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번호: 2013헌마623
사 건 명: 민법 제844조 제2항 등 위헌확인
종국일자: 2015.04.30
종국결과: 헌법불합치
헌법재판소는 2015년 4월 30일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를 전남편(夫)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민법 제844조 제2항 중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모(母)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입법형성의 한계를 준수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의 반대의견이 있다.
□ 사건개요
○ 청구인(母)은 2005. 4. 25. 유○○(夫)과 혼인하였다가 2011. 12. 19. 이혼에 합의하고 서울가정법원으로부터 협의이혼의사 확인을 받은 다음 2012. 2. 28. 관할 구청에 이혼신고함. 이후 청구인은 송○○(生父)과 동거하면서 2012. 10. 22. 딸(子)을 출산함.
○ 청구인은 2013. 5. 6. 관할 구청을 방문하여 송○o이라는 이름으로 딸의 출생신고를 하려 하였으나,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그 딸이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하였으므로 전남편의 성(姓)에 따라(유○○) 전남편의 친생자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는 말을 듣고 출생신고를 보류함.
○ 서울의대 법의학교실의 유전자검사 결과 송○o은 송○○의 친생자로 확인되었고, 송○○은 송○o을 자신의 친생자로 인지하려 함.
○ 이에 청구인은, 혼인 종료 후 300일 내에 출생한 자를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민법 제844조로 인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함.
□ 심판대상
○ 심판대상은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844조 제2항 중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임.
○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844조(부의 친생자의 추정) ②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
□ 결정주문
○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844조 제2항 중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 위 법률조항 부분은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 이유요지
1. 제한되는 기본권
○ 모든 국민은 인격권을 바탕으로 스스로 자신의 생활 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혈통에 입각한 가족관계 형성은 개인의 인격 발현을 위한 자율영역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요소임.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자녀가 출생하면 그 생부가 누구인지 명백한 경우에도 무조건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므로, 진실한 혈연에 따라 가족관계를 이루고자 하는 청구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제한함. 또한 헌법 제36조 제1항은 개인의 자율적 의사와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자유로운 형성을 국가가 보장할 것을 규정하는데, 심판대상조항은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하지 아니하고 당사자들이 원하지도 아니하는 친자관계를 강요하고 있으므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도 제한함.
2. 입법형성 및 한계
○ 혼인종료 후 출생한 자에 대한 친생추정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모뿐만 아니라 자ㆍ생부ㆍ부(夫)의 법적 지위와 관계되므로, ‘법률적인 친자관계를 진실에 부합시키고자 하는 모ㆍ자ㆍ생부ㆍ부(夫)의 이익’과 ‘친자관계의 신속한 확정을 통하여 법적 안정을 찾고자 하는 자의 이익’을 어떻게 그 사회 실정과 전통적 관념에 맞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관한 문제임. 따라서 이는 이해관계인들의 기본권과 혼인 및 가족생활에 관한 헌법적 결단을 고려할 문제로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음.
○ 그런데 민법 제844조에 따라 인정되는 친생추정의 효력은 법률에서 인정하는 다른 추정에 비하여 강한 효력을 가짐. 친생추정이 유지되는 한 모가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를 생부의 친생자로 등록하거나, 자가 생부를 상대로 인지청구하거나, 생부가 자를 인지하거나, 부(夫)가 자에 대한 양육 및 상속의무에서 벗어나는 것 모두 허용되지 아니함. 이처럼 친생추정이 모ㆍ자ㆍ생부ㆍ부(夫)의 법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엄격한 요건에서만 인정되는 친생부인의 소 제기 부담을 국민에게 지우기 위해서는 그러한 친생추정이 얼마나 합리적인지가 검토되어야 할 것이지, 소송을 통하여 친생부인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친생추정의 비합리성이 치유된다고 보기는 어려움.
○ 따라서 혼인 종료 후 출생한 자의 친생추정 여부와 방법을 정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재량에 속한다 하더라도, 그 친생추정의 기준이 지나치게 불합리하거나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진실한 혈연관계에 반하는 친자관계를 강요하는 것이라면, 이는 입법형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위헌이라 아니할 수 없음.
3.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
가.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란 친생추정 기준의 원칙적 합헌성
○ 모자관계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에 의하여 그 관계가 명확히 결정되나, 부자관계는 그 관계 확정을 위한 별도의 요건이 필요하므로 이를 위해 친생추정제도가 도입됨. 심판대상조항은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자 또는 혼인관계 종료 뒤 3백일 안에 출생한 자는 부(夫)의 자로 추정함.
○ 최근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친자감정이 가능하게 되었으므로, 위와 같이 개연성에 기반을
둔 친생추정제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음. 그러나 출생과 동시에 자에게 안정된 법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자의 출생 시 법적 보호의 공백을 없앴다는 측면에서 친생추정은 여전히 자의 복리를 위하여 매우 중요하며, 친자관계에 대하여 다툼이 없는 대다수의 경우 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특별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친생추정제도는 계속 유지될 필요성이 있음.
○ 민법 제844조는 포태시기를 근거로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자는 부(夫)의 자로 추정하는 한편, 출생시기를 근거로 혼인 성립의 날로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 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함. 태아의 임신기간이 통상 280일(40주)인 것은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이고, 산모의 개인적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출산일로부터 역산하여 200-300일 이내에 포태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경험칙에 부합하기 때문임.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 출생 여부를 친생추정의 원칙적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합리성이 인정됨.
나.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를 아무런 법률상 예외 없이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고, 이에 따른 친생추정을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해결하도록 하는 것의 위헌성
○ 심판대상조항의 친생추정 기준은 민법이 1958. 2. 22. 제정된 이래 한 번도 개정되지 아니한 채 오늘까지 이르고 있음. 그런데 그 제정당시에는 이혼율이 낮고 이혼 후 재혼도 흔치 않았기 때문에, 여성이 전혼(前婚) 종료일로부터 300일 이내에 전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의 자를 출산하는 일은 사회적으로 드물었음. 또한 여성에게는 이혼 후 6개월간의 재혼금지기간이 존재하였기 때문에(구 민법 제811조), 여성이 전혼 종료일로부터 6개월 이후 생부와 재혼하여 포태한 자가 전혼 종료일로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불가능하였음. 그러므로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를 법률상 예외 없이 부(夫)의 친생자로 추정하되, 이에 어긋나는 경우라면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를 통하여만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었음.
그러나 오늘날 사회적ㆍ법률적 상황은 이러한 친생추정의 기준이 만들어진 당시와는 크게 달라짐. 우선 사회적으로 이혼 및 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여 이혼율 및 재혼건수가 증가하였고, 법률적으로 여성의 재혼을 일정기간 금지하던 구 민법 제811조도 2005. 3. 31. 삭제됨. 한편 협의상 이혼의 경우 2007. 12. 21. 이혼숙려기간 제도가 도입되고(민법 제836조의2), 재판상 이혼의 경우 1990. 12. 31. 조정전치주의가 도입된 결과(가사소송법 제50조),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뒤 법률상 이혼의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시간 간격마저 크게 늘어남. 그 결과 여성이 부(夫) 아닌 생부의 자를 포태하여 혼인 종료일로부터 300일 이내에 그 자를 출산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됨. 나아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아니하던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부자관계도 의학적으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됨.
○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친생추정이 되면, 혼인종료 후 300일 내에 출생한 자가 전남편의 친생자가 아님이 명백하고 전남편이 친생추정을 원하지 않으며 생부가 그 자를 인지하려는 경우에도,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일단 전남편인 부(夫)의 성(姓)에 따라 부(夫)의 친생자로 등록될 수밖에 없음.
그로 인하여 우선 모의 경우, 전남편과 이혼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려 출산한 생부의 자가 가족관계등록부에 전남편의 자로 기재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소기간 내에 전남편을 상대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정은 모가 이혼 후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데 부담이 됨. 또한 부(夫)의 경우, 전처가 이혼 후 출산한 제3자의 자가 자신의 친생자로 추정되어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고 이에 따라 부양의무를 부담하게 되는데, 그로부터 벗어나려면 모의 친생부인의 소를 기다리거나 2년의 제척기간 안에 스스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됨. 나아가, 모 또는 부(夫)가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지 않아 2년의 제척기간이 도과하면, 자는 생부에게 인지를 청구할 수 없고 생부도 자를 인지할 수 없어, 진실한 혈연관계를 회복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음.
○ 친생추정제도는 모자관계와 달리 부자관계의 정확한 증명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것임. 그러나 유전자검사 등을 통하여 친자관계 증명이 가능하게 된 현 상황에서 부자관계 입증 곤란은 더 이상 친생추정의 근거가 되기 어렵게 됨. 또한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모와 부(夫) 사이의 혼인이 이미 종료된 경우를 전제로 친생추정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가정의 평화 유지를 그 입법취지로 볼 수 없음.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로는 자의 법적 지위를 신속히 안정시킬 필요성만 남게 됨.
그런데 사회적으로 이혼 및 재혼이 크게 증가하고 법률적으로 여성의 재혼금지기간도 폐지되었으며 협의상 및 재판상 이혼에 필요한 시간이 상당히 늘어난 이상,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가 부(夫)의 친자일 개연성은 과거에 비하여 크게 줄어들게 됨. 그리고 유전자검사를 통해 생부로 확인된 사람이 자신의 친자를 인지할 적극적 의사가 있는 경우에는 자의 법적 지위에 공백이 발생할 여지도 없음.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 심판대상조항은 본래의 입법취지에는 아무런 기여를 못한 채 친자관계를 신속히 진실에 맞게 합치시키고 새로운 가정을 이루려고 하는 당사자의 의사를 도외시하는 결과만 초래함.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독일에서는 부(夫)와의 혼인 중에 출생한 자라도 그 출생일이 이혼소송 계속 이후이고 생부가 그 자를 인지한 경우라면 부(夫)의 친생추정을 제한하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음. 이혼소송이 계속 중이라면 이미 가정의 평화가 깨진 상태이고 이때 출생한 자를 생부가 인지하여 그 자의 법적 지위가 안정된 경우 굳이 이혼한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할 아무런 법률상 이익이 없기 때문임. 이러한 경우에도 전남편을 자의 부(父)로 정한 다음 반드시 친생부인의 소를 거치도록 강제하는 것은 무의미한 절차의 낭비임.
이미 모와 부(夫)의 혼인관계가 종료된 이후에 자가 출생하였고 이 사건과 같이 생부가 그 자를 인지하려는 경우마저도, 아무런 예외 없이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를 부(夫)의 친생자로 추정함으로써 오직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그 친생추정을 번복하도록 하는 심판대상조항은, 친생추정의 주된 목적인 자의 복리에 비추어 보아도 지나치게 불합리한 제한임.
○ 결국 심판대상조항이 민법 제정 이후의 사회적ㆍ의학적ㆍ법률적 사정변경을 전혀 반영하지 아니한 채 아무런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300일의 기준만 강요함으로써 가족 구성원이 겪는 구체적이고 심각한 불이익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은,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모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함.
다. 헌법불합치결정과 잠정적용명령
○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으로 결정하면,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에 대한 친생추정이 즉시 없어지게 되므로, 그 자가 부(夫)의 친생자임이 명확한 경우에도 친생추정이 소멸되어 자의 법적 지위에 공백이 발생하게 됨. 또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상태를 어떤 기준과 요건에 따라 개선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함.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로 결정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하기로 함.
□ 반대의견(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 심판대상조항은 혼인종료 후 출생한 자의 친생자관계를 추정하는 규정인데, 추정규정은 그 본질상 진실과 다른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예외규정으로 이를 번복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면 입법형성의 한계를 준수한 것으로 보아야 함.
○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는 범위는 첫째 아무도 친생추정을 다투지 않는 경우, 둘째 자녀의 생부가 전남편이 아닌 제3자일 개연성이 농후한 경우, 셋째 자녀의 생부가 누구인지 명백하지 않은 경우임. 그런데 다수의견은 이 중 둘째의 경우에 타당할 뿐, 나머지 경우에는 법적보호의 공백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
○ 친생추정은 친생부인의 소와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므로,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지름길은 친생부인의 소를 규정한 민법 제846조 및 제847조로 심판대상을 확장하여, 그 규정들이 추정을 번복할 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규정하지 아니한 부진정입법부작위가 위헌인지 여부를 논하는 것이 타당함. 심판대상조항 그 자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안정된 법적 지위를 갖추게 함으로써 법적 보호의 공백을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합리성과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입법재량의 한계를 준수한 것으로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아니함.
□ 결정의 의의
○ 심판대상조항은, 母와 夫의 혼인관계가 종료된 이후에 子가 출생하였고 그 子의 生父임이 명백한 자가 그 子를 인지하려는 경우마저도, 아무런 예외 없이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子를 전남편인 夫의 친생자로 추정함으로써, 오직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그 친생추정을 번복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子의 출생신고와 관련하여 다양한 편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 가령 母가 子에 대한 전남편의 친생추정을 회피하기 위하여 이미 출생한 子의 출생신고를 무기한 연기함으로써, 子의 입장에서는 夫 또는 生父에 대한 친생자로서의 권리와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급여에 관한 법적 지위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나아가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출생하지 아니하고 출생당시 분만에 관여한 사람도 없는 경우에는 출생사실을 아는 사람 2인이 작성한 출생증명서(인우보증서)만 있으면 출생신고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母가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죄로 처벌될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출생사실을 아는 2인과 공모하여 子의 출생일을 혼인 종료 후 300일 이후로 변경하여 허위 출생신고하는 경우마저 발생하고 있다.
○ 이러한 문제는 1958년 민법 제정 당시의 기준에서 만들어진 ‘혼인종료 후 300일’이란 친생추정의 기준이 그 동안의 근본적인 시대변화에 따라가지 못하여 그 합리성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발생된 것이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는 변화된 현실과 시대적 상황을 법의 테두리 안에 넣을 필요성이 있다.
○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300일을 친생추정에 있어 일응의 기준으로 삼는 국가들이 있으나, 친생추정 기준의 구체적 내용과 그 예외 인정 여부에 관한 사정은 우리와 다르다. 가령 일본 민법의 경우에는,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를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것이 실태에 맞지 아니함을 고려하여, 2007년 법무성 지침을 통하여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라도 의사의 증명서에 의하여 그 포태가 혼인 중에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의학적으로 증명되면 그 친생추정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경우에는, 전남편과의 혼인중에 출생한 자라도 그 출생일이 이혼소송 계속 이후이고 생부가 그 자를 인지한 경우라면 부의 친생추정을 제한함으로써, 친생추정으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의 이 사건 결정은, 민법 제정 이후 사회적ㆍ의학적ㆍ법률적 사정변경을 전혀 반영하지 아니한 채 아무런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300일의 기준만 강요함으로써 가족 구성원이 겪는 구체적이고 심각한 불이익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아니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이,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母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한 사건이다.
이에 대하여 심판대상조항이 입법형성의 한계를 준수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의 반대의견이 있다.
□ 사건개요
○ 청구인(母)은 2005. 4. 25. 유○○(夫)과 혼인하였다가 2011. 12. 19. 이혼에 합의하고 서울가정법원으로부터 협의이혼의사 확인을 받은 다음 2012. 2. 28. 관할 구청에 이혼신고함. 이후 청구인은 송○○(生父)과 동거하면서 2012. 10. 22. 딸(子)을 출산함.
○ 청구인은 2013. 5. 6. 관할 구청을 방문하여 송○o이라는 이름으로 딸의 출생신고를 하려 하였으나,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그 딸이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하였으므로 전남편의 성(姓)에 따라(유○○) 전남편의 친생자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는 말을 듣고 출생신고를 보류함.
○ 서울의대 법의학교실의 유전자검사 결과 송○o은 송○○의 친생자로 확인되었고, 송○○은 송○o을 자신의 친생자로 인지하려 함.
○ 이에 청구인은, 혼인 종료 후 300일 내에 출생한 자를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민법 제844조로 인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함.
□ 심판대상
○ 심판대상은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844조 제2항 중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임.
○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844조(부의 친생자의 추정) ②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
□ 결정주문
○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844조 제2항 중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 위 법률조항 부분은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 이유요지
1. 제한되는 기본권
○ 모든 국민은 인격권을 바탕으로 스스로 자신의 생활 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혈통에 입각한 가족관계 형성은 개인의 인격 발현을 위한 자율영역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요소임.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자녀가 출생하면 그 생부가 누구인지 명백한 경우에도 무조건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므로, 진실한 혈연에 따라 가족관계를 이루고자 하는 청구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제한함. 또한 헌법 제36조 제1항은 개인의 자율적 의사와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자유로운 형성을 국가가 보장할 것을 규정하는데, 심판대상조항은 진실한 혈연관계에 부합하지 아니하고 당사자들이 원하지도 아니하는 친자관계를 강요하고 있으므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도 제한함.
2. 입법형성 및 한계
○ 혼인종료 후 출생한 자에 대한 친생추정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모뿐만 아니라 자ㆍ생부ㆍ부(夫)의 법적 지위와 관계되므로, ‘법률적인 친자관계를 진실에 부합시키고자 하는 모ㆍ자ㆍ생부ㆍ부(夫)의 이익’과 ‘친자관계의 신속한 확정을 통하여 법적 안정을 찾고자 하는 자의 이익’을 어떻게 그 사회 실정과 전통적 관념에 맞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관한 문제임. 따라서 이는 이해관계인들의 기본권과 혼인 및 가족생활에 관한 헌법적 결단을 고려할 문제로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음.
○ 그런데 민법 제844조에 따라 인정되는 친생추정의 효력은 법률에서 인정하는 다른 추정에 비하여 강한 효력을 가짐. 친생추정이 유지되는 한 모가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를 생부의 친생자로 등록하거나, 자가 생부를 상대로 인지청구하거나, 생부가 자를 인지하거나, 부(夫)가 자에 대한 양육 및 상속의무에서 벗어나는 것 모두 허용되지 아니함. 이처럼 친생추정이 모ㆍ자ㆍ생부ㆍ부(夫)의 법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엄격한 요건에서만 인정되는 친생부인의 소 제기 부담을 국민에게 지우기 위해서는 그러한 친생추정이 얼마나 합리적인지가 검토되어야 할 것이지, 소송을 통하여 친생부인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친생추정의 비합리성이 치유된다고 보기는 어려움.
○ 따라서 혼인 종료 후 출생한 자의 친생추정 여부와 방법을 정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입법재량에 속한다 하더라도, 그 친생추정의 기준이 지나치게 불합리하거나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진실한 혈연관계에 반하는 친자관계를 강요하는 것이라면, 이는 입법형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위헌이라 아니할 수 없음.
3.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
가.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란 친생추정 기준의 원칙적 합헌성
○ 모자관계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자연적 사실에 의하여 그 관계가 명확히 결정되나, 부자관계는 그 관계 확정을 위한 별도의 요건이 필요하므로 이를 위해 친생추정제도가 도입됨. 심판대상조항은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자 또는 혼인관계 종료 뒤 3백일 안에 출생한 자는 부(夫)의 자로 추정함.
○ 최근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친자감정이 가능하게 되었으므로, 위와 같이 개연성에 기반을
둔 친생추정제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음. 그러나 출생과 동시에 자에게 안정된 법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자의 출생 시 법적 보호의 공백을 없앴다는 측면에서 친생추정은 여전히 자의 복리를 위하여 매우 중요하며, 친자관계에 대하여 다툼이 없는 대다수의 경우 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특별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친생추정제도는 계속 유지될 필요성이 있음.
○ 민법 제844조는 포태시기를 근거로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자는 부(夫)의 자로 추정하는 한편, 출생시기를 근거로 혼인 성립의 날로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 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함. 태아의 임신기간이 통상 280일(40주)인 것은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사실이고, 산모의 개인적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출산일로부터 역산하여 200-300일 이내에 포태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경험칙에 부합하기 때문임.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 출생 여부를 친생추정의 원칙적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합리성이 인정됨.
나.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를 아무런 법률상 예외 없이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고, 이에 따른 친생추정을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해결하도록 하는 것의 위헌성
○ 심판대상조항의 친생추정 기준은 민법이 1958. 2. 22. 제정된 이래 한 번도 개정되지 아니한 채 오늘까지 이르고 있음. 그런데 그 제정당시에는 이혼율이 낮고 이혼 후 재혼도 흔치 않았기 때문에, 여성이 전혼(前婚) 종료일로부터 300일 이내에 전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의 자를 출산하는 일은 사회적으로 드물었음. 또한 여성에게는 이혼 후 6개월간의 재혼금지기간이 존재하였기 때문에(구 민법 제811조), 여성이 전혼 종료일로부터 6개월 이후 생부와 재혼하여 포태한 자가 전혼 종료일로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불가능하였음. 그러므로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를 법률상 예외 없이 부(夫)의 친생자로 추정하되, 이에 어긋나는 경우라면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를 통하여만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었음.
그러나 오늘날 사회적ㆍ법률적 상황은 이러한 친생추정의 기준이 만들어진 당시와는 크게 달라짐. 우선 사회적으로 이혼 및 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여 이혼율 및 재혼건수가 증가하였고, 법률적으로 여성의 재혼을 일정기간 금지하던 구 민법 제811조도 2005. 3. 31. 삭제됨. 한편 협의상 이혼의 경우 2007. 12. 21. 이혼숙려기간 제도가 도입되고(민법 제836조의2), 재판상 이혼의 경우 1990. 12. 31. 조정전치주의가 도입된 결과(가사소송법 제50조),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뒤 법률상 이혼의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시간 간격마저 크게 늘어남. 그 결과 여성이 부(夫) 아닌 생부의 자를 포태하여 혼인 종료일로부터 300일 이내에 그 자를 출산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됨. 나아가 과거에는 존재하지 아니하던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부자관계도 의학적으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됨.
○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친생추정이 되면, 혼인종료 후 300일 내에 출생한 자가 전남편의 친생자가 아님이 명백하고 전남편이 친생추정을 원하지 않으며 생부가 그 자를 인지하려는 경우에도,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일단 전남편인 부(夫)의 성(姓)에 따라 부(夫)의 친생자로 등록될 수밖에 없음.
그로 인하여 우선 모의 경우, 전남편과 이혼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려 출산한 생부의 자가 가족관계등록부에 전남편의 자로 기재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소기간 내에 전남편을 상대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정은 모가 이혼 후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데 부담이 됨. 또한 부(夫)의 경우, 전처가 이혼 후 출산한 제3자의 자가 자신의 친생자로 추정되어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고 이에 따라 부양의무를 부담하게 되는데, 그로부터 벗어나려면 모의 친생부인의 소를 기다리거나 2년의 제척기간 안에 스스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됨. 나아가, 모 또는 부(夫)가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지 않아 2년의 제척기간이 도과하면, 자는 생부에게 인지를 청구할 수 없고 생부도 자를 인지할 수 없어, 진실한 혈연관계를 회복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음.
○ 친생추정제도는 모자관계와 달리 부자관계의 정확한 증명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것임. 그러나 유전자검사 등을 통하여 친자관계 증명이 가능하게 된 현 상황에서 부자관계 입증 곤란은 더 이상 친생추정의 근거가 되기 어렵게 됨. 또한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모와 부(夫) 사이의 혼인이 이미 종료된 경우를 전제로 친생추정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가정의 평화 유지를 그 입법취지로 볼 수 없음.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로는 자의 법적 지위를 신속히 안정시킬 필요성만 남게 됨.
그런데 사회적으로 이혼 및 재혼이 크게 증가하고 법률적으로 여성의 재혼금지기간도 폐지되었으며 협의상 및 재판상 이혼에 필요한 시간이 상당히 늘어난 이상,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가 부(夫)의 친자일 개연성은 과거에 비하여 크게 줄어들게 됨. 그리고 유전자검사를 통해 생부로 확인된 사람이 자신의 친자를 인지할 적극적 의사가 있는 경우에는 자의 법적 지위에 공백이 발생할 여지도 없음.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 심판대상조항은 본래의 입법취지에는 아무런 기여를 못한 채 친자관계를 신속히 진실에 맞게 합치시키고 새로운 가정을 이루려고 하는 당사자의 의사를 도외시하는 결과만 초래함.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독일에서는 부(夫)와의 혼인 중에 출생한 자라도 그 출생일이 이혼소송 계속 이후이고 생부가 그 자를 인지한 경우라면 부(夫)의 친생추정을 제한하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음. 이혼소송이 계속 중이라면 이미 가정의 평화가 깨진 상태이고 이때 출생한 자를 생부가 인지하여 그 자의 법적 지위가 안정된 경우 굳이 이혼한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할 아무런 법률상 이익이 없기 때문임. 이러한 경우에도 전남편을 자의 부(父)로 정한 다음 반드시 친생부인의 소를 거치도록 강제하는 것은 무의미한 절차의 낭비임.
이미 모와 부(夫)의 혼인관계가 종료된 이후에 자가 출생하였고 이 사건과 같이 생부가 그 자를 인지하려는 경우마저도, 아무런 예외 없이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를 부(夫)의 친생자로 추정함으로써 오직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그 친생추정을 번복하도록 하는 심판대상조항은, 친생추정의 주된 목적인 자의 복리에 비추어 보아도 지나치게 불합리한 제한임.
○ 결국 심판대상조항이 민법 제정 이후의 사회적ㆍ의학적ㆍ법률적 사정변경을 전혀 반영하지 아니한 채 아무런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300일의 기준만 강요함으로써 가족 구성원이 겪는 구체적이고 심각한 불이익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아니하고 있는 것은,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모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함.
다. 헌법불합치결정과 잠정적용명령
○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으로 결정하면,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에 대한 친생추정이 즉시 없어지게 되므로, 그 자가 부(夫)의 친생자임이 명확한 경우에도 친생추정이 소멸되어 자의 법적 지위에 공백이 발생하게 됨. 또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상태를 어떤 기준과 요건에 따라 개선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함.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로 결정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하기로 함.
□ 반대의견(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 심판대상조항은 혼인종료 후 출생한 자의 친생자관계를 추정하는 규정인데, 추정규정은 그 본질상 진실과 다른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예외규정으로 이를 번복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면 입법형성의 한계를 준수한 것으로 보아야 함.
○ 심판대상조항이 규율하는 범위는 첫째 아무도 친생추정을 다투지 않는 경우, 둘째 자녀의 생부가 전남편이 아닌 제3자일 개연성이 농후한 경우, 셋째 자녀의 생부가 누구인지 명백하지 않은 경우임. 그런데 다수의견은 이 중 둘째의 경우에 타당할 뿐, 나머지 경우에는 법적보호의 공백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
○ 친생추정은 친생부인의 소와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므로,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지름길은 친생부인의 소를 규정한 민법 제846조 및 제847조로 심판대상을 확장하여, 그 규정들이 추정을 번복할 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규정하지 아니한 부진정입법부작위가 위헌인지 여부를 논하는 것이 타당함. 심판대상조항 그 자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안정된 법적 지위를 갖추게 함으로써 법적 보호의 공백을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합리성과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입법재량의 한계를 준수한 것으로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아니함.
□ 결정의 의의
○ 심판대상조항은, 母와 夫의 혼인관계가 종료된 이후에 子가 출생하였고 그 子의 生父임이 명백한 자가 그 子를 인지하려는 경우마저도, 아무런 예외 없이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子를 전남편인 夫의 친생자로 추정함으로써, 오직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서만 그 친생추정을 번복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子의 출생신고와 관련하여 다양한 편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 가령 母가 子에 대한 전남편의 친생추정을 회피하기 위하여 이미 출생한 子의 출생신고를 무기한 연기함으로써, 子의 입장에서는 夫 또는 生父에 대한 친생자로서의 권리와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급여에 관한 법적 지위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나아가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출생하지 아니하고 출생당시 분만에 관여한 사람도 없는 경우에는 출생사실을 아는 사람 2인이 작성한 출생증명서(인우보증서)만 있으면 출생신고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母가 공정증서원본부실기재죄로 처벌될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출생사실을 아는 2인과 공모하여 子의 출생일을 혼인 종료 후 300일 이후로 변경하여 허위 출생신고하는 경우마저 발생하고 있다.
○ 이러한 문제는 1958년 민법 제정 당시의 기준에서 만들어진 ‘혼인종료 후 300일’이란 친생추정의 기준이 그 동안의 근본적인 시대변화에 따라가지 못하여 그 합리성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발생된 것이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는 변화된 현실과 시대적 상황을 법의 테두리 안에 넣을 필요성이 있다.
○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300일을 친생추정에 있어 일응의 기준으로 삼는 국가들이 있으나, 친생추정 기준의 구체적 내용과 그 예외 인정 여부에 관한 사정은 우리와 다르다. 가령 일본 민법의 경우에는,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를 전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것이 실태에 맞지 아니함을 고려하여, 2007년 법무성 지침을 통하여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라도 의사의 증명서에 의하여 그 포태가 혼인 중에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의학적으로 증명되면 그 친생추정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경우에는, 전남편과의 혼인중에 출생한 자라도 그 출생일이 이혼소송 계속 이후이고 생부가 그 자를 인지한 경우라면 부의 친생추정을 제한함으로써, 친생추정으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의 이 사건 결정은, 민법 제정 이후 사회적ㆍ의학적ㆍ법률적 사정변경을 전혀 반영하지 아니한 채 아무런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300일의 기준만 강요함으로써 가족 구성원이 겪는 구체적이고 심각한 불이익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아니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이,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母가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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