憲 法/判例 헌법

2013헌바396 -상속에 관한 관습법 위헌소원 등

산물소리 2016. 11. 21. 11:00

<法22>관습법은 법원(法源)으로서 법령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법칙으로서의 효력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관습법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없으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x

 


상속에 관한 관습법 위헌소원 등
(2016. 4. 28. 2013헌바396, 2014헌바394(병합))



【판시사항】


1. “여호주가 사망하거나 출가하여 호주상속이 없이 절가된 경우, 유산은 그 절가된 가(家)의 가족이 승계하고 가족이 없을 때는 출가녀(出家女)가 승계한다.”는 구 관습법(이하 ‘이 사건 관습법’이라 한다)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2.이 사건 관습법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1.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시행 이전의 “여호주가 사망하거나 출가하여 호주상속이 없이 절가된 경우, 유산은 그 절가된 가(家)의 가족이 승계하고 가족이 없을 때는 출가녀(出家女)가 승계한다.”는 구 관습법은 민법 시행 이전에 상속 등을 규율하는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절가된 가(家)의 재산분배에 관하여 적용된 규범으로서, 비록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그렇다면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이 사건 관습법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고, 단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조용호의 각하의견


관습법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없으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관습법의 승인, 소멸은 그것에 관한 사실인정이 전제되어야 하고, 법원(法院)이 관습법을 발견하고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었는지 여부를 결정할 뿐 아니라 이미 승인된 관습법의 위헌, 위법 여부는 물론 그 소멸 여부에 대하여도 판단하고 있으므로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사는 법원이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적용된 구 관습법은 민법의 시행으로 인하여 이미 폐지된 것으로서 청구인은 구 관습법의 위헌성을 다투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폐지된 구 관습법에 의하여 이미 정리된 재산분배의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에 불과하여 만약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이미 폐지된 구 관습법을 위헌이라고 선언한다면 그것은 실제로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여 금지된 재판소원을 인용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관습법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하여야 한다.


각하의견에 대한 재판관 조용호의 보충의견


관습법은 헌법상 근거를 가진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국회가 관여한 바도 없기 때문에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사는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관습법을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의 대상으로 한다면, 나아가 ‘법의 일반 원칙’인 조리(條理)도 위헌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이러한 결과가 우리 헌법이 예정한 헌법재판소의 규범통제기능에 속하지 아니함은 분명하다. 민법 제1조는 민사관계를 규율하는 기준·원칙과 그 순서를 정하고 있는 것이지, 관습법에 대하여 법률과 같은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가 아니다. 법의 존재형식내지인식근거로서법원(法源)은헌법에서 선언되어야 하나 우리 헌법은 관습법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도 하고 있지 않다.


2. 본안에 관한 판단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의 합헌의견


이 사건 관습법은 그 자체로는 절가된 가의 재산을 청산할 때 가적 내에 남아 있는 사람과 출가 또는 분가한 사람을 차별취급하고 있을 뿐 성별의 차이를 이유로 남성과 여성을 차별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출가한 여성이 자신의 가를 떠나 부(夫)의 가에 입적하게 되어 절가된 가의 호주와 같은 가적에 남아 있지 않게 되는 것은 별도의 관습법에 따른 것이지 이 사건 관습법으로 인한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관습법이 절가된 가의 재산을 그 가적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우선 승계하도록 하는 것은 가의 재산관리나 제사 주재 등 현실적 필요와 민법 시행 이전의 사회상황과 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나름대로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 또한 호주가 살아 있을 때 출가한 여성에게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분재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이 사건 관습법으로 인하여 출가한 여성이 상속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되는 것도 아니었다. 헌법 시행 이전에 성립된 평등원칙에 어긋나는 구 관습법이 헌법 제정과 동시에 모두 위헌이 되고 소급하여 실효된다고 볼 수는 없다. 민법의 제정 및 시행으로 이미 폐지된 구 관습법에 대하여 역사적 평가를 넘어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소급적으로 그 효력을 모두 부인할 경우 이를 기초로 형성된 모든 법률관계가 한꺼번에 뒤집어져 엄청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민법 시행으로 폐지된 이 사건 관습법이 절가된 가의 유산 귀속순위를 정함에 있어 합리적 이유 없이 출가한 여성을 그 가적에 남아 있는 가족과 차별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었다고 볼 수 없다.


재판관 이정미, 안창호의 위헌의견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양성의 평등대우를 정하고 있으므로 남녀의 성을 근거로 하여 차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성질상 남성 또는 여성에게만 특유하게 나타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필요한 예외적 경우에 한하여 성차별적 규율이 정당화된다. 이 사건 관습법은 호주를 정점으로 하는 남계 혈통을 중요시하는 호주제를 기반으로 가(家)의 재산은 타가(他家)에 있는 자에게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관념을 토대로 한 것이며, 그 근저에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깔려 있다. 이 사건 관습법은 혼인으로 인해 종래 소속되어 있던 자신의 가를 떠나 부(夫)의 가 일원이 되는 출가녀와, 혼인을 하더라도 여전히 동일한 가적 내에 남게 되는 남성을 유산 승계에 있어 차별 취급하고 있다. 구체적 규범통제의 심사기준은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을 할 당시에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헌법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관습법은 현행 헌법 하에서 용인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이 사건 관습법은 민법의 시행 전에 개시된 상속에 관하여는 그대로 적용되므로(민법 부칙 제25조 제1항), 이미 폐지된 관습법이라 하더라도 그 효력을 상실시킬 필요성은 여전히 인정된다. 이 사건 관습법은 절가된 가의 재산을 청산함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없이 남성과 여성을 달리 취급하므로,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 양성의 평등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심판대상조문】


민법 시행 이전의 구 관습법 중 “여호주가 사망하거나 출가하여 호주상속인 없이 절가된 경우, 유산은 그 절가된 가(家)의 가족이 승계하고 가족이 없을 때는 출가녀(出家女)가 승계한다.”는 부분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제2항, 제34조, 제36조 제1항, 제111조 제1항 제1호, 제5호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단서 제1호, 제41조 제1항, 제68조 제1항, 제2항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제1조 (법원)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부칙 제25조 (상속에 관한 경과규정) ① 본법 시행일전에 개시된 상속에 관하여는 본법 시행일후에도 구법의 규정을 적용한다.


② 생략


민법(1990. 1. 13.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것) 제1008조의3 (분묘등의 승계) 분묘에 속한 1정보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


【참조판례】


1. 헌재 1995. 12. 28. 95헌바3, 판례집 7-2, 841, 846헌재 1999.  4. 29. 97헌가14, 판례집 11-1, 273, 282헌재 2001.  9. 27. 2000헌바20, 판례집 13-2, 322, 328헌재 2013.  2. 28. 2009헌바129, 판례집 25-1, 15, 18-19헌재 2013.  3. 21. 2010헌바70등, 판례집 25-1, 180, 192-195  대법원 1979. 2. 27. 선고 78다1979, 1980 판결대법원 1983. 6. 14. 선고 80다3231 판결대법원 1990. 8. 14. 선고 89다카25394 판결대법원 2003. 7. 24. 선고 2001다48781 판결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판결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0다53952 판결


2. 헌재 2005. 2.  3. 2001헌가9등, 판례집 17-1, 1, 18-19헌재 2013. 3. 21. 2010헌바70등, 판례집 25-1, 180, 192-195


【당 사 자】


청 구 인 유○수대리인 변호사 권오갑


당해사건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나51294 소유권이전등기말소(2013헌바396)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나39796 소유권확인(2014헌바394)


【주    문】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것) 시행 이전의 구 관습법 중 “여호주가 사망하거나 출가하여 호주상속인 없이 절가된 경우, 유산은 그 절가된 가(家)의 가족이 승계하고 가족이 없을 때는 출가녀(出家女)가 승계한다.”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