가 주주배정의 방법으로 신주 등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신주의 발행가액 등이 시가보다 현저히 낮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사로서의 임무를 위배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볼 수 없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러나 회사가 제3자배정의 방법으로 신주 등을 발행하는 경우에는 회사의 재무구조, 영업전망과 그에 대한 시장의 평가, 주식의 실질가액, 금융시장의 상황, 신주의 인수가능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사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신주의 발행가액 등을 공정한 가액보다 현저히 낮추어 발행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살펴 이사의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1) 먼저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이 제3자배정의 방법에 의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신주 등의 발행에 있어서 주주배정방식과 제3자배정방식을 구별하는 기준은 회사가 신주 등을 발행함에 있어서 주주들에게 그들의 지분비율에 따라 신주 등을 우선적으로 인수할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지, 신주 등의 인수권을 부여받은 주주들이 실제로 인수권을 행사함으로써 신주 등을 배정받았는지 여부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기존 주주들에게 지분비율대로 신주 등을 인수할 기회를 부여하였는데도 주주들이 그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발생한 실권주 등을 제3자에게 배정한 결과 회사 지분비율에 변화가 생기고, 이 경우 신주 등의 발행가액이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아 그 인수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희석되어 기존 주주들의 부(富)가 새로이 주주가 된 사람들에게 이전되는 효과가 발생하더라도, 그로 인한 불이익은 기존 주주들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일 뿐이다. 또한 회사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기존 주주들이 신주 등을 인수하여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와 이사회가 기존 주주들이 인수하지 아니한 신주 등을 제3자에게 배정한 경우를 비교하여 보면 회사에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에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므로, 이사가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어떠한 임무에 위배하여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는 없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배정은 실질적으로 주주배정이 아니라 제3자배정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인데, 그 의미가 피고인들이 내심으로는 기존 주주들이 전환사채의 청약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실권할 것을 기대하였다는 취지인지, 아니면 주주들 가운데 제일제당만이 인수청약을 하였을 뿐 대부분의 다른 주주들이 인수청약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실권한 이상 그 경제적 효과가 제3자배정방식에 의한 경우와 같다는 취지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은 주주배정방식에 의한 것임이 분명하고, 에버랜드의 이사회가 실권한 전환사채를 이재용 등에게 배정한 것은 기존 주주들 스스로가 인수청약을 하지 않기로 선택한 데 기인한 것이므로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이 제3자배정방식에 의한 것이라고 선뜻 단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상법상 전환사채를 주주배정방식에 의하여 발행하는 경우에도 주주가 그 인수권을 잃은 때에는 회사는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그 인수가 없는 부분에 대하여 자유로이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는 것인데( 상법 제513조의3, 제419조 제4항, 제469조), 단일한 기회에 발행되는 전환사채의 발행조건은 동일하여야 하므로, 주주배정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에 주주가 인수하지 아니하여 실권된 부분에 관하여 이를 주주가 인수한 부분과 별도로 취급하여 전환가액 등 발행조건을 변경하여 발행할 여지가 없다. 즉, 사채는 채권(債券) 발행의 방법에 의한 기채(起債)로서 유통성, 공중성, 집단성 등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동일 종류의 사채에서는 각 사채의 금액은 균일하거나 최저액으로 정제(整除)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상법 제472조 제2항), 채권에 법에 정한 사항을 기재하여 발행하여야 한다( 상법 제478조 제2항). 전환사채의 경우 회사는 전환사채의 총액, 전환의 조건, 전환으로 인하여 발행할 주식의 내용, 전환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 등을 결정한 뒤 이러한 사항 등을 사채청약서, 채권, 사채원부에 기재하여야 하고( 상법 제513조 제2항, 제514조), 전환사채의 납입이 완료된 때에는 위 각 사항 등을 등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상법 제514조의2), 이는 같은 기회에 발행하는 전환사채의 발행조건 등이 동일한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주배정의 방법으로 주주에게 전환사채인수권을 부여하였지만 주주들이 인수청약하지 아니하여 실권된 부분을 제3자에게 발행하더라도 주주의 경우와 같은 조건으로 발행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법리는 주주들이 전환사채의 인수청약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발생하는 실권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주주들 가운데 제일제당은 이 사건 전환사채를 이사회가 결정한 발행조건으로 인수청약하여 이를 배정받았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바, 이 경우 제일제당 이외의 기존 주주들이 인수청약을 하지 아니하여 실권된 부분에 대하여 전환사채의 발행을 계속할 때에는 반드시 이사회를 통하여 전환의 조건 등 전환사채의 발행사항을 변경하여 발행하여야 한다면, 회사의 이사에게 동일한 기회에 발행되는 전환사채의 발행가액을 서로 달리하여 발행함으로써 동일 종류의 사채에서 그 발행조건이 상이한 채권을 발행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될 것인데, 이는 오히려 이사에게 사채권자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의무지우는 것으로서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더 나아가 전환사채의 전부가 실권된 경우라 하더라도, 예를 들어 주주 1인이 모든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법인인 1인 회사의 경우에 이사의 전환사채 발행 당시 그 1인 주주가 전환사채를 전부 인수하여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것에 갈음하여 미리 그 전부에 대하여 실권을 예정하고 있다가 제3자에게 그 발행조건 그대로 배정되도록 하였다면, 이를 두고 이사가 임무에 위배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이 실질적 제3자배정방식에 해당한다는 원심판결에는 전환사채의 발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전환사채 발행을 위한 이사회 결의가 정족수 미달로써 무효임에도 전환사채 발행절차를 진행한 것이 배임죄에서의 임무위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위배행위라 함은 형식적으로 법령을 위반한 모든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문제가 된 구체적인 행위유형 또는 거래유형 및 보호법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경제적 실질적 관점에서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대법원 2008. 6. 19. 선고 2006도487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이 주주배정방식으로 이루어진 이상 회사에게 어떠한 손해가 생겼다고 보기 어려운 점, 신주 발행에 관한 이사회의 결의가 없거나 그 결의에 흠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사회의 결의는 회사의 내부적 의사결정에 불과하므로 신주발행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는 점(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5다77060, 7707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실권된 전환사채를 이재용 등 에게 배정하기로 의결한 위 1996. 12. 3.자 이사회 결의에 어떠한 흠이 있다고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절차를 중단하지 아니하고 이를 진행한 것이 회사의 재산보호의무위반으로서의 임무위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점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배임죄의 임무위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도 이유 있다.
(3) 지배권 이전을 목적으로 한 전환사채의 발행이 이사의 임무위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본다.
이사가 주식회사의 지배권을 기존 주주의 의사에 반하여 제3자에게 이전하는 것은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일 뿐 지배권의 객체인 주식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인바, 주식회사의 이사는 주식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주식회사와 별개인 주주들에 대한 관계에서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4. 6. 17. 선고 2003도764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더욱이 경영권의 이전은 지배주식을 확보하는 데 따르는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한 것인바( 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1다36580 판결 참조), 회사 지분비율의 변화가 기존 주주 스스로의 선택에 기인한 것이라면 이사에게 지배권 이전과 관련하여 임무위배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회사 지배권의 이전을 초래하는 다량의 실권된 전환사채를 제3자에게 배정한 것이 이사로서의 임무위배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배임죄의 임무위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도 이유 있다.
(4) 이 사건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에 관한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본다.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 사건 전환사채의 적정 전환가액을 주당 85,000원으로 보아야 함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주당 14,825원으로 인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만 죄책을 인정한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이나, 이 사건 전환사채는 주주배정의 방법으로 발행되었고, 주주배정의 방법에 의하여 전환사채를 발행할 경우에는 반드시 시가 또는 주식의 실질가액을 반영한 전환가액으로 발행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이 적정한지 여부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도 없이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국 위 각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고,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나아갈 것도 없이 원심판결은 파기를 면하지 못한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위 2. 나. (1)항에 대한 대법관 김영란, 대법관 박시환, 대법관 이홍훈, 대법관 김능환, 대법관 전수안의 반대의견과 다수의견과 결론은 같이하나 이유를 달리하는 대법관 양승태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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