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2.2.16. 자 2009모1044 전원합의체 결정
[항소기각결정에대한재항고][공2012상,480]
【판시사항】
[1]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내용 및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사건에서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모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고, 국선변호인이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데 피고인의 귀책사유가 밝혀지지 아니한 경우 항소법원이 취하여야 할 조치
[2] 필요적 변호사건의 항소심에서, 원심법원이 피고인 본인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였으나 국선변호인이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사안에서, 국선변호인의 항소이유서 불제출에 대하여 피고인의 귀책사유가 밝혀지지 아니한 이상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도,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항소를 기각한 원심결정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결정요지】
[1] [다수의견]
(가) 헌법상 보장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므로, 일정한 경우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에는 형사소송절차에서 단순히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실질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업무 감독과 절차적 조치를 취할 책무까지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나) 피고인을 위하여 선정된 국선변호인이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면 이는 피고인을 위하여 요구되는 충분한 조력을 제공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런 경우에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만한 아무런 사유가 없는데도 항소법원이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본문에 따라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면, 이는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위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조치이다. 따라서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모두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데 대하여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있음이 특별히 밝혀지지 않는 한, 항소법원은 종전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다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함으로써 새로운 국선변호인으로 하여금 그 통지를 받은 때로부터 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제1항의 기간 내에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하여야 한다.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의 반대의견]
(가) 항소이유서 제도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등의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항소인인 피고인과 변호인이 항소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접수를 통지받고도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직권조사사유가 있거나 항소장에 항소이유의 기재가 있는 때가 아닌 이상 항소법원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여야 하고, 이는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었는지 여부, 필요적 변호사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과 상관이 없다.
(나)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피고인 등에게 보장하는 것은 스스로 변호인을 선임하여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 것으로서, 헌법은 변호인의 구체적 변호활동에 관한 결과의 실현까지 국가 또는 법원이 책임지도록 하고 있지는 않으며, 변호인을 국가가 선정하여 주었다거나 법원에 국선변호인의 선정, 선정 취소, 사임 허가 등 일정한 감독권한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다수의견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한 보장이 단순히 국선변호인의 선정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실효적 보장을 위하여 법원에 일정한 범위 내에서 변호인에 대한 감독권한을 행사하도록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중립적 지위에서 형사재판을 담당하여야 하는 법원에 피고인을 위한 전면적인 후견적 조치를 요구하거나 그에 기하여 국선변호인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한 변호활동을 하게 할 것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
[2] 필요적 변호사건의 항소심에서, 원심법원이 피고인 본인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였으나 국선변호인이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사안에서,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데 대하여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만한 사유가 특별히 밝혀지지 아니한 이상,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함으로써 새로운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도,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모두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제1심판결에 직권조사사유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곧바로 항소를 기각한 원심결정에는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에 관한 헌법 및 형사소송법상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헌법 제12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제1항, 제361조의4 제1항
[2] 헌법 제12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3호, 제361조의3 제1항, 제361조의4 제1항
【주 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우리 헌법상의 법치국가원리, 적법절차원칙 등에 비추어 이러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구속 피의자·피고인뿐만 아니라 불구속 피의자·피고인에게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2004. 9. 23. 선고 2000헌마13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나아가 헌법은 같은 항 단서에서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규정함으로써 일정한 경우 형사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밝히면서 이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공적 의무임을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이 헌법상 보장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므로( 대법원 2003. 11. 11.자 2003모402 결정 등 참조), 일정한 경우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여야 할 국가의 의무에는 형사소송절차에서 단순히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실질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업무 감독과 절차적 조치를 취할 책무까지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때문에 위와 같은 헌법의 취지와 정신을 구현하기 위하여 형사소송법은 일정한 경우 법원으로 하여금 직권 또는 피고인의 청구 등에 의하여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하는 한편( 제33조),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사건에 관하여 변호인 없이 개정하지 못하게 하면서 만일 변호인이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직권으로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하였고( 제282조, 제283조, 제370조), 형사소송규칙은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후에도 법원으로 하여금 그 선정 취소, 사임 허가, 감독 등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제18조 내지 제21조).
나. 한편 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제1항, 제361조의2 제1항, 제2항, 제361조의4 제1항, 제364조 제1항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항소한 경우 형사 항소심은 기본적으로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정기간 내에 제출한 항소이유서에 포함된 항소이유에 관하여 심판하는 구조이고, 만일 법정기간 내에 적법한 항소이유서가 제출되지 아니하면 원칙적으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도록 되어 있다. 그 결과 피고인은 항소법원으로부터 본안판단을 받을 기회를 잃게 된다. 항소심 소송절차에서 항소이유서의 작성과 제출이 지니는 위와 같은 의미와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항소심 소송절차에서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경우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는 공판심리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항소이유서의 작성·제출 과정에서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피고인을 위하여 선정된 국선변호인이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면 이는 피고인을 위하여 요구되는 충분한 조력을 제공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런 경우에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만한 아무런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항소법원이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본문에 따라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면, 이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위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조치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모두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데 대하여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있음이 특별히 밝혀지지 않는 한, 항소법원은 종전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다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함으로써 새로운 국선변호인으로 하여금 그 통지를 받은 때로부터 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제1항의 기간 내에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경우 국선변호인이 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제1항의 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 본인이 적법한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이상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본문에 따라 항소기각의 결정을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한 대법원 1966. 5. 25.자 66모31 결정 등은 이 결정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
2. 가. 원심결정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재항고인은 이 사건의 피고인으로서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원심법원에 항소한 사실, 재항고인이 70세 이상이어서 이 사건은 형사소송법 제33조 제1항 제3호에 의한 필요적 변호사건에 해당하는데, 원심은 재항고인 본인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 비로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였으나 위 국선변호인이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사실, 원심은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데 대하여 재항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만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거나 고려하지 아니한 채, 재항고인과 국선변호인이 모두 그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제1심판결에 직권조사사유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에 따라 결정으로 재항고인의 항소를 기각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으로서는 국선변호인이 그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데 대하여 재항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만한 사유가 특별히 밝혀지지 아니한 이상, 재항고인과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에 의하여 재항고인의 항소를 기각할 것이 아니라, 위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함으로써 재항고인을 위하여 새로운 국선변호인으로 하여금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재항고인의 항소를 기각한 원심결정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에 관한 헌법 및 형사소송법상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재항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4.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 양창수, 대법관 이인복, 대법관 이상훈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반대의견의 요지
항소이유서 제도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등의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항소인인 피고인과 변호인이 항소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접수를 통지받고도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직권조사사유가 있거나 항소장에 항소이유의 기재가 있는 때가 아닌 이상 항소법원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여야 하고, 이는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었는지 여부, 필요적 변호사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과 상관이 없다.
다수의견은 위와 달리 국선변호인이 그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그 책임을 돌릴 만한 사유가 있음이 특별히 밝혀지지 않는 한 항소법원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국선변호인을 교체하여 새로운 국선변호인으로 하여금 항소이유서를 제출하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다수의견의 태도는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에 명시되어 있지 않거나 그 명문의 규정에 반하는 내용을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로부터 직접 도출하려는 시도로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에 동의할 수 없다.
나.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보장과 관련하여
(1) 다수의견은 항소이유서의 제출과 관련해서는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항소법원이 변호인의 항소이유서 제출이라는 구체적 결과의 실현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그러나 헌법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피고인 등에게 보장하는 것은 스스로 변호인을 선임하여 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피고인 등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변호인을 선정하여 주는 것으로서, 헌법은 변호인의 구체적 변호활동에 관한 결과의 실현까지 국가 또는 법원이 책임지도록 하고 있지는 않으며, 그 변호인을 국가가 선정하여 주었다거나 법원에 국선변호인의 선정, 선정 취소, 사임 허가 등 일정한 감독권한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 다수의견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대한 보장이 단순히 국선변호인의 선정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실효적 보장을 위하여 법원에 일정한 범위 내에서 변호인에 대한 감독권한을 행사하도록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중립적 지위에서 형사재판을 담당하여야 하는 법원에 피고인을 위한 전면적인 후견적 조치를 요구하거나 그에 기하여 국선변호인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특정한 변호활동을 하게 할 것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
형사소송규칙이 ‘국선변호인이 그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아니하는 때’를 국선변호인의 선정취소사유로 하면서도 이를 필요적 선정취소사유가 아니라 법원의 재량적 선정취소사유로 규정한 점( 제18조 제2항 제1호)이나, ‘국선변호인이 그 임무를 해태하여 국선변호인으로서의 불성실한 사적이 현저하다고 인정할 때’에도 법원은 그 사유를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에게 통고할 수 있을 뿐( 제21조) 국선변호인에게 특정한 변호활동을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을 두지는 아니한 점 등도 이러한 고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다수의견은 피고인 등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법원에 부여된 책무의 한계를 도외시하고 그 권리의 실질적 보장이라는 헌법적 당위에만 집착하여, 항소법원에 형사소송법이나 형사소송규칙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국선변호인에 대한 후견적 감독의무를 창설하여 요구하고 이를 위해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적용을 제한하고 있으니, 이는 법해석의 범위를 넘는 입법행위로서 그에 동의할 수 없다.
(2) 또한, 다수의견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을 받을 권리의 내용에 항소심 재판을 받을 권리가 당연히 포함된다는 전제에 서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 독립된 법원으로부터 사실관계와 법률관계에 관하여 포괄적으로 심사를 받을 기회가 기본적으로 보장된 이상 이에 대한 상소심 절차의 구체적인 형성은 입법재량의 영역으로 파악하여야 하고, 따라서 상소심 재판을 받을 권리가 헌법상 기본권의 당연한 내용으로서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을 비롯하여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 상고를 기각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380조, 민사소송법 제429조 등의 위헌 여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2004. 11. 25. 선고 2003헌마439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05. 3. 31. 선고 2003헌바34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08. 10. 30. 선고 2007헌마532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위와 같이 상소심에서 본안재판을 받을 권리가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보장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함에 따라 항소법원이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에 따라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의 헌법적 권리가 침해되는 결과에 이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 항소이유서 제도의 취지 및 내용과 관련하여
(1) 주지하다시피 형사소송법은 항소인에게 항소이유서 제출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원칙적으로 본안재판에 이르지 않고 항소를 기각하도록 함으로써 일정한 경우 항소심 재판을 받을 기회를 일부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이 위와 같이 항소이유서 제출의무를 규정한 취지는 항소심 심판대상의 확정과 이를 통한 신속 ·원활한 항소심 재판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고,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항소기각이라는 제재를 둔 이유 역시 항소이유서 제출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여 위와 같은 취지를 실현하고자 함에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입법자는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형사 항소심의 구조와 성격에 관한 지향점, 우리 형사사법 절차의 현실과 특수성, 운용할 수 있는 사법 자원과 그 효율적인 배분방법 등을 두루 고려하여 위와 같은 내용의 항소이유서 제도를 둔 것이고, 이는 정당한 입법재량으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데 다수의견의 해석론에 의할 경우 앞으로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귀책사유가 밝혀진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항소이유서가 제출되지 않더라도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에 따른 항소기각결정을 할 수 없게 되어, 위와 같이 정당한 입법재량에 의하여 형성된 현행 항소이유서 제도에 명백히 배치되는 예외를 창설하는 결과가 된다. 그리고 이는 항소이유서가 제출되지 않은 데 법원의 잘못이 있는지 여부도 묻지 않음으로써 그동안 국선변호인 선정 및 소송기록접수통지 등에서 절차적 흠이 있을 경우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을 탄력적으로 해석하여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의 경직성을 완화해 왔던 대법원 판례의 흐름과도 완전히 다르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한편 다수의견은 위와 같은 예외를 창설하면서 그 대상과 요건, 구제방법을 임의로 정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법률적 불명확성을 낳게 되고, 그럼에도 이에 대한 아무런 답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즉 이 사건은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사안에 관한 것이지만, 사선변호인이 선임된 사건에서 사선변호인이 자신의 불성실, 태만 등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로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과연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에 의한 항소기각의 재판을 할 수 없다고 볼 것인지, 만일 다수의견이 사선변호인이 선임된 경우와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경우를 달리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양자를 달리 취급할 이유와 실질적 근거가 무엇인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보장이라는 헌법적 당위와 관련하여 어떠한 본질적 차이가 있는지, 특히 필요적 변호사건에서 사선변호인을 선임한 피고인의 경우 왜 항소이유서 제출과 관련한 구제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지, 만일 다수의견의 생각이 사선변호인이 선임된 사건에서도 이 결정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면 결국 변호인이 있는 사건에서는 사실상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항소를 기각할 수는 없게 되는데 이러한 결론까지 용인하는 것인지, 만일 그러한 결론을 용인한다면 변호인이 있는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을 차별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등 연이어 제기되는 의문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3) 아울러 다수의견은 형사소송법이 항소이유서 제도에 관한 기본적인 권리구제 장치로서 직권조사사유를 규정한 취지와 의미를 제대로 고려하지 아니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입법자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단서에 의하여 피고인과 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제1심판결에 파기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직권조사사유라는 개념을 통하여 본안심리에 나아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필요한 최소한의 보장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피고인과 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제1심판결에 파기사유조차 발견되지 않는 경우라면 당해 사건에 대한 본안심리의 필요보다는 국가 재판역량의 적절한 배분이라는 고려를 우선하여 항소기각결정을 통한 간이한 소송 종결이 정당화된다는 것이 이에 관한 입법자의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인과 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 피고인의 구제 여부는 직권조사사유의 존재 여부, 즉 제1심판결의 파기 또는 변경 가능성을 핵심적 기준으로 삼지 않을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직권조사사유의 개념을 탄력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피고인에 대한 구제의 폭을 넓히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어떤 이유로든 제1심판결에 파기사유를 찾을 수 없어 항소이유서 제출 여부와 관계없이 결론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경우까지 제한 없이 국선변호인의 교체를 강제하여 새로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게 하는 것은 절차의 과잉일 뿐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보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수의견이 제시한 국선변호인의 교체를 통한 항소이유서의 제출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에 의한 항소기각 재판에 대하여 상고심이 직권조사사유의 존재 등을 이유로 파기함에 따라 항소심에서 본안심리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충분하다.
라. 이 사건의 결론
그렇다면 원심이 재항고인과 그 국선변호인이 모두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항소장에 항소이유의 기재가 없으며 달리 직권조사사유도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 결정으로 재항고인의 항소를 기각한 조치는 정당하고, 원심결정에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재항고를 기각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하여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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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84도2279 판결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 소정의 "피고인 아닌 타인"의 의미 (0) | 2015.07.08 |
대법원 2009도6788 전원합의체 판결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 (0) | 2015.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