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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헌가20 -국가모독죄 사건

산물소리 2015. 10. 22. 19:37

사건번호: 2013헌가20
사 건 명: 구 형법 제104조의2 위헌제청 
종국일자: 2015.10.21
종국결과: 위헌

헌법재판소는 2015년 10월 21일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대한민국 또는 헌법상 국가기관에 대하여 모욕, 비방, 사실 왜곡, 허위사실 유포 또는 기타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안전, 이익 또는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 하도록 규정한 구 형법 제104조의2(국가모독죄 조항)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위헌]
국가의 안전, 이익, 위신 보전이 위 조항의 진정한 입법목적인지 의문이고, 형사처벌을 통한 일률적 표현행위 규제에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는 점, 의미내용이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기본권 침해 정도가 큰 형사처벌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을 위헌결정의 이유로 하였다.


□ 사건의 개요
○ 제청신청인은 국가기관 등에 관한 사실을 왜곡한 내용의 표현물을 작성한 후 보관하고 있다가 일본인, 미국인에게 교부하여, 일본인 잡지에 번역ㆍ게재되도록 함으로써 외국인을 이용하여 대한민국의 안전, 이익과 위신을 해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국가모독죄 및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 제청신청인은 위 범죄사실로 1심에서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고, 항소 및 상고가 기각되어 그 형이 확정되었다. 제청신청인은 2012. 10. 26. 위 1심 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3. 4. 19. 재심개시결정을 하였다(2012재고합23).

○ 제청신청인은 재심 계속 중 국가모독죄를 규정한 구 형법 제104조의2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3. 6. 13. 위 제청신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2013초기1930).


□ 심판의 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형법(1975. 3. 25. 법률 제2745호로 개정되고, 1988. 12. 31. 법률 제40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4조의2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구 형법(1975. 3. 25. 법률 제2745호로 개정되고, 1988. 12. 31. 법률 제40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4조의2(국가모독 등) ① 내국인이 국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모욕 또는 비방하거나 그에 관한 사실을 왜곡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안전·이익 또는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② 내국인이 외국인이나 외국단체 등을 이용하여 국내에서 전항의 행위를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③ 제2항의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


□ 결정주문
○ 구 형법(1975. 3. 25. 법률 제2745호로 개정되고, 1988. 12. 31. 법률 제40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4조의2는 헌법에 위반된다.


□ 결정이유
○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바, 이는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엄격한 요건에서 허용된다.

○ 그런데 당시 언론이 통제되고 있던 상황과 위 조항의 삭제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국가의 안전과 이익, 위신 보전을 심판대상조항의 진정한 입법목적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고, 형사처벌로써 표현행위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그러한 목적달성에 기여한다고 보기도 어려워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

○ 심판대상조항이 규제하는 행위태양으로 “기타 방법”은 그 의미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위신” 역시 추상적이고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이를 실제로 해한 경우는 물론 그러한 우려가 있는 행위까지도 처벌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국가와 국가기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

형법은 대한민국의 안전과 독립을 지키기 위한 다수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고, 국가보안법이나 군사기밀보호법에서도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하여 심판대상조항을 별도로 둘 필요도 없다. 나아가 진정한 대한민국의 “이익” 보전은 다양한 토론과 논의의 장을 통하여 이루어지므로, 이를 형사처벌로 강제하는 것은 과도하다. 국민들의 비판이나 부정적 판단에 대하여 국가의 “위신”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 국가나 국가기관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를 활용하여 스스로 진상을 밝히거나 국정을 홍보할 수 있고, 허위사실의 유포나 악의적인 왜곡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도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

○ 형사처벌을 통하여 획일적으로 국민의 표현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국가의 안전ㆍ이익이나 위신을 지키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갖는 가치에 비추어 볼 때, 기본권 제한의 정도는 매우 중대하므로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 결정의 의의
이 결정은 국가의 안전, 이익, 위신을 보전한다는 이유로 의미내용이 불명확하고 적용범위가 광범위한 형사처벌조항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정치적 표현을 억압하기 위하여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1988년 개정 형법에서 이미 삭제되었으나, 이와 같은 구법 조항에 대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함으로써,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갖는 가치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결정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