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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헌마652 -피의사실 언론공표 등 위헌확인

산물소리 2014. 3. 28. 07:12


사건번호: 2012헌마652
사 건 명: 피의사실 언론공표 등 위헌확인 
종국일자: 2014.03.27
종국결과: 인용(위헌확인),각하

 

헌법재판소는 2014년 3월 27일 피청구인이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 요청에 응하여 청구인이 경찰서 내에서 양손에 수갑을 찬 채 조사받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 행위는 청구인의 인격권을 침해하여 위헌임을 확인하고 [“인용(위헌확인)”],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관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행위 부분에 대하여는 부적법 각하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는 피청구인의 보도자료 배포행위 및 촬영허용행위를 전체적으로 하나의 공권력행사로 보아 부적법 각하하여야 한다는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강일원의 반대의견이 있다.


□ 사건의 개요
○ 피청구인은 2012. 4. 24. 사기 혐의로 구속된 청구인을 서울강동경찰서 조사실에서 조사하면서, 같은 날 경찰서 기자실에서 청구인에 관한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하였다.
○ 피청구인은 보도자료 배포 직후 기자들의 취재 요청에 응하여 청구인이 서울강동경찰서 조사실에서 양손에 수갑을 찬 채 조사받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각 언론사는 2012. 4. 25. 청구인의 범죄사실에 관한 뉴스 및 기사를 보도하였는데, 청구인을 ‘정모씨(36세)’ 등으로 표현하였고, 청구인이 수갑을 차고 얼굴을 드러낸 상태에서 경찰로부터 조사받는 장면이 흐릿하게 처리되어 방송되었다.
○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청구인의 인격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의 대상
○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이 2012. 4. 24. 청구인에 관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행위(이하 ‘보도자료 배포행위’라 한다) 및 청구인에 대한 조사과정의 촬영을 허용한 행위(이하 ‘촬영허용행위’라 한다)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며,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126조(피의사실공표)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구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2005. 10. 4. 경찰청훈령 제461호로 제정되고, 2012. 7. 23. 경찰청훈령 제674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85조(초상권 침해 금지) 경찰관은 경찰관서 안에서 피의자,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거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면이 촬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 결정주문
○ 피청구인이 2012. 4. 24. 청구인에 대한 조사과정의 촬영을 허용한 행위는 청구인의 인격권을 침해하여 위헌임을 확인한다.
○ 청구인의 나머지 청구를 각하한다.


□ 이유의 요지
-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 보도자료 배포행위는 수사기관이 공판청구 전에 피의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으로서 형법 제126조의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만약 피청구인의 행위가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면, 수사기관을 상대로 고소하여 행위자를 처벌받게 하거나 처리결과에 따라 검찰청법에 따른 항고를 거쳐 재정신청을 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권리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제기한 이 부분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 촬영허용행위는 이미 종료된 행위로서, 이 사건 심판청구가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에 대한 권리구제는 불가능하므로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은 소멸하였다. 그러나 피의자의 얼굴 및 조사받는 모습이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언론에 노출되는 일은 현재도 일어나고 있어 앞으로도 구체적으로 반복될 위험이 있고, 피의자의 인격권 보호와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는 영역으로서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를 위하여 헌법적 해명이 긴요한 사항이므로 심판청구이익을 인정함이 상당하다.

 

- 본안에 대한 판단
○ 사람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얼굴을 비롯하여 일반적으로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촬영허용행위는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초상권을 포함한 일반적 인격권을 제한한다고 할 것이다.
○ 수사기관에 의한 피의자의 초상 공개에 따른 인격권 제한의 문제는 무죄추정에 관한 헌법적 원칙, 수사기관의 피의자에 대한 인권 존중의무(형사소송법 제198조 제2항), 수사기관에 의한 인격권 침해가 피의자 및 그 가족에게 미치게 될 영향의 중대성 및 파급효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헌법적 한계의 준수 여부를 엄격히 판단하여야 한다.
○ 원칙적으로 ‘범죄사실’ 자체가 아닌 ‘피의자’ 개인에 관한 부분은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려야 할 공공성을 지닌다고 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예외는 피의자가 공인으로서 국민의 알권리의 대상이 되는 경우, 특정강력범죄나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을 위한 경우(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 참조), 공개수배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에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 특히 피의자를 특정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수사관서 내에서 수사 장면의 촬영은 보도과정에서 사건의 사실감과 구체성을 추구하고, 범죄정보를 좀 더 실감나게 제공하려는 목적 외에는 어떠한 공익도 인정하기 어렵다. 피청구인은 기자들에게 청구인이 경찰서 내에서 수갑을 차고 얼굴을 드러낸 상태에서 조사받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인바, 신원공개가 허용되는 예외사유가 없는 청구인에 대한 이러한 수사 장면의 공개 및 촬영은 이를 정당화할 만한 어떠한 공익 목적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촬영허용행위는 목적의 정당성 자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 피의자의 얼굴은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결정짓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로서 공개시 어떠한 개인정보보다 각인효과가 크고, 현대 정보화 사회에서 신문이나 방송에 한 번 공개된 정보는 즉각 언제나 인터넷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효가 예전보다 훨씬 강력하다. 이후 피의자가 재판을 통해 무죄의 확정판결을 받는다 하더라도 방송에 공개됨으로써 찍힌 낙인 효과를 지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가사 촬영허용행위에 대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으로서는 피의자의 얼굴 공개가 가져올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모자, 마스크 등으로 피의자의 얼굴을 가리는 등 피의자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얼굴 및 수갑 등의 노출을 방지할 만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한 채 청구인의 얼굴과 수갑이 그대로 드러난 상태에서, 청구인이 조사받는 장면을 기자들이 촬영하게 하였다. 이는 “경찰관서 안에서 피의자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거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면이 촬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경찰청 내부 지침인 구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2005. 10. 4. 경찰청훈령 제461호로 제정되고, 2012. 7. 23. 경찰청훈령 제674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85조에도 위반되는 것이다. 피청구인은 당시 각 언론사를 상대로 청구인의 개인정보와 초상권을 보호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수차례 하였고 실제로 모자이크 처리되어 방영되었다고 하나, 이는 언론사가 ‘국민’을 상대로 보도하는 단계에서 사후적으로 문제되는 것일 뿐, ‘언론사’ 자체에 대한 청구인의 얼굴 공개행위에 대하여는 이러한 사후적 요청이 청구인의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특별한 조치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충족하였다고 볼 수 없다.
○ 이미 살핀 바와 같이 촬영허용행위는 언론 보도를 보다 실감나게 하기 위한 목적 외에 어떠한 공익도 인정할 수 없다. 반면 청구인은 사회윤리적 비난가능성이 높은 피의자로서 얼굴이 공개되어 초상권을 비롯한 인격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받았고, 수사기관에 의한 초상 공개가 언론 보도로까지 이어질 경우 범인으로서의 낙인 효과와 그 파급효는 매우 가혹하다. 따라서 법익의 균형성도 극단적으로 상실하였다.
○ 결국 촬영허용행위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 촬영허용행위 부분에 대한 반대의견(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강일원)
- 보충성 요건의 흠결
○ 피청구인은 2012. 4. 24. 서울강동경찰서 기자실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그 직후 기자들의 취재 요청에 응하여 청구인이 경찰서 조사실에서 양손에 수갑을 찬 채 조사받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는데, 이러한 보도자료 배포행위와 촬영허용행위는 동일한 목적 아래 시간적 ? 장소적으로 밀접하게 이루어진 것이므로 전체적으로 볼 때 피청구인이 언론기관에 청구인의 피의사실을 알리는 일련의 행위로서 하나의 공권력행사라고 보아야 한다.
○ 그런데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보도자료 배포 및 촬영을 허용한 행위가 포괄하여 형법 제126조의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면, 청구인은 피청구인을 수사기관에 고소하여 형사처벌을 받게 할 수 있을 것이고, 만약 수사기관이 불기소처분을 한다면 검찰청법에 따른 항고를 거쳐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청구인은 위와 같은 권리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 권리보호이익의 흠결
○ 피청구인의 보도자료 배포행위와 촬영허용행위는 이미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가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청구인에 대한 권리구제는 불가능하여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소멸하였다.
○ 다수의견과 같이 피청구인의 행위 중 촬영허용행위 부분을 분리하여 보더라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심판청구이익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 피청구인은 당시 취재 기자들의 촬영 요청에 대하여 청구인이 거부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오히려 언론사의 취재에 협조하였으므로 이에 피청구인도 수동적으로 취재를 허용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피의자의 의사에 반하여 수사과정의 촬영을 허용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주장이므로, 피청구인 역시 청구인의 의사에 관계없이 수갑을 차고 얼굴을 드러낸 상태에서 조사받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위법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청구인의 동의 없이 촬영을 하도록 허용한 행위는 명백히 위법한 것으로서, 경찰에 의해 고의로 또는 과실로 법령의 범위 내라는 인식 하에 일반적, 계속적으로 반복하거나 관행으로서 지속적으로 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관련 규정 내용의 명확성 및 피청구인의 인식 등에 비추어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
- 이 사건 촬영허용행위는 법령에 대한 오해로 인해 통상의 합헌적 해석 · 적용과 달리하여 위법하게 법령을 해석 · 적용한 것으로서 개별적, 예외적이라고 할 것이고, 당해 사건을 떠나 일반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헌법질서의 수호 · 유지를 위하여 그 해명이 긴요한 경우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이 사건 촬영허용행위는 관련 법령을 잘못 해석 · 적용한 사안으로서 ‘위법의 문제’로 귀착될 뿐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청구인은 이 사건 촬영허용행위가 위법하게 행하여진 경우 국가 등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하거나 보도자료 배포행위와 함께 일련의 행위로 보아 함께 피의사실공표죄로 고소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피해구제를 받게 될 것이다.
○ 결국 피청구인의 보도자료 배포행위 및 촬영허용행위는 전체적으로 일련의 과정에서 행하여진 하나의 공권력행사로서 보충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고, 설사 다수의견과 같이 촬영허용행위 부분을 분리하여 보더라도 권리보호이익이나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없으므로, 어느 모로 보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