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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헌마805 -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기간 사건

산물소리 2015. 11. 26. 19:54

사건번호: 2013헌마805
사 건 명: 국적법 제12조 제2항 위헌확인 
병합정보: 2013헌마805,2014헌마788(병합)
종국일자: 2015.11.26
종국결과: 기각

헌법재판소는 2015년 11월 26일 복수국적자에 대하여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부터 3개월 이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으면 병역의무를 해소한 후에야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수 있도록 한 국적법 제12조 제2항 본문, 제14조 제1항 단서가 청구인들의 국적이탈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기각)
이에 대하여 청구인들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안창호의 반대의견, 국적이탈의 자유는 거주·이전의 자유의 내용이 아니라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것이라는 재판관 강일원의 별개의견이 있었다.


□ 사건의 개요
○ 2013헌마805 사건의 청구인은 1995. 7. 20. 미국에서 대한민국 국적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국적 및 미국 시민권을 동시에 취득한 복수국적자로, 2013. 1. 1. 제1국민역에 편입되었다. 2014헌마788 사건의 청구인은 1997. 6. 20. 미국에서 대한민국 국적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국적 및 미국 시민권을 동시에 취득한 복수국적자로, 2015. 1. 1. 제1국민역에 편입되었다.

○ 청구인들은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로부터 3개월 이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으면 병역의무를 해소한 후에야 미국 국적을 선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수 있도록 한 국적법 제12조 제2항, 제14조 제1항 등이 청구인들의 국적이탈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의 대상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는 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기간을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부터 3개월 이내로 한 것이 지나치게 짧아 청구인들의 국적이탈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것인바, 이와 관련된 조항은 국적법 제12조 제2항 본문, 제14조 제1항 단서이므로 심판대상을 이들 조항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국적법(2010. 5. 4. 법률 제10275호로 개정된 것) 제12조 제2항 본문 및 제14조 제1항 단서(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국적법(2010. 5. 4. 법률 제10275호로 개정된 것)
제12조(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의무) ②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병역법」 제8조에 따라 제1국민역(第一國民役)에 편입된 자는 편입된 때부터 3개월 이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거나 제3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부터 2년 이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여야 한다. 다만, 제13조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려는 경우에는 제3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기 전에도 할 수 있다.

제14조(대한민국 국적의 이탈 요건 및 절차) ① 복수국적자로서 외국 국적을 선택하려는 자는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만 주소지 관할 재외공관의 장을 거쳐 법무부장관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한다는 뜻을 신고할 수 있다. 다만, 제12조 제2항 본문 또는 같은 조 제3항에 해당하는 자는 그 기간 이내에 또는 해당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만 신고할 수 있다.


□ 결정주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 이유의 요지
(1) 국적이탈의 자유 침해 여부
○ 국적을 이탈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헌법 제14조가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에 포함되고(헌재 2006. 11. 30. 2005헌마739; 헌재 2004. 10. 28. 2003헌가18 등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복수국적자인 남성이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에는 그때부터 3개월 이내에 외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국적법 제12조 제3항 각 호에 해당하는 때, 즉 현역·상근예비역 또는 보충역으로 복무를 마치거나, 제2국민역에 편입되거나, 또는 병역면제처분을 받은 때(이하 ‘병역의무의 해소’라 한다)에야 외국 국적의 선택 및 대한민국 국적의 이탈(이하 이를 묶어 ‘대한민국 국적 이탈’이라고만 한다)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복수국적자인 청구인들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제한한다.

○ 헌법재판소는 2006. 11. 30. 선고한 2005헌마739 결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과 동일한 내용을 규정한 구 국적법(2005. 5. 24. 법률 제7499호로 개정되고, 2010. 5. 4. 법률 제102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1항 단서, 제14조 제1항 단서 등이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는데,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 국적법 제12조 제1항 단서 및 그에 관한 제14조 제1항 단서는 이중국적자라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병역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는 것을 원칙적인 전제로 하여, 이중국적자로서 구체적인 병역의무 발생(제1국민역 편입) 시부터 일정기간(3월) 내에 한국 국적을 이탈함으로써 한국의 병역의무를 면하는 것은 허용하되, 위 기간 내에 국적이탈을 하지 않은 이중국적자는 병역문제를 해소하지 않는 한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국적선택제도를 통하여 병역의무를 면탈하지 못하게 하려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다.

- 위 조항들에 의하더라도 국적선택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인 제한을 받을 뿐이다. 18세가 되어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부터 3월이 지나기 전이라면 자유롭게 국적을 이탈할 수 있고, 그 이후부터 입영의무 등이 해소되는 시점(36세)까지만 국적이탈이 금지되므로 일정한 시기적인 제약을 받을 뿐이며,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부터 3월이 지났더라도 병역의무를 이행하거나 면제받는 등으로 병역문제를 해소한 때에는 역시 자유롭게 국적을 이탈할 수 있다.

- 주된 생활의 근거를 외국에 두고 있는 이중국적자들의 경우 적극적으로 국적이탈을 함으로써 병역의무를 조기에 해소할 수도 있고, 관련 병역법 규정에 따라 소극적인 방법으로 병역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도 있어서, 이들에 대하여 국적선택제한조항의 적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이들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 위 결정의 선고 이후 그 판단을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이 사건 청구인들의 주장을 살펴본다.
- 이 사건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주된 생활근거를 외국에서 두고 있는 등의 이유로 귀책사유 없이 국적선택기간을 알 수 없었던 경우가 있을 수 있음에도, 이에 관하여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고 국적선택기간이 경과하면 병역의무를 해소한 후에만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청구인들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복수국적자가 대한민국 국민의 병역의무나 국적선택제도에 관하여 아무런 귀책사유 없이 알지 못하는 경우란 상정하기 어렵고, 아무런 귀책사유 없이 국적선택기간을 알지 못할 정도로 대한민국과 관련이 없는 외국 거주 복수국적자의 경우, 그의 생활영역에서 그가 외국의 국적과 대한민국 국적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법적 지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이러한 경우에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관한 예외조항을 두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 외국에서 복수국적자에 대하여 일정한 공직에 취임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는 극히 우연적인 사정에 지나지 않으므로, 입법자에게 이러한 경우까지를 예상하고 배려해야 하는 입법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는 병역법 제8조, 제2조를 함께 살펴보아야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이 18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 제1국민역에 편입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를 불완전한 입법이라거나, 통상적으로 수범자가 그 내용을 알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수 없다.

-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복수국적자인 남성에게 제1국민역에 편입되는 때인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까지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여 미성년자인 복수국적자에게 사실상 국적선택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나, 민법에서도 개별 법률행위에 따라 행위능력을 달리 정하고 있기도 한 점, 복수국적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정하고 있는 기간의 만료일 무렵에 국적과 병역에 관하여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점,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모두 18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에 제1국민역에 편입되고 이는 복수국적자인 남성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민법상 성년에 이르지 못한 복수국적자로 하여금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까지 국적을 선택하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국적이탈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 이상과 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위 2005헌마739 결정의 선고 이후에 그 판단을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선례의 견해를 그대로 유지한다.

(2) 평등권 침해 여부
○ 2014헌마788 사건의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합리적 사유 없이 복수국적자인 여성과 복수국적자인 남성을 달리 취급하고 있으므로, 위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병역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병역면탈을 금지하기 위하여 복수국적자인 남성에 대하여 구체적인 병역의무가 발생하는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를 기준으로 3개월 이내에만 병역의무의 해소 없이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따라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안창호의 반대의견
○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복수국적자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복수국적을 이용한 기회주의적인 병역면탈을 규제하고, 병역의무부담의 형평성을 확보하려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다. 이 점에 대하여는 법정의견과 같다.

○ 주된 생활 근거를 외국에 두고 있고,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를 향유한 바도 없으며, 대한민국에 대한 진정한 유대 또는 귀속감이 없이 단지 혈통주의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하였을 뿐인 복수국적자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따라 제1국민역에 편입된 때부터 3개월 이내에만 병역의무의 해소 없이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할 수 있도록 하여 자신의 생활 근거가 되는 국가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한다면, 복수국적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사유 등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서 정한 기간 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지 못한 경우에도 병역의무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주된 생활 근거가 되는 국가의 국적을 선택할 수 없게 된다.

○ 병역자원을 담당하는 병무청은 물론 재외공관도 외국에 거주하는 복수국적자인 남성에 대하여 국적선택절차에 관한 개별적 관리·통지를 하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예외 없이 적용된다면 복수국적자의 주된 생활 근거가 되는 국가에서 주요공직 등에 진출하지 못하게 되는 등 복수국적자에게 심히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서 정한 기간 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지 못한 복수국적자에 대하여 위 기간 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지 못한 데에 정당한 사유, 또는 위 기간이 경과한 후에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여야만 하는 불가피한 사유 등을 엄격하게 소명하도록 하고, 관할관청에서 병역면탈의 의사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엄격하게 심사한다면 복수국적을 이용한 병역면탈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 또한, 위와 같은 문제점은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한 복수국적자에 대하여 대한민국으로의 입국이나, 대한민국에서의 체류자격·취업자격 등을 제한하는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를 가능하게 하고 있고,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은 외국국적동포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한 경우에는 38세가 될 때까지 재외동포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국적법은 병역면탈을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한 사람에 대하여는 국적회복을 반드시 불허하도록 하고 있는 등 이미 각종 법률에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수단들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좀 더 정비하고 실질적으로 운영한다면, 대한민국을 생활영역으로 하면서도 병역의무는 면탈하는 기회주의적인 복수국적자들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


□ 재판관 강일원의 별개의견
○ 거주지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이동할 수 있다고 하여 이로부터 자신이 소속된 국적을 버리거나 변경할 자유가 파생된다고 볼 수 없다. 국적을 가지거나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자신이 소속될 공동체를 규범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로서 권리자가 어디에 소재하고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관념적으로 인정되는 권리로서, 거주·이전의 자유와 성질상 차이가 있다.

○ 자유권은 인간의 존엄성에 뿌리를 둔 기본적 인권이므로, 헌법에 규정된 자유권은 원칙적으로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권리이다. 거주·이전의 자유도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에게만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국적과는 직접 연관이 없는 권리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제15조에서 국적을 가질 권리와 국적을 변경할 권리가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제13조에서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어, 두 권리가 서로 다른 권리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 세계인권선언 제15조에서 규정한 국적을 가지고 이를 변경할 권리는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본질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복수국적자가 대한민국 국적을 버릴 자유도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