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22>② 중혼을 혼인취소의 사유로 정하면서 그 취소청구권의 제척기간 또는 소멸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16조 제1호 중 ‘제810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 부분은 중혼의 당사자를 언제든지 혼인의 취소를 당할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로 만들고, 그로 인해 후혼배우자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며, 다른 혼인 취소사유와 달리 취급하여 평등원칙에 반한다.x
민법 제810조 등 위헌소원 (2014. 7. 24. 2011헌바275)
【판시사항】
중혼을 혼인취소의 사유로 정하면서 그 취소청구권의 제척기간 또는 소멸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16조 제1호 중 “제810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후혼배우자의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우리 사회의 중대한 공익이며 헌법 제36조 제1항으로부터 도출되는 일부일처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중혼을 혼인무효사유가 아니라 혼인취소사유로 정하고 있는데, 혼인 취소의 효력은 기왕에 소급하지 아니하므로 중혼이라 하더라도 법원의 취소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유효한 법률혼으로 보호받는다. 후혼의 취소가 가혹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건에서 법원이 권리남용의 법리 등으로 해결하고 있다. 따라서 중혼 취소청구권의 소멸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현저히 입법재량의 범위를 일탈하여 후혼배우자의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심판대상조문】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16조(혼인취소의 사유)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1.혼인이 제807조 내지 제809조(제815조의 규정에 의하여 혼인의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이하 제817조 및 제820조에서 같다) 또는 제810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
2.∼3. 생략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36조 제1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810조(중혼의 금지) 배우자 있는 자는 다시 혼인하지 못한다.
【참조판례】
헌재 1994. 4. 28. 91헌바15등, 판례집 6-1, 317, 338-339
헌재 1997. 3. 27. 95헌가14등, 판례집 9-1, 193, 204
헌재 2002. 3. 28. 2000헌바53, 판례집 14-1, 159, 165
헌재 2005. 12. 22. 2003헌가5등, 판례집 17-2, 544, 553-554
헌재 2008. 10. 30. 2007헌가17등, 판례집 20-2상, 696, 707
헌재 2010. 7. 29. 2009헌가8, 판례집 22-2상, 113, 116-117
헌재 2011. 2. 24. 2009헌바89등, 판례집 23-1상, 108, 114-115
대법원 1993. 8. 24. 선고 92므907 판결
【당 사 자】
청 구 인 이○자대리인 변호사 이경창
당해사건 대법원 2011므2232 혼인의 취소
【주 문】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816조 제1호 중 “제810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4. 판 단
가. 중혼의 취소청구권 개관
(1) 중혼의 취소와 그 취소청구권자
민법 제810조에서는 중혼의 금지를 선언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이중호적이나 국내와 국외에서 이중혼인을 한 경우 등에 있어 중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민법은 후혼을 혼인취소사유로 규정하고(제816조), 전혼을 ‘당사자의 부정한 행위’ 또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재판상 이혼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제840조). 그리고 민법 제824조에서 혼인 취소의 효력은 기왕에 소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중혼이라 하더라도 법원의 혼인취소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유효하게 존속하는 것으로 규율하고 있다.
중혼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는 자는 제한되어 있는데, 구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고, 2012. 2. 10. 법률 제113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8조는 중혼의 취소청구권자로서 당사자, 배우자, 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및 검사를 규정하고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10. 7. 29. 구 민법 제818조에서 ‘직계비속’을 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지 않은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하며 위 조항의 잠정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고(2009헌가8), 이에 따라 개정된 민법(2012. 2. 10. 법률 제11300호) 제818조는 직계비속을 취소청구권자에 포함시키고 있다. 다만 이 사건의 당해사건에서는 중혼의 취소청구를 한 자가 직계비속이 아니라 배우자이고 개선입법시한인 2011. 12. 31. 전에 혼인취소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중혼취소청구권자로서 직계비속이 직접적으로 문제되지 아니한다.
(2) 중혼과 다른 혼인취소사유의 비교
민법은 중혼 이외에도 혼인적령 위반, 부모 등의 동의 없는 미성년자 또는 금치산자의 혼인, 일정한 근친혼,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사기 또는 강박에 의한 혼인 등을 혼인취소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중혼의 경우는 혼인적령위반 등 다른 혼인취소사유와 달리, ① 취소청구권자가 상대적으로 넓은 범위에서 인정되고 있고, ② 특별히 검사가 취소청구권자로 규정되어 있으며, ③ 취소청구권의 소멸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다. 헌법재판소 및 대법원은 다른 혼인취소사유들에 비하여 중혼의 반사회성ㆍ반윤리성이 일층 무거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2010. 7. 29. 2009헌가8; 대법원 1993. 8. 24. 선고 92므907 판결 참조).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쟁점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6조 제1항은, 인간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 가족생활에서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요청에서 기본권의 성격을 갖는 동시에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제도적 보장 역시 규정한다(헌재 2002. 3. 28. 2000헌바53; 헌재 2011. 2. 24. 2009헌바89등 참조). 제도보장으로서의 혼인은 일반적인 법에 의한 폐지나 제도 본질의 침해를 금지한다는 의미의 최소보장의 원칙이 적용되는 대상으로서 혼인제도의 규범적 핵심을 말하고(헌재 1994. 4. 28. 91헌바15등 참조), 여기에는 당연히 일부일처제가 포함된다. 그런데 중혼은 일부일처제에 반하는 상태로, 언제든지 중혼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헌법 제36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가에 부과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유지ㆍ보장의무 이행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중혼 취소청구권의 소멸사유나 제척기간을 두지 않음으로 인해 후혼배우자가 처하게 되는 불안정한 신분상 지위가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 헌법 제36조 제1항 위반 여부는 직접적으로 문제된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여 모든 국민이 자신의 존엄한 인격권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헌재 1997. 3. 27. 95헌가14등, 헌재 2005. 12. 22. 2003헌가5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중혼을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게 함으로써 법률상 취소되는 혼인의 당사자인 후혼배우자의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는 헌법 제10조 위반 여부가 문제된다.
(2) 중혼취소청구권에 관한 입법형성의 범위
중혼을 금지하는 것은 일부일처제의 공익적 이익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혼이라 하더라도 유효하게 성립하면 또 하나의 실질적인 부부관계와 친자관계가 발생되고 그러한 신분관계는 비록 중혼이 취소되더라도 완전히 원상회복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며, 특히 자(子)의 경우에는 그 신분관계를 보호할 사회적 이익도 인정된다. 그러므로 중혼을 무효사유로 볼 것인가, 아니면 취소사유로 볼 것인가, 취소사유로 보는 경우 어떠한 범위 내에서 취소청구권을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중혼의 반사회성ㆍ반윤리성과 가족생활의 사실상 보호라는 공익과 사익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의 문제로서 기본적으로 입법형성의 자유가 넓게 인정되는 영역이다(헌재 2010. 7. 29. 2009헌가8 참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중혼을 취소사유로 정하면서 그 취소 청구권에 제척기간 또는 권리소멸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것이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나 현저히 부당한 것인지 여부를 심사함으로써 결정해야 할 것이다.
(3) 입법재량의 한계 일탈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일부일처제는 헌법 제36조 제1항의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유지되는 혼인제도’로서, 우리 사회의 중대한 공익으로 인정된다(헌재 2008. 10. 30. 2007헌가17등;헌재2010.7.29. 2009헌가8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중혼을 혼인무효사유가 아니라 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혼인취소의 효력은 기왕에 소급하지 아니하므로(민법 제824조) 중혼이라 하더라도 재판을 통해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한 법률혼으로 보호받는다. 중혼당사자가 사망한 후 후혼이 취소된 경우에도 후혼배우자의 상속인으로서의 지위에 영향이 없고, 중혼 상태에서 태어난 자는 중혼이 취소된다 하더라도 혼인 외의 자로 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중혼을 혼인취소사유로 규정함으로써 이미 혼인 및 가족생활을 어느 정도 보호하고 있는 것이므로, 중혼취소청구권의 소멸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입법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이 사건 법률조항에 중혼 취소청구권의 권리소멸사유 또는 제척기간을 규정한다면, 일정한 경우 영원히 법률상 보호되는 중혼관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혼인이 중혼임을 알고 후혼관계를 형성한 후혼배우자까지 보호받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 설령 후혼배우자가 선의인 경우에만 그러한 권리소멸사유 또는 제척기간을 둔다 하더라도, 실제 경우에서 후혼배우자의 선의 또는 악의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는 것도 아니어서, 악의의 후혼배우자까지 보호될 우려가 있다. 후혼이 뒤늦게 취소됨으로써 후혼배우자 등에게 가혹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는 구체적인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에서 권리남용의 법리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대법원 1993. 8. 24. 선고 92므907 판결 등 참조), 유족연금수급권자의 결정 등 특정 영역에서만 가혹한 결과가 발생한다면 해당 특정 영역을 규율하는 법령의 해석이나 개정을 통해 부당한 결과를 방지할 수도 있다.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보면 중혼을 취소사유로 보기도 하고 무효사유로 보기도 하는데, 중혼취소청구권 등의 제척기간 또는 소멸사유를 둔 입법례는 찾기 어렵다.
위와 같은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중혼 취소 청구권에 대한 권리소멸사유 또는 제척기간을 두지 않은 것이 합리적인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후혼배우자의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그 밖의 주장에 대한 판단
청구인은 미성년자ㆍ금치산자의 동의 없는 혼인이나 근친혼 등의 경우에는 그 취소청구권의 소멸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민법 제819조, 제820조), 중혼에는 그러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혼인취소사유에 비해 중혼의 반사회성ㆍ반윤리성이 훨씬 무겁다는 점에서 중혼과 동의 없는 혼인ㆍ근친혼 등은 본질적으로 그 성격과 차원을 달리 하므로(헌재 2010. 7. 29. 2009헌가8; 대법원 1993. 8. 24. 선고 92므907 판결 참조), 이들 사이에 평등원칙 위배 여부를 논할 비교집단이 설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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