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日常事

보조국사 수심결

산물소리 2010. 7. 17. 08:59

5>보조국사 수심결

 

삼계(三界)의 뜨거운 번뇌가 마치 불타는 집과 같은데, 어째서 거기 머물러 그 긴 고통을 달게 받을 것인가, 윤회를 면하려면 부처를 찾아야 한다. 부처는 곧 이 마음인데 마음을 어찌 먼데서 찾으랴 마음은 이 몸을 떠나 있는 것이 아니다. 육신은 거짓이어서 생(生)이 있고 멸(滅)이 있지만 참마음은 허공과 같아서 끊이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뼈와 살은 무너지고 흩어져 불로 돌아가고 바람으로 돌아가지만 <한 물건>은 신령스러워 하늘을 덮고 땅을 덮는다」고 한 것이다. 슬프다! 요즘 사람들은 어리석어서 자기 마음이 참부처인 줄 알지 못하고 자기 성품이 참법인 줄을 모르고 있다. 법을 멀리 성인들에게서만 구하려 하고 부처를 찾고자 하면서도 자기 마음을 살피지 않는다.
만약 「마음밖에 부처가 있고, 성품밖에 법이 있다」고 굳게 고집하여 불도를 구한다면 이와 같은 사람은 비록 티끌처럼 많은 세월이 지나도록 몸을 태우고 뼈를 두드려 골수를 내며 피를 뽑아 경전을 쓰고 밤낮으로 눕지 않으며 하루 한끼만 먹고 팔만대장경을 줄줄 외며 온갖 고행을 닦는다 할지라도 모래로 밥을 짓는 것과 같아서 보람도 없이 수고롭기만 할 것이다.

자기 마음을 알면 많은 법문(法門)과 한량없는 진리를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얻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모든 중생을 두루 살펴보니 여래의 지혜와 덕을 갖추고 있다」 하시고 「모든 중생의 갖가지 허망 된 생각이 다 여래의 원각묘심(圓覺妙心)에서 일어난다」고 하셨으니 이 마음을 떠나 부처를 이룰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도 이 마음을 밝힌 분이며 현재의 모든 성현들도 이 마음을 닦은 분이며 미래에 배울 사람들도 또한 이 법을 의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들은 결코 밖에서 구하지 말 것이다. 마음의 바탕은 물듦이 없어서 본래부터 스스로 원만히 이루어진 것이니 그릇된 인연을 떠나면 곧 의젓한 부처이다.
 

과거 윤회의 업을 따라 생각하면, 몇천 겁을 흑암지옥에 떨어지고 무간지옥에 들어가 고통을 받았을 것인가. 불도를 구하고자 하여도 선지식을 만나지 못하고 오랜 겁을 생사에 빠져, 깨닫지 못한 채 갖은 악업을 지은 것이 그 얼마일 것인가. 때때로 생각하면 긴 슬픔을 깨닫지 못한 것이니, 게을리 지내다가 다시 그전 같은 재난을 받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누가 나에게 지금의 인생을 만나 만물의 영장이 되어 도 닦는 길을 어둡지 않게 한 것인가. 참으로 눈먼 거북이 나무를 만남이요, 겨자씨가 바늘에 꽂힌 격이다. 그 다행함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내가 만약 물러설 마음을 내거나 게으름을 부려, 항상 뒤로 미루다가 그만 목숨을 잃고 지옥에라도 떨어져 갖은 고통을 받을 때, 한 마디 불법을 들어 믿고 받들어 괴로움을 벗고자 한들 어찌 다시 얻게 될 것인가. 위태로운 데에 이르러서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

바라건대 도 닦는 사람들은 게으르지 말고 탐욕과 음욕에 집착하지 말며, 머리에 따는 불을 끄듯 하여 돌이켜 살필 줄을 알아야 한다. 무상(無常)이 빨라 몸은 아침 이슬과 같고 목숨은 저녁 노을과 같다. 오늘은 있을지라도 내일은 기약하기 어려우니 간절히 뜻에 새겨 둘 일이다. 이 몸을 금생에 건지지 않으면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건질 것인가. 지금 닦지 않는다면 만겁(萬劫)에 어긋나 등질 것이요, 힘써 닦으면 어려운행이 점점 어렵지 않게 되어 수행이 저절로 이루어질것이다. 어허! 요즘 사람들은 배고파 음식을 대하고도 입을 벌릴 줄 모르며, 병들어 의사를 만나고서도 약을 먹을 줄 모르니, 아 어찌할 것인가, 어찌할 것인가. 따르지 않는 사람은 나도 어쩔 수 없구나.

슬프다! 우물 안 개구리가 어찌 창해(滄海)의 넓음을 알며, 여우가 어찌 사자의 소리를 내랴. 그러므로 말세에 이 법문을 듣고 희귀한 생각을 내어 믿고 받아 가지는 사람은 이미 한량없는 겁에 모든 성인을 섬기어 갖가지 선근을 심었고, 깊이 지혜의 바른 인연을 맺은 으뜸가는 그릇(根性)임을 알아라. 금강경(金剛經)에 말씀하기를 「이 글귀에 신심을 내는 이는 한량없는 부처님 회상(會上)에서 온갖 선근을 심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고, 또 「대승(大乘)을 발한 이를 위해 설하며 최상승(最上乘)을 발한 이를 위해 설한다」고 했다. 원컨대 도 구하는 사람들은 미리 겁을 내지 말고 용맹한 마음을 낼 것이다. 만일 수승함을 믿지 않고 하열(下劣)함을 달게 여겨 어렵다는 생각을 내어 닦지 않으면, 비록 숙세(宿世)의 선근이 있을지라도 이제 그것을 끊는 것이므로 더욱 어려운 데로 멀어질 것이다. 이미 보배가 있는 곳에 이르렀으니 빈손으로 돌아가지 말아라.

한번 사람 몸을 잃으면 만겁에 돌이키기 어려우니, 바라건대 마땅히 삼가할 것이다. 지혜로운 이가 보배있는 곳을 알면서도 구하지 않고 어찌 외롭고 가난함을 원망할 것인가. 보배를 얻으려면 가죽주머니를 잊어버려야한다.


 

출처: 화계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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