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15>【문】
甲과 乙은 술을 먹고 귀가하다가 골목길에서 피해자 A(여,23세)를 발견하고,노래방에 가서 놀자고 유인하여 노래방에서 강제로 추행하였고,이에 A는 甲과 乙을 경찰에 고소하였다.
수사기관은 甲,乙에 대하여 수사를 한 뒤 강제추행치상죄의 공범으로 공소를 제기하였는데,법원의 심리결과 강제추행죄만이 인정되었다.
(1)이 경우 법원은 공소장 변경 없이 강제추행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논하시오.(30점)
(3)위 사안에서 甲과 乙이 분리기소되었고,乙에 대하여는 제1심 판결이 선고되어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고,甲에 대하여는 뒤늦게 제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는데,A가 甲에 대한 고소를 취소한 경우에 그 효력에 대하여 설명하시오.(5점)
대법원 1999. 4. 15. 선고 96도1922 전원합의체 판결
[강제추행치상][집47(1)형,519;공1999.5.15.(82),970]
【판시사항】
[1] 공소장변경 없이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및 공소장변경 없이 비친고죄인 강제추행치상죄를 친고죄인 강제추행죄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항소심에서 공소장변경 또는 법원 직권에 의하여 비친고죄를 친고죄로 인정한 경우, 항소심에서의 고소취소가 친고죄에 대한 고소취소로서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다수의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의 보장을 비롯한 적법절차의 준수는 형사소송에서 어길 수 없는 원칙이며 공소장변경제도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 중의 하나이어서 그의 중요성이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침이 없다 할 것이나, 정의와 형평의 기조 아래서의 실체적 진실의 신속한 발견 역시 형사소송이 목적하는 바이므로 형사소송에서는 적법절차를 준수하면서 동시에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도록 요청되는데, 공소사실의 변경과 관련하여 이처럼 일응 상반되는 두 가지의 요청을 적절히 조화시키기 위하여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줄 우려가 없을 경우에 한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검사의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게 함이 상당하다 할 것인바, 강제추행치상의 공소사실 중에는 강제추행의 공소사실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것이므로 강제추행치상의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행위는 동시에 강제추행의 공소사실에 대한 방어행위를 겸하고 있으며 한편, 고소와 그의 취소는 고소의 대상이 된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의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그의 효력이 미치는 것이어서, 피고인으로서는 그 방어행위의 일환으로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강제추행치상죄에서의 상해를 입힌 사실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법원이 그와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추행죄로 처벌하는 경우까지도 대비하여 강제추행죄에 관한 고소인의 고소취소의 원용 등 일체의 방어행위를 할 수 있으므로, 법원이 사건의 실체적 사실관계나 공소요건을 포함한 절차적 사실관계에 관하여 심리를 거쳐 판단한 이상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강제추행치상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강제추행죄를 인정·처벌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피고인에게 미처 예기하지 못한 불의의 타격을 가하여 강제추행죄에 관한 방어권 행사에 어떠한 불이익을 주었다고는 할 수 없으며, 이러한 이치는 공소제기된 강제추행치상죄는 친고죄가 아닌 반면 강제추행죄는 친고죄라 하여 달라질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공소제기된 강제추행치상죄가 입증되지 않고 강제추행죄만 입증되는 경우에 법원은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강제추행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고, 그 때 그 강제추행죄에 대한 고소를 취소한 사실이 인정되면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지 강제추행치상죄의 증명이 없다 하여 무죄의 선고를 할 것은 아니다.
[반대의견] 심리 결과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이 상이한 경우,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원칙적으로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쳐 인정된 공소사실을 현실적 심판의 대상으로 삼아 피고인에게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방어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한 다음에 이를 인정하여야 하고, 다만 예외적으로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도 이를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바, 강제추행치상죄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친고죄인 강제추행죄를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미처 예기치 못한 불의의 타격을 가하여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고, 한편 이 경우에 검사가 강제추행의 범죄사실을 예비적으로 기재하거나 소송의 추이에 따라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친다고 하여 다수의견이 염려하는 실체적 진실의 신속한 발견에 특별히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라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경우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강제추행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따라서 강제추행치상죄는 입증되지 아니하나 강제추행죄가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이상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함이 마땅하다.
[2] [다수의견] 원래 고소의 대상이 된 피고소인의 행위가 친고죄에 해당할 경우 소송요건인 그 친고죄의 고소를 취소할 수 있는 시기를 언제까지로 한정하는가는 형사소송절차운영에 관한 입법정책상의 문제이기에 형사소송법의 그 규정은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피해자의 의사에 의하여 좌우되는 현상을 장기간 방치하지 않으려는 목적에서 고소취소의 시한을 획일적으로 제1심판결 선고시까지로 한정한 것이고, 따라서 그 규정을 현실적 심판의 대상이 된 공소사실이 친고죄로 된 당해 심급의 판결 선고시까지 고소인이 고소를 취소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어서, 항소심에서 공소장의 변경에 의하여 또는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법원 직권에 의하여 친고죄가 아닌 범죄를 친고죄로 인정하였더라도 항소심을 제1심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항소심에 이르러 비로소 고소인이 고소를 취소하였다면 이는 친고죄에 대한 고소취소로서의 효력은 없다.
[반대의견]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 소정의 고소는 친고죄의 고소를 의미하고, 친고죄에 있어서 고소나 고소취소와 같은 소송조건의 구비 여부는 현실적 심판대상이 된 공소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위 조항은 친고죄에 있어 고소는 현실적 심판대상이 된 친고죄에 대한 제1심판결의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따라서 친고죄가 아닌 죄로 공소가 제기되어 제1심에서 친고죄가 아닌 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경우, 제1심에서 친고죄의 범죄사실은 현실적 심판대상이 되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판결을 친고죄에 대한 제1심판결로 볼 수는 없고, 따라서 친고죄에 대한 제1심판결은 없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사건의 항소심에서도 고소를 취소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298조, 형법 제298조, 제301조[2] 형사소송법 제232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 C를 강제추행하여 외음부 열상(열상)을 입게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해자가 입은 그 상해는 극히 경미한 것으로 이로 인하여 신체의 완전성이 손상되었다거나 건강 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하여 검사에 의하여 공소제기된 범죄인 강제추행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고, 그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던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을 강제추행죄로 처벌하였다.
2. 상고이유 제1점의 판단
가. 공소장변경의 요부(요부)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의 보장을 비롯한 적법절차의 준수는 형사소송에서 어길 수 없는 원칙이며 공소장변경제도는 피고인의 방어권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 중의 하나이어서 그의 중요성이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침이 없다 하겠다.
그런데 정의와 형평의 기조 아래서의 실체적 진실의 신속한 발견 역시 형사소송이 목적하는 바이므로 형사소송에서는 적법절차를 준수하면서 동시에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도록 요청된다(대법원 1990. 12. 7. 선고 90도1283 판결, 1990. 10. 26. 선고 90도1229 판결, 1984. 11. 27. 선고 84도2089 판결, 1983. 11. 8. 선고 82도2119 판결 등 참조).
공소사실의 변경과 관련하여 이처럼 일응 상반되는 두 가지의 요청을 적절히 조화시키기 위하여는,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줄 우려가 없을 경우에 한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검사의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게 함이 상당하다.
이 사건에서 공소제기된 강제추행치상의 공소사실 중에는 강제추행의 공소사실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것이므로 강제추행치상의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행위는 동시에 강제추행의 공소사실에 대한 방어행위를 겸하고 있으며 한편, 고소와 그의 취소는 고소의 대상이 된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의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그의 효력이 미치는 것이어서(대법원 1985. 8. 20. 선고 85도1171 판결 참조), 피고인으로서는 그 방어행위의 일환으로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강제추행치상죄에서의 상해를 입힌 사실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법원이 그와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추행죄로 처벌하는 경우까지도 대비하여 강제추행죄에 관한 고소인의 고소취소의 원용 등 일체의 방어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법원이 사건의 실체적 사실관계나 공소요건을 포함한 절차적 사실관계에 관하여 심리를 거쳐 판단한 이상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강제추행치상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강제추행죄를 인정·처벌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피고인에게 미처 예기하지 못한 불의의 타격을 가하여 강제추행죄에 관한 방어권행사에 어떠한 불이익을 주었다고는 할 수 없으며, 이러한 이치는 공소제기된 강제추행치상죄는 친고죄가 아닌 반면 원심법원에 의하여 인정된 강제추행죄는 친고죄라 하여 달라질 것은 아닐 터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소제기된 강제추행치상죄가 입증되지 않고 강제추행죄만 입증되는 경우에 법원은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강제추행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고, 그 때 그 강제추행죄에 대한 고소를 취소한 사실이 인정되면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지 강제추행치상죄의 증명이 없다 하여 무죄의 선고를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8. 3. 8. 선고 87도2673 판결 참조).
결국, 원심이 이 사건에서 강제추행치상죄로 공소제기된 피고인에 대하여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강제추행죄를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공소장변경이나 심판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은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고소취소의 시한(시한)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은 "고소는 제1심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원래 고소의 대상이 된 피고소인의 행위가 친고죄에 해당할 경우 소송요건인 그 친고죄의 고소를 취소할 수 있는 시기를 언제까지로 한정하는가는 형사소송절차운영에 관한 입법정책상의 문제이기에 형사소송법의 그 규정은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피해자의 의사에 의하여 좌우되는 현상을 장기간 방치하지 않으려는 목적에서 고소취소의 시한을 획일적으로 제1심판결 선고시까지로 한정한 것이다. 따라서 그 규정을 현실적 심판의 대상이 된 공소사실이 친고죄로 된 당해심급의 판결 선고시까지 고소인이 고소를 취소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어서, 항소심에서 공소장의 변경에 의하여 또는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법원 직권에 의하여 친고죄가 아닌 범죄를 친고죄로 인정하였더라도 항소심을 제1심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대법원 1988. 3. 8. 선고 85도2518 판결 참조), 항소심에 이르러 비로소 고소인이 고소를 취소하였다면 이는 친고죄에 대한 고소취소로서의 효력은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5. 2. 8. 선고 84도2682 판결 참조).
원심이 강제추행치상죄로 공소제기된 피고인에 대하여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강제추행죄를 인정하면서 고소취소의 의사표시가 담긴 합의서가 제1심판결 후에 제출되었으므로 고소취소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에는 친고죄에 있어 고소취소의 시기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그래서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상고이유 제2점의 판단
기록에 의하니, 피고인은 원심에서 평소 조울증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범행 당시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하였음이 명백하고 그 주장은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는 사유에 관한 진술에 해당하므로, 원심으로서는 그 주장에 관하여 판단을 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아니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관련 증거를 대조하여 본즉, 피고인이 위 범행 당시 조울증이나 음주 등의 원인에 의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되므로, 원심의 그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상고이유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대법관 정귀호, 대법관 박준서, 대법관 이돈희, 대법관 김형선의 반대의견을 제외하고는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에 쓴 바와 같이 판결한다.
5. 반대의견
가. 공소장변경 요부(요부)의 점에 관한 대법관 정귀호, 대법관 이돈희, 대법관 김형선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1) 형사소송법은 공소제기시 공소장에는 피고인의 죄명과 공소사실 및 적용법조를 기재하여야 하고 공소사실을 기재함에 있어서는 범죄의 시일, 장소와 방법을 명시하도록 규정함으로써(제254조 제3항, 제4항), 법원의 심판대상과 피고인의 방어대상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공소사실을 법률적·사실적으로 특정하도록 하고 있고, 검사는 공소제기시 피고인에 대한 범죄사실과 적용법조를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기재할 수 있음은 물론(제254조 제5항), 공소제기 후 공판단계에서도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를 추가·철회·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제298조 제1항), 공소장에 특정된 공소사실과 다른 사실이 인정될 경우 피고인이 처벌을 면하게 되거나 또는 검사가 이미 제기한 공소를 취소하고 다시 공소를 제기하여야 하는 소송경제적인 불이익을 방지하는 한편,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공소장변경절차를 통하여 현실적 심판의 대상이 된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법원이 이를 심판할 수 있도록 하여 피고인의 방어권행사를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심리 결과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이 상이한 경우,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원칙적으로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쳐 인정된 공소사실을 현실적 심판의 대상으로 삼아 피고인에게 변경된 공소사실에 대한 방어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한 다음에 이를 인정하여야 하고, 다만 예외적으로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도 이를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 이 사건에서 검사는 피고인을 친고죄가 아닌 강제추행치상죄로 공소제기하였고 원심은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피고인을 친고죄인 강제추행죄로 인정하였는데, 다수의견은 강제추행치상의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행위는 동시에 강제추행의 공소사실에 대한 방어행위를 겸하고 있다는 점과 고소 및 그 취소는 고소의 대상이 된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의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그 효력이 미친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으로서는 강제추행죄로 처벌될 경우까지도 대비하여 고소취소의 원용 등 일체의 방어행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로 법원이 강제추행치상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강제추행죄를 인정·처벌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어떠한 불이익을 주었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이나,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첫째, 강제추행치상죄의 공소사실 중에는 강제추행사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실체법적 측면에서는 강제추행치상죄에 대한 방어행위가 강제추행죄에 대한 방어행위를 겸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송법적 측면에서 볼 때, 강제추행치상죄의 경우 고소나 고소취소는 피해자와의 합의나 마찬가지로 양형조건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지만, 친고죄인 강제추행죄에 있어서는 소송조건인 고소의 부존재나 고소취소는 공소기각이라는 유리한 형식판결을 선고받을 수 있는 결정적인 방어방법이 되므로 양 죄는 그 방어방법을 전혀 달리하는 것이고, 따라서 강제추행치상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강제추행죄를 인정할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체법적 측면에만 치중하여 다른 결과적 가중범에서와 같이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강제추행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공소장변경제도가 없는 직권주의 법제하의 해석으로는 별론으로 하고 공소장변경제도를 채택한 당사자주의 법제하의 해석으로서는 수긍하기 어려우며, 이러한 견해는 편면적인 축소이론에 집착하여 공소장변경제도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으로서 소송법적 측면에서 피고인이 받을 우려가 있는 불이익을 고려하지 아니하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폭행치상죄로 공소제기된 사건을 심리한 결과 폭행사실만을 인정한 법원은 검사의 폭행죄로의 공소장변경절차 없이는 폭행죄로 단죄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71. 1. 12. 선고 70도2216 판결 등은 다수의견의 견해로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공소의 효력이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있는 범위 내의 범죄사실에 모두 미친다고 하여도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면 그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은 법원의 현실적 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소 및 그 취소의 효력이 고소의 대상이 된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의 공소사실 전부에 미친다고 하여도 고소의 대상이 된 범죄사실이 공소장에 기재되거나 그 변경절차를 거쳐 공소사실로 특정되지도 아니한 채 곧바로 피고인이 방어하여야 할 대상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고소 및 그 취소의 효력을 들어 피고인으로 하여금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이 인정될 것에 대비하여 미리 방어행위를 할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보지 아니한다면, 방어의 대상을 명백히 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행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채택된 공소사실의 특정 및 그 변경제도의 입법 취지도 몰각하게 될 것이다.
셋째, 검사로서는 강제추행치상죄의 공소제기 당시 상해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할 것에 대비하여 공소장에 강제추행죄를 예비적, 택일적으로 기재하거나, 소송의 진행경과에 따라 언제든지 스스로 또는 법원의 요구에 응하여 강제추행죄로 공소장을 변경할 수 있었음에도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있는 상황 하에서 피고인에 대하여만 법원이 강제추행죄를 인정할 것에 대비하여 미리 피해자로부터 고소취소를 받는 등의 방어행위를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당사자주의 원칙이나 무기대등의 원칙에도 반한다.
넷째, 다수의견과 같은 견해를 취하면 검사의 잘못된 공소제기로 인하여 피고인이 고소인과의 합의나 고소취소나 양형의 참작사유로서의 효과는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여 고소취소의 방법을 택하지 아니하고 합의만 주장하였을 뿐인 경우에도 잘못된 공소제기로 인한 불이익을 검사에게 돌리기는커녕 오히려 그 불이익을 피고인에게 돌려, 공소기각 판결을 받을 수 있었을 피고인에게 유죄의 판결을 선고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사건에서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피고인은 실질적 불이익을 받은 것이 실증되었다.
(3) 이상과 같은 여러 점에 비추어 볼 때 강제추행치상죄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친고죄인 강제추행죄를 인정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미처 예기치 못한 불의의 타격을 가하여 방어권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고, 한편 이 경우에 검사가 강제추행의 범죄사실을 예비적으로 기재하거나 소송의 추이에 따라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친다고 하여 다수의견이 염려하는 실체적 진실의 신속한 발견에 특별히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라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경우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강제추행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따라서 강제추행치상죄는 입증되지 아니하나 강제추행죄가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이상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므로 강제추행치상죄로 공소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강제추행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 점에서 파기를 면하지 못한다 할 것이다.
나. 친고죄에 있어서의 고소취소 시한에 관한 대법관 정귀호, 대법관 박준서, 대법관 이돈희, 대법관 김형선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1)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 소정의 고소는 친고죄의 고소를 의미하고, 친고죄에 있어서 고소나 고소취소와 같은 소송조건의 구비 여부는 현실적 심판대상이 된 공소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위 조항은 친고죄에 있어 고소는 현실적 심판대상이 된 친고죄에 대한 제1심판결의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친고죄가 아닌 죄로 공소가 제기되어 제1심에서 친고죄가 아닌 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경우, 제1심에서 친고죄의 범죄사실은 현실적 심판대상이 되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판결을 친고죄에 대한 제1심판결로 볼 수는 없고, 따라서 친고죄에 대한 제1심판결은 없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사건의 항소심에서도 고소를 취소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함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이 원용하고 있는 대법원 1988. 3. 8. 선고 85도2518 판결은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2) 다수의견은 요컨대, 친고죄의 소송조건인 고소를 취소할 수 있는 시기를 언제까지로 한정하는가는 형사소송절차운영에 관한 입법정책의 문제이기에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은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피해자의 의사에 의하여 좌우되는 현상을 장기간 방치하지 않고 제한하려는 맥락에서 고소취소의 시기를 친고죄가 심판대상이 되었는지 여부를 막론하고 획일적으로 제1심판결의 선고 전까지로 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이나,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첫째, 친고죄에 있어 고소취소의 시한을 언제까지로 할 것인가 하는 점이 입법정책의 문제라 하더라도, 위 조항 소정의 제1심판결이 현실적 심판대상이 된 친고죄에 대한 것인가 아니면 이를 불문하는가 하는 점은 위 조항에 관한 해석의 문제라 할 것이다. 위 조항의 입법 취지는 친고죄에 있어 국가의 형벌권이 고소인의 의사에 따라 좌우되는 것을 제한하고자 함에 있다고 할 것인바, 친고죄가 아닌 죄로 공소가 제기되어 제1심에서 친고죄가 아닌 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는데, 항소심에서 친고죄가 아닌 죄의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비로소 친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고소인의 고소취소 여부와는 관계없이 제1심판결은 어차피 유지될 수 없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제1심판결이 선고된 후 고소취소의 효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국가의 형벌권이 고소인의 의사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둘째, 친고죄는 원래 피해자가 처벌을 구하는 의사표시, 즉 고소에 따라 국가의 형벌권이 행사될 수 있는 범죄라는 그 성질상 고소취소에 의한 불처벌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고소취소의 여부는 고소인의 의사에 좌우될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피해변상을 하는 등 정당한 방법으로 고소취소를 받을 기회를 부여하는 것 또한 방어권 보장의 한 내용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국가의 형벌권 추구만을 위한 고소취소의 제한은 필요한 한도를 넘어 이로 말미암아 관계 당사자의 이익이 부당하게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고소취소의 시한을 다수의견과 같이 해석한다면, 제1심에서 현실적 심판의 대상이 된 공소사실이 친고죄가 아닌 경우 피고인으로서는 제1심 당시 고소취소는 양형조건에 불과할 뿐 소송조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에 고소취소의 실질을 갖추고도 통상적으로 관대하게 처벌하여 달라는 취지의 합의서만 제출하는 등 굳이 고소취소의 형식요건에 해당하는 방어활동을 하지 아니하고 그 후 항소심에서 비로소 친고죄로 공소장이 변경되는 경우에도 피고인의 귀책사유 없이 친고죄에 대한 고소취소로 대응할 수 없게 되는 결과, 피고인이 방어권을 행사함에 있어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있고, 고소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피고인과의 합의에 의하여 피해를 회복할 기회를 상실할 염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국가형벌권 행사에 집착하여 친고죄의 성질과 관계 당사자의 이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돌이켜 이 사건에서 보건대, 제1심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친고죄가 아닌 강제추행치상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고, 항소심에서 비로소 치상의 점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추행죄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강제추행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피고인으로서는 제1심 당시 현실적 심판대상이 친고죄가 아닌 강제추행치상죄로 되어 있었고 제1심법원 또한 그와 같이 판단하고 있었던 관계로, 피고인이 굳이 고소취소의 방식을 택하지 아니하고 다만 피해자와의 합의사실만 주장하였을 뿐인데(제1심판결에 의하면 제1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을 양형조건의 하나로 인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제1심판결이 이미 선고되었다는 이유로 그 항소심에서 고소가 취소되더라도 친고죄에 대한 고소취소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한다면, 검사나 법원이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추행치상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잘못 판단함으로 인한 불이익을 그러한 잘못으로 인하여 방어권행사에 지장을 받은 피고인에게 전가시키는 결과로 되어 참으로 부당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4) 그러므로 친고죄인 강제추행죄를 현실적 심판대상으로 한 판결이 선고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친고죄가 아닌 강제추행치상죄에 대한 제1심판결이 선고된 이상 그 후의 고소취소는 친고죄에 대한 고소취소로서의 효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원고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원심판결은 친고죄에 있어 고소취소의 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 점에 있어서 원심판결은 유지될 수 없어 파기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장 윤관(재판장) 대법관 정귀호 박준서 이돈희 김형선(주심) 지창권 신성택 이용훈 이임수 송진훈 서성 조무제 변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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