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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헌마964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 제한 규정

산물소리 2016. 7. 30. 18:53


호적법 제49조 제3항 등 위헌확인
사건번호  2015헌마964  
선고일자  2016.07.28 
종국결과  기각


 

헌법재판소는 2016년 7월 28일 재판관 6 : 3의 의견으로, 출생신고시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통상 사용되는 한자’로 제한하고 있는‘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제44조 제3항 중‘통상 사용되는 한자’부분 및‘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제37조가 청구인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위 조항이 청구인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과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강일원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 사건의 개요
○ 청구인은 아들의 이름을 ‘로○’으로 정하여 출생신고를 하였으나, 담당공무원은 위 이름의 한자 중 ‘로’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3항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37조 제1항, 제2항에서 정한 ‘통상 사용되는 한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규칙 제37조 제3항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자 이름을 한글로만 ‘로○’이라고 기록하였다.
○ 이에 청구인은 출생신고 시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통상 사용되는 한자’로 제한하고 있는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3항 및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37조가 청구인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5. 9. 3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의 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 한다) 제44조 제3항 중 ‘통상 사용되는 한자’ 부분 및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2009. 12. 31. 대법원규칙 제2263호로 개정된 것) 제37조 제1항,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2007. 11. 28. 대법원규칙 제2119호로 제정된 것, 이하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을 ‘가족관계등록규칙’이라 한다) 제37조 제2항, 제3항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2007. 5. 17. 법률 제8435호로 제정된 것)
제44조(출생신고의 기재사항) ③ 자녀의 이름에는 한글 또는 통상 사용되는 한자를 사용하여야 한다. 통상 사용되는 한자의 범위는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2009. 12. 31. 대법원규칙 제2263호로 개정된 것)
제37조(인명용 한자의 범위) ① 법 제44조 제3항에 따른 한자의 범위는 다음과 같이 한다.
1. 교육과학기술부가 정한 한문교육용 기초한자
2. 별표 1에 기재된 한자. 다만, 제1호의 기초한자가 변경된 경우에, 그 기초한자에서 제외된 한 자는 별표 1에 추가된 것으로 보고, 그 기초한자에 새로 편입된 한자 중 별표 1의 한자와 중복되는 한자는 별표 1에서 삭제된 것으로 본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2007. 11. 28. 대법원규칙 제2119호로 제정된 것)
제37조(인명용 한자의 범위) ② 제1항의 한자에 대한 동자(同字)·속자(俗字)·약자(略字)는 별표 2에 기재된 것만 사용할 수 있다.
③ 출생자의 이름에 사용된 한자 중 제1항과 제2항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 한자가 포함된 경우에는 등록부에 출생자의 이름을 한글로 기록한다.


□ 결정주문
○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 이유의 요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 심판대상조항은 이름에 통상 사용되지 아니하는 어려운 한자를 사용하는 경우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이 겪을 불편을 해소하고, 가족관계등록업무가 전산화됨에 따라 이름에 사용되는 한자 역시 전산시스템에 모두 구현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를 통상 사용되는 한자로 제한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 한자는 상형문자·표의문자로서 갖는 특성에다가 중국은 물론 한자 문화권에 속한 각국마다 상이한 글자 등을 만들어 오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우리의 고유문자인 한글과 달리 그 숫자가 방대하고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1948년 구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공포한 이래 대체적으로 한글 전용 정책을 주축으로 하면서, 한자는 한자어의 이해를 돕기 위한 보조도구로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하였으며, 초중등 교육과정에서도 한자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편제하지 아니하여 한자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름에 통상 사용되지 아니하는 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오자(誤字)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될 위험이 있고, 일본식 한자 등 인명에 부적합한 한자가 사용될 가능성이 증가하여 자녀의 성장과 복리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우며, 그와 사회적·법률적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그 이름을 인식하고 사용하는 데에도 상당한 불편을 겪게 된다.
○ 뿐만 아니라 가족관계등록법 제9조 제1항 및 제11조 제1항에 따라 가족관계등록사무는 전산정보처리조직에 의하여 처리하게 되는데, 실제 사용되지 않는 희귀한 한자 등 그 범위조차 불분명한 한자를 문헌상으로 검증하여 가족관계등록 전산시스템에 모두 구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위와 같은 점들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이 자녀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 심판대상조항은 총 8,142자를 ‘인명용 한자’로 지정하고 있다. 이는 일본에서 인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한자가 2,998자 정도이고, 한자의 발생지인 중국에서 의무교육(초·중학교) 과정에서 알아야 할 한자, 출판물 등에 쓰이는 한자, 인명·지명 등 고유명사에 활용되는 한자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한자를 선별하여 발표한 ‘통용규범한자표’의 한자가 8,105자 정도인 것에 비추어 보면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다.
○ 또한 출생신고서에 출생자의 이름이 ‘인명용 한자’가 아닌 한자로 기재되어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자의 이름을 한글로만 기록한 경우에는, 해당 시(구)·읍·면의 장은 출생자의 이름으로 신고된 한자로서 ‘인명용 한자’가 아닌 한자의 자체(字體)와 발음을 기재하여 다음달 10일까지 감독법원에 보고하도록 하고, 감독법원은 그 내용을 분기별로 정리하여 분기마다 다음달 20일까지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가족관계등록규칙 개정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인명용 한자’를 추가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심판대상조항이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우리나라 인명에 사용되는 한자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한문교육용 기초한자’를 포함한 총 2,731자가 ‘인명용 한자’로 지정되었으나, 그 후 9차례에 걸친 대법원규칙 개정으로 ‘인명용 한자’의 범위를 확대해 온 결과 현재 총 8,142자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는 사람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일정한 절차를 거쳐 계속 확대함으로써 이름에 한자를 사용함에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보완장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 출생신고 시 ‘인명용 한자’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던 이름이라 하더라도, 가족관계등록규칙의 개정으로 추가된 ‘인명용 한자’에 포함된 경우에는 개명허가 절차를 거쳐 원하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출생신고 시 ‘인명용 한자’가 아닌 한자를 신고한 관계로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명란에 출생자의 이름이 한글로만 기록된 경우에는, 개명허가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이 출생신고인의 추후보완신고만으로 종전에 한글로 기록된 이름을 한글과 한자로 함께 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되어 있다.
○ 또한 ‘인명용 한자’가 아닌 한자를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출생신고나 출생자 이름 자체가 불수리되는 것은 아니고, 가족관계등록부에 해당 이름이 한글로만 기재되어 종국적으로 해당 한자가 함께 기재되지 않는 제한을 받을 뿐이며, 가족관계등록부나 그와 연계된 공적 장부 이외에 사적 생활의 영역에서 해당 한자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도 아니다.
○ 이상의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조항이 청구인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 반대의견(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조용호)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 심판대상조항은 1990. 12. 31. 호적법 개정으로 도입된 것으로, 그 전에는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그렇다면 한자의 숫자가 방대하고 그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사실로부터 통상 사용되지 않는 한자를 이름에 쓸 수 없게 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 우리나라는 1948년 구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공포한 이래 한글 전용 정책을 주축으로 하면서 모든 법령 및 공문서가 한글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과거 호적부에 이름을 한자로만 기재하던 것도 1994. 7. 11. 구 호적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는 것으로 변경되어 현행 가족관계등록부에도 ‘홍길동(洪吉童)’과 같이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고 있다. 또한 현재 금융이나 부동산거래 등 각종 사법상 법률관계에서도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하고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한글 이름 및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게 함이 보통이며, 이름을 한자로만 기재하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이름에 통상 사용되지 아니하는 어려운 한자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당사자나 이해관계인이 무슨 불편을 겪는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 결국 심판대상조항의 주된 입법목적은 행정전산화의 편의 도모에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수준 역시 심판대상조항이 도입된 1990년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되어 현재는 유용(有用)되는 한자의 전산화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는바, 행정전산화의 어려움을 이유로 이름에 사용하는 한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행정전산화가 되기 전에는 모든 한자의 사용이 가능하던 것이 오히려 행정전산화로 인하여 한자 사용에 제한을 받는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그렇다면 법정의견이 들고 있는 입법목적이라는 것은 심판대상조항이 도입될 당시와는 달라진 현실에서 더 이상 그 정당성을 가지기 어렵고, 따라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될 여지가 없다.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 우리나라에서 한자를 이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한자의 뜻에 기초하여 자녀의 이름을 짓는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이름에 어려운 한자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다거나 또는 행정전산화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이유로 이름에 인명용 한자 이외의 한자 사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할 것은 아니다. 자녀의 복리에 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부모가 원하는 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 중국과 일본에서는 사람의 이름을 쓸 때 한자 사용이 기본(원칙)인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공문서에서나 사문서에서나 기본적으로 한글로 이름을 쓰고 한자는 병기(倂記)하는데 그치므로 한자 이름을 읽지 못하거나 잘못 읽을 염려가 적다. 따라서 인명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중국 및 일본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또한, 국제 표준코드인 ‘유니코드’에 등록되어 있는 한·중·일 통합한자의 수와 국내 표준코드인 ‘KS 코드’에 등록되어 있는 한자의 수를 고려하면, ‘인명용 한자’ 이외의 한자 사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지 않고서도 한자를 전산시스템에 구현함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위해서 정부의 전산화 기술이 맞춰져야 하는 것이지,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가 정부의 전산화 기술에 맞춰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 법정의견이 설시하고 있듯이, 가족관계등록규칙 개정을 통해 ‘인명용 한자’가 추가되는 경우 당사자는 개명허가 절차 또는 출생신고인의 추후보완신고를 거쳐 원하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이 막연히 장래에 개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현재 기본권 제한이 완화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인명용 한자’의 범위가 9차례의 대법원규칙 개정을 통하여 확대되어 왔다는 사정은, ‘부모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심판대상조항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인명용 한자’를 누가 결정하고, 어느 정도의 사용빈도가 있어야 그 범위에 들어가는 것인지도 의문이고, 우리의 경험상 한자 사용의 빈도수가 지속적으로 감소되었음에도 ‘인명용 한자’의 범위는 계속 늘어났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인명용 한자’의 범위라는 것이 얼마나 작위적인 것인지 알 수 있다.
○ 한자의 전면 사용을 허용하되 필요한 경우 예외규정을 두어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국민으로 하여금 국가가 정한 ‘인명용 한자’라는 기준에 맞추도록 강제하고 있다.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를 침해한다.


□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강일원)
○ 헌법 제10조와 제36조 제1항에 따라 ‘부모의 자녀의 이름을 지을 자유’가 보장되지만, 부모가 지은 이름은 그 자녀에게 귀속되므로 자녀의 성명권과 인격권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는 어려운 한자를 이름에 사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목적이 있다. 단순히 행정 편의를 위한 규정으로 가볍게 볼 성질의 규정이 아니다.
○ 현재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는 8,142자이고 이것도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 한글 사용이 권장되고 한자 사용이 줄어들면서 한자를 편하게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크게 줄고 있다. 특히 한자 교육을 충분히 받지 않은 젊은 세대는 현재 이름에 사용할 수 있는 한자는 물론 기본 한자도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읽거나 쓰기 어려운 한자를 자녀의 이름에 사용하는 것은 자녀 본인에게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자녀의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 어려운 한자를 쓴 이름의 등록을 제한한다고 하여 그 이름을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자녀의 이름을 가족관계등록부에 ‘로○’으로 등록하더라도 가정에서나 일상생활에서는 아무런 제한 없이 ‘로○’으로 표기하고 사용할 수 있다. 가족관계등록부에 청구인 자녀의 이름이 ‘로○’이 아닌 ‘로○’으로 등록된다 하여 자녀의 복리나 권익에 어떤 제한이 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청구인의 권리가 침해된다고 보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